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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즐겨라~ 삼바 월드컵 10

눈앞의 기적 … 로봇다리 시축

월드컵 개막식 하반신 마비 환자 ‘웨어러블 로봇’에 큰 관심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눈앞의 기적 … 로봇다리 시축

눈앞의 기적 … 로봇다리 시축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서 하반신 장애인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시축하는 모습의 가상도.

2014 브라질월드컵 개막식 때 특별한 시축행사가 있을 계획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땅을 밟고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걸은 뒤 한쪽 발로 축구공을 차 개막을 알리는 것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걷게 하는 데는 특별한 장치가 동원된다. ‘아이언맨 슈트’라고도 부르는 ‘웨어러블 로봇’(입는 로봇)이다. 걷지 못하는 장애인이 로봇다리를 입고 월드컵 시작을 알리는 것. 이 행사는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라는 비영리 협력 연구에서 시작됐다. 주된 연구는 미국 듀크대 미겔 니콜레리스 교수 팀이 맡았다.

사실 웨어러블 로봇은 이미 실용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된 것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하는 로봇은 한층 특별하다. 사람 뇌파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뇌파측정용 전극’(EEG)을 이용해 사람의 두뇌 속 신경에 흐르는 미세한 전기를 측정했다. 그다음 이 신호를 컴퓨터로 분석해 로봇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연구팀은 20~35세 실험 참가자 8명을 모집해 지난해 11월부터 브라질에 있는 연구소에서 특별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중 4명이 다리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그중 한 명이 이번 시축에 도전한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종족과 싸우려고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전장으로 향한다. 이 로봇은 정면에서 달려오는 자동차를 두 팔로 부숴버릴 만큼 힘이 세다.

사람 뇌파 이용해 로봇 조종



눈앞의 기적 … 로봇다리 시축

미국 듀크대 미겔 니콜레리스 교수 팀은 착용자의 뇌파를 감지해 작동하는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개발해 2014 브라질월드컵 시연을 목표로 실험 중이다.

현실에도 이런 로봇이 있다. 주로 군사용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군사적 목적에서였다. 따라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아니라 온몸이 튼튼한 군인이 입도록 만들어졌다. 초기형 로봇은 그것을 입은 사람이 팔다리를 움직이면 발뒤꿈치나 발등, 허벅지 등의 압력을 감지한 로봇이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는 ‘감압 센서’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일단 사람이 움직인 뒤 이를 감지하고 따라 움직이는 형태라 반응이 늦고 오류도 발생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여러 다른 방식의 연구가 이어졌다. 착용자의 발목과 무릎에 실리는 힘을 측정한 다음 동작 순서를 계산해 미리 로봇을 움직이는 ‘토크 컨트롤’ 방식, 사람이 힘을 줄 때 근육이 딱딱해지는 ‘근육경도’를 측정하는 방식, 근육에서 생기는 미세한 전기를 측정하는 ‘근전도’ 방식 등이다.

이런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나라는 미국이다. 이미 실용화 직전까지 도달한 모델도 있다. 미국 군수산업체 ‘록히드마틴’이 미국 UC버클리대의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한 ‘헐크(HULC)’라는 이름의 웨어러블 로봇이 그중 하나다. 이 로봇은 한 번 충전으로 90kg 상당의 짐을 나를 수 있고, 시속 16km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비슷한 성능의 ‘하이퍼’라는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이 밖에 미국 방위산업체 ‘레이시온’이 개발한 ‘XOS2’는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속 로봇과 거의 비슷해 보일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입고 있는 사람의 힘을 17배나 키워주면서 축구를 하거나, 두 주먹으로 펀칭볼을 연타로 두들길 수 있을 만큼 민첩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전력 소모량이 커 전선을 연결해야만 쓸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힘이 약한 노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도 있다. 일본 연구진이 2012년 개발한 노인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 ‘할(HAL)’은 현재 일본 병원 등에서 의료용으로 사용 중이다. 할을 입으면 노인도 40kg 정도의 물건을 가뿐히 들어 올릴 수 있고, 다리에 큰 피로감 없이 시속 4km 속도로 계속 걸을 수 있다.

이 기술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나 전신 마비 장애인에게도 분명 매력적이다. 이스라엘의 ‘리워크’와 미국의 ‘이레그스’ 같은 로봇은 이런 용도를 갖고 있다. 이 경우는 기술 구동 방식이 군사용이나 노인용 로봇과 좀 다른데, 마비 환자의 경우 근육이나 신경의 움직임이 없어 로봇이 이를 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무게중심’을 측정하는 방식을 쓴다. 사람이 걸어가려고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로봇 왼발을 움직이는 식이다. 보조수단으로 센서가 달린 목발까지 짚으면 하반신 마비 장애인도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하다.

살아 있는 다리처럼 움직이나

문제는 이 방식이 복잡한 동작을 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전신 마비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로봇연구자들이 ‘뇌파’에 주목하는 건 이 때문이다. 사람이 걷고 뛰고 발길질하는 등 몸을 움직이면 뇌에는 특정 뇌파가 생긴다. 이 신호를 파악해 로봇에게 보내면 마치 살아 있는 다리처럼 웨어러블 로봇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이런 장치를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뇌파 판독 자체가 어려운 데다 두피의 정전기, 주변 전파 등 다양한 것들이 잡음을 만들어 해독을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과학자는 “콘서트장에서 벽 너머의 친구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 등장할 웨어러블 로봇에 관심이 쏠리는 건 사상 최초로 이 기술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니콜레리스 교수팀이 사용한 EEG 방식은 뇌 안에서 생기는 미약한 전압 변화를 읽어내는 것으로, 병원에서 뇌파검사를 할 때 자주 쓴다. 드물지만 적외선을 뇌에 쏘아 보낸 뒤 반사되는 신호를 읽는 ‘근적외선 방식’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고, MRI(자기공명영상)와 같은 원리인 ‘자기공명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뇌파를 읽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뇌수술로 사람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것이지만, 수술 안정성을 먼저 확보해야 해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니콜레리스 교수는 2008년 원숭이의 대뇌피질에 전극을 달아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해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의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마비 환자는 2000만~2500만 명에 달한다”며 “(이번 시축은) 이런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942호 (p34~35)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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