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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김원곤 교수의 외국어 도전기

적당히 때려 맞혀…생활 일본어 알쏭달쏭

JLPT N1 27.1% 낮은 합격률에도 무난히 통과 기쁨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적당히 때려 맞혀…생활 일본어 알쏭달쏭

적당히 때려 맞혀…생활 일본어 알쏭달쏭

김원곤 교수가 공부했던 일본어 교재들이 책상 위에 쌓여 있다(왼쪽). JLPT N1 일본어능력인정서.

일본어 능력 평가시험 JLPT 원서 접수는 사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로 했다. 수험료는 N1, 2, 3 등급의 경우 똑같이 4만2000원, 그리고 초보 등급인 N4, 5 등은 3만8000원이었다. 석 달 전 6급 시험을 치르려고 수험료 8만5000원을 냈던 중국어 능력 평가시험인 한어수평고시(HSK)에 비해 부담이 가벼운 편이었다. 이는 아마 중국어에서는 쓰기시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평가, 채점하는 데 추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JLPT에서는 그런 시험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드디어 2011년 7월 3일 일요일 시험날이 됐다. 때마침 장맛비가 드세게 내리는 가운데 시험 장소인 서울 송파구 가락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25분인 입실 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10시쯤 학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일본인다운 세심한 배려

시험장은 본관 건물 3층에 있는 2학년 5반 교실이었다. 시험 시작 전 문득 궁금해 수험생 수를 세어보니, 총 28개 자리 중 7명이나 결시해 21명만 앉아 있었다. 장맛비 때문에 못 온 것은 아닐 텐데, 많은 수험생이 결시한 사연이 은근히 궁금했다.

어쨌든 시험은 시작됐고 젊은 여자 시험 감독관이 들어와 문제지와 답안지를 나눠줬다. 답안지는 두 장으로, 첫 장은 언어지식과 독해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 장은 듣기를 위한 것이었다. 답안지에 수험번호와 영문 이름이 인쇄돼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험은 10시 45분 시작됐다.



첫 시간에는 110분 동안 언어지식과 독해를 한꺼번에 풀게 돼 있었다. 언어지식 영역에서는 그간 열심히 공부했던 문법 관련 문제보다 생활 일본어에 바탕을 둔 회화 중심 표현법에 관한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일본 현지 생활 경험이 있는 유학생 출신 수험생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을 테지만, 오로지 학원에서 공부한 것만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나 같은 수험생에게는 상당히 힘들게 느껴졌다.

독해 영역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으나 언어지식에 비해서는 웬만큼 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독해에서 고득점을 하지 못하면 사전에 예상한 총점 전략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못내 신경이 쓰였다.

12시 35분 첫 시간이 종료되고, 12시 55분까지 20분간 휴식 시간이 주어진 다음 두 번째 시간에 듣기시험이 시작됐다. 그런데 모두 5가지 문제 유형 중 장문 듣기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 유형에서 본문제를 들려주기 전 연습용 예제를 한 번씩 틀어주는 것이 매우 이채로웠다. 본문제 청취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을 여유를 주려는 의도로 생각됐다. 게다가 두 번째 유형의 문제를 들려준 후에는 비록 짧지만 잠시 휴식 시간까지 줘 수험생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친절함도 보여줬다. 일본인 특유의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듣기는 예상보다 더 어렵거나 그렇다고 더 쉽지도 않았다. 다만 즉시 응답 파트인 제4문제 유형에서 비즈니스와 관련한 대화 형식 문제가 대량 출제된 것이 두드러지는 점이었다.

시험을 치르고 시험장을 나서자마자 시험 내내 두 개 답을 놓고 알쏭달쏭했던 세 문제의 정답을 바로 사전으로 확인해봤다. 그리고 세 문제 모두 틀린 것을 확인하자 ‘나이가 드니 적당히 때려 맞히는 능력도 떨어진 모양’이라고 혼자 씁쓸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시험 후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니, 합격 여부를 놓고 걱정했던 HSK와 달리 비록 좋은 점수는 아니더라도 합격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란 자신이 생겼다. 결과 발표 시점은 시험 후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라는 소문 외에는 구체적인 일정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8월 30일 저녁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2011년 1회 JLPT 성적이 8월 31일 오전 9시 30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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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 아침 긴장 속에 JLPT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합격이라는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세부 점수 확인에 들어갔다. 총점 119점으로 합격 기준점인 100점을 무난히 넘겼다. 그리고 각각의 세부 영역 점수는 다음과 같았다.

대체적으로 언어지식 영역을 제외하면 시험 전 예상과 크게 차이가 없는 성적이었다. 언어지식에서 기대 이하 점수가 나온 것은 앞서 얘기한 대로 문법 관련 문제 대신 개인적으로 취약한 생활 일본어 문제가 많이 출제된 이유가 큰 것으로 판단됐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3월 중순에 치른 HSK 최고 등급인 6급 합격에 이어, 7월 초 응시한 JLPT에서 최고 등급에 합격하니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더구나 내가 응시했던 2011년 7월 JLPT N1 시험의 전체 합격률은 27.1%(일본 국외 응시생만 놓고 보면 26.7%)로, 30%는 넘었던 역대 합격률보다 낮아서 그 기쁨이 배가됐다.

당시에는 중국어, 일본어에서 거둔 이 정도 성과라면 그다음으로 예정된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에서는 설령 불합격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편안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어쨌든 계획된 도전은 도전이었다. JLPT 합격으로 기분이 상당히 ‘업(up)’된 상태에서 마음은 이미 다음 시험인 프랑스어 능력 평가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참고로 홈페이지에서의 합격 발표 이후 정식 합격통지서와 N1 등급 일본어능력시험인정서는 9월 16일자 ‘JLPT 일본어능력시험 서울실시위원회’ 명의로 우체국택배를 통해 발송돼왔다.



주간동아 942호 (p70~71)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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