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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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도중 배우자 사망 법률상 여전히 부부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08-04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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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소송 도중 배우자 사망 법률상 여전히 부부

    이혼소송 도중 배우자가 사망하면 상속 재산과 위자료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부인이 남편이 잘못했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도 함께 청구했다. 그런데 소송 도중 남편이 사망한다면, 이혼하자던 부인의 상속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어쩌면 위자료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데 말이다. 최근 이에 관한 부산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2013년 2월쯤 S씨는 남편 구모(54) 씨와 말다툼을 하다 가출해 부산가정법원에 이혼 청구소송을 제기, 같은 해 8월 ‘이혼하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S씨는 패소 부분인 위자료 청구 기각에 한해 즉각 항소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인 9월 중순께 남편 구씨가 갑자기 사망했다.

    이에 구씨 딸이 “S씨가 1심에서 이혼 청구 부분에 관해 승소했고 위자료 부분만 항소한 것이므로 이혼은 확정됐다”면서 “아버지 사망에 따른 계모 S씨의 상속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부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원고 측은 또 “아버지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었으므로, S씨가 죽은 아버지 재산을 상속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S씨가 1심 판결 일부에 대해서만 항소했더라도 1심 판결 전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혼이 최종 결정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혼소송 도중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이혼소송 자체도 동시에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사망한 구씨와 부인 S씨는 법률상 여전히 혼인관계이므로 상속권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짧은 내용이지만 많은 법률상식이 녹아 있는 판결이다. 먼저 재판의 ‘확정’이란 당사자 스스로 더는 재판을 원하지 않거나,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 선고까지 완전히 끝난 상태를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1심 판결이 있었다 해도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고, 한쪽 배우자의 사망으로 이혼소송 자체가 소멸한 것일 뿐, 이를 판결이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없으니 법적으로는 두 사람의 부부관계가 완전히 끊겼다고 말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상속에 관한 ‘배우자’의 의미다. 여기서 배우자란 가족관계등록부상 배우자로 올라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자녀의 어머니인 전부인이 생존해 있다 해도 법률상 배우자는 분명히 남편의 사망 당시 배우자로 기록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상속법 원칙상 당연히 가장 많은 상속지분을 갖는 법률상 배우자임에 명백한 S씨가 상속인 지위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 딸이 억울해하는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해도 상속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률에 정면으로 반한다.

    이혼이 급증하는 세태에서 이러한 문제는 애정이 식어버린 부부 중 한 사람이 사망했을 때 흔히 발생한다. 많은 분쟁이 망자의 부모 또는 자식과 사실상 남남이 돼버린 배우자 사이에서 망자 재산을 두고 벌어진다. 법에 정한 기준을 감정이 좌우할 수는 없다. 그것이 ‘법적 안정성’이다. 한두 번 흔들리다 보면 기준 자체가 파괴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사전에 방지해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과연 당사자는 이런 법과 재판에 흔쾌히 승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만든 법’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변명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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