주간동아 949

2014.08.04

여름 제철 물회 선원 별식 유래 “더위 없다”

포항·속초·양양·고성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8-04 1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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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제철 물회 선원 별식 유래 “더위 없다”

    다양한 해산물을 한 그릇에 맛볼 수 있는 성게알 한천물회.

    물회는 여름이 제철이다. 시원한 육수에 매콤한 양념과 함께 감칠맛 나는 생선들을 넣고 후루룩 마시면 더위가 금방 달아난다. 물회는 선원 음식에서 시작됐다. 선원들은 조업을 나갈 때 된장과 고추장을 갖고 간다.

    물회는 잡은 생선과 먹다 남은 채소를 비벼 물을 붓고 장으로 간을 한다는 점에서 비빔밥과 비슷하고 탕반 문화의 영향도 받은 음식이다. 1970년대 이후 일반인도 즐겨 먹는 음식이 됐다.

    물회에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가는 건 1970년대 이후 외식화의 결과다. 물회 문화가 가장 번성한 곳은 동해안 일대다. 물회를 상업적으로 대중화한 건 경북 포항이었다. 61년 포항 덕산동에서 허복수 할머니가 물회를 팔기 시작했다. 허 할머니는 외항 선원이던 남편에게서 물회를 배웠다. 뱃길이 길어지면 남편은 고추장과 참기름을 갖고 배에 올랐다. 거친 뱃일에 소주도 빠지지 않던 시절이다. 술을 마신 뒤 상품가치가 없는 생선들을 듬성듬성 썰어 찬물에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풀어 해장용으로 많이 먹었다. 포항 선원들은 모두 알고 있던 이 음식은 등장하자마자 선원과 시장 상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강원 속초, 양양, 고성 지역 물회는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 속초 대포항 주변엔 오징어 물횟집이 몰려 있다. 오징어 물회는 오징어 물국수회라고도 부른다. 오징어나 한치를 국숫발처럼 가늘게 썬 뒤 오이, 양배추, 양파, 깻잎을 역시 가늘게 채 썰어 초고추장이나 겨자를 푼 물에 넣어 마신다. 오징어 외에 멍게나 세꼬시(뼈째 썰어 먹는 회)도 넣는다. 옛날 어부들은 칼칼한 집고추장을 푼 국물에 활어 상태 가자미나 한치, 오징어를 넣고 채소 없이 먹었다.

    물회 인기가 높아지면서 개복치 된장물회, 한우물회에 이어 한천물회까지 등장했다. 물회 경연장 속초에서 최근 등장한 성게알 한천물회는 장사동 토박이가 운영하는 ‘이모횟집’에서만 판다. 속이 투명한 한천을 만들 때 성게알과 해초를 넣어 한천 안에 호박화석처럼 박혀 있다. 그 한천과 성게알, 전복, 오징어를 얹은 성게알 한천물회는 다양한 해산물을 한 그릇에 맛볼 수 있는 물회다.



    여름 제철 물회 선원 별식 유래 “더위 없다”

    동해안 특산물 ‘째복’을 넣은 째복 물회.

    속초와 한 몸처럼 붙은 양양에는 째복 물회가 있다. 째복은 동해안에서만 나는, 밥숟가락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조개다. 백합, 바지락과 사촌이지만 크기나 모양이 볼품없다는 뜻에서 째복이라는 슬픈 이름이 붙었다. 째복은 여름이 제철이다. 째복을 유일하게 음식으로 만들어 파는 전문점이 양양의 ‘수산항물회’다. 남편은 어부라 부인이 주로 가게를 운영한다. 비린내 없고 담백한 맛이 많이 나는 째복을 넣은 물회는 초보자도 먹기 편하다.

    째복이 좀 어색한 사람은 참가자미 물회도 좋다. 참가자미는 동해안 최고의 고급 어종이었지만 어획량이 급감해 급속히 사라졌다. 물회 발상지로 알려진 포항에서는 초창기 참가자미 물회를 많이 먹었다. 시원한 초고추장 국물에 자연산 참가자미를 넣은 물회도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다.

    고성 가진항의 물회는 가자미와 오징어, 해삼을 기본으로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먹는 모둠물회 성격이 강하다. 고추장 육수에 오이, 배, 청양고추, 설탕, 깨 등을 넣어 단맛과 매운맛이 강하게 난다. 횟감을 다 먹은 뒤 별도로 나오는 국수사리를 말아 먹는 것, 그리고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물회를 각자 떠먹는 방식도 이 지역 특징이다. 다양한 해산물을 넣은 모둠물회는 고성부터 강릉까지 고르게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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