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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개성 충돌 vs 개성 살리기 승자는?

‘소녀시대’ & ‘투애니원’ 새 앨범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개성 충돌 vs 개성 살리기 승자는?

개성 충돌 vs 개성 살리기 승자는?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투애니원(위)과 소녀시대.

소녀시대와 투애니원(2NE1)이 같은 시기에 새 앨범을 발매했다. 소녀시대가 2월 24일, 투애니원이 27일이다. 각각 2007년, 2008년 데뷔한 그들에게 이번 앨범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0대 후반 ‘소녀’들이 계속 데뷔하는 지금 이들을 더는 ‘걸그룹’이라 부르기엔 좀 어쭙잖다. 아이돌 이후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계속 걸그룹 범주에 묶여 있기엔 시장 반응이 심상찮다.

2007년 빅뱅과 원더걸스의 등장 이후 아이돌은 다시금 대중음악계의 중원을 차지했다. 음악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스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기능이었다. 아이돌은 신드롬을 먹고산다. 그래야만 팬을 넘어 일반 대중의 품에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빅뱅과 원더걸스, 소녀시대, 투애니원이 그랬다. 그들은 모두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캐릭터와 비주얼로 무장했고, 아이돌에 시큰둥한 이들의 귀까지 사로잡는 ‘노래’가 있었다. 동방신기, 비, 세븐이 장악하던 2000년대 초·중반이 ‘스타는 있으되 노래는 없는’ 시대였다면, 이들은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만족하게 했다. 아이돌 르네상스였다.

하지만 최근 그런 신드롬을 만들어낸 아이돌 팀이 있었던가. 고작 크레용팝 정도가 떠오른다. 지난해 엑소(EXO)가 100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음반 판매량을 달성했지만 아이돌 인기의 근거인 10대 이상에서는 그 인기를 확인하기 힘들다. 그 밖의 그룹, 특히 걸그룹은 이런 경향이 심각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성 가수에게는 종종 성적 코드가 입혀진다. 더는 음악적으로 어필할 수 없을 때 여성 가수는 섹시 코드라는 양날의 칼을 뽑아들곤 한다. 그리고 ‘누가 더 많이 벗느냐’의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S.E.S와 핑클로 정립된 걸그룹 시대의 첫 화두는 청순이었다. 열세에 놓였던 핑클이 판도를 뒤집은 건 3집 ‘NOW’부터였다. 풍만한 가슴골과 뇌쇄적인 눈빛을 드러내는 순간 핑클은 소녀에서 여자가 됐다. 여전히 청순한 이미지를 고집하던 S.E.S는 순식간에 1등 자리를 내줘야 했다. 베이비복스 등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걸그룹 역시 핑클의 성공전략에 따라 노출과 섹시 콘셉트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대중의 말초신경은 자극했을지언정 기억에 깊이 각인되진 못했다. DJ DOC의 이하늘이 베이비복스를 두고 ‘미아리복스’라고 비아냥거린 사건은 자극이 곧바로 호감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상징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2004년 이효리의 솔로 데뷔 이후 불어닥친 열풍으로 섹시 코드는 여성 가수의 성공을 위한 유일무이한 길처럼 여겨졌다. 채연, 손담비 등이 무서울 만큼 섹시함을 과시하며 남성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 결과는? 도를 넘어선 노출에 쏟아지는 악성댓글을 견디지 못한 유니의 자살로 끝났다. 지금을 걸그룹 시대의 끝이라 진단하는 이유는 이런 경험 때문이다. 지난해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는 걸그룹의 무기가 결국 섹시 코드로 종착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최근 ‘섹시’를 넘어 ‘섹스’ 코드로 화제를 모은 스텔라의 ‘마리오네트’는 그동안 이어져온 유행에 찍은 마침표처럼 보인다. 더는 나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걸그룹 1세대인 소녀시대와 투애니원은 이 위기를 돌파하려고 무엇을 선택할까. 상업적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건 다시 음악이다. 나는 투애니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투애니원은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을 결합한 불량소녀 이미지로 앨범 전반에 걸쳐 음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 각 멤버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앨범이다. 반면 소녀시대는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악적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데뷔하고 9년 동안 성장한 멤버 9명의 캐릭터가 하나로 뭉치지 않고 부딪친다.

멤버 개성을 살리는 것으로 다른 흐름을 만들어낸 투애니원, 멤버 개성이 충돌해 통일성과 다양성 어느 것도 이루지 못한 소녀시대. 걸그룹 위기 시대, 1세대 스타의 엇갈리는 현주소다.



주간동아 928호 (p72~72)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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