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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지재룡 주중대사 北, 3월 전격 소환하나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 탄탄한 인맥 구축 중국 반발이 변수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지재룡 주중대사 北, 3월 전격 소환하나

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중국 내 취재원으로부터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배경에 대해 들었다. 이 사건에 대해 북한 엘리트 집단은 세대교체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취재원은 전했다. 젊은 지도자의 등장에 따라 구세대가 물러나고 신세대가 권력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새롭게 뜬 파워엘리트 ‘봉화조’

그동안 어린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행보는 원로들이 보기엔 불만스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김정일 체제의 원로 그룹은 더는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할 수 없게 됐다. 어린 지도자라고 얕잡아보거나 실수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공포정치’는 신세대 엘리트에게도 ‘김정은에게 절대 복종’이라는 메시지를 뚜렷히 남겼다.

장성택 숙청과 관련해 북한 파워엘리트 그룹 봉화조(熢火組)가 그 중심 구실을 했다는 게 취재원들의 설명이다. 봉화조는 중국 태자당(혁명 원로나 고위공직자 자제)과 비교되는 파워엘리트 2세 조직으로, 북한판 태자당으로 부르기도 한다. 2013년 1월 봉화조는 모임을 갖고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조직의 최고 맏형으로 추대했다. 최룡해는 항일 빨치산 혁명 2세대로 봉화조 조직의 최고 연장자다. 그의 아버지 최현은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운동을 펼친 인물로 김일성 주석과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최룡해를 맏형으로 추대한 2013년 1월 봉화조 모임에서 이미 장성택 문제가 논의됐다. 장성택 라인이 북한 사회 저변으로 퍼져나가 무시 못 할 세력으로 성장했다는 사실과 이들이 지나치게 ‘설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장성택 세력은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라고 비판받았다. ‘김정은 유일체제 완수와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이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게 1월 모임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는 ‘왕조’에 해당하는 백두혈통 세력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장성택은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에도 여러 차례 숙청을 당하는 등 위기를 넘겼다. 김 전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저서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에서 장성택의 아슬아슬했던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장성택은 여러 가지 일에 종사하면서도 김정일의 얼굴색을 살피거나 눈치를 보는 식의 일처리를 하지 않았다. (중략) 김정일이 빨리 처리하라고 독촉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기 때문에 의견 대립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후지모토는 1995년 김일성 추도 1주년을 전후해 한 연회장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다.

‘장성택과 대화를 나누던 김정일이 갑자기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가 김정일에게 다른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김정일은 분을 억누르지 못해 앞에 놓여 있던 스테인리스 냅킨꽂이를 집어 들어 던지려 했다. 부인 고영희가 팔을 잡아 큰일을 막았다.’

‘김정은 방중’ 논의 전면 중단

지재룡 주중대사 北, 3월 전격 소환하나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데니스 로드먼 등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선수들의 농구경기를 관람했다며 ‘노동신문’이 1월 9일 보도한 사진. 중앙 객석에 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모습이 보인다.

장성택의 ‘버릇없는 행동’을 아마도 김 전 위원장은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각별히 예뻐했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 아닌가. 그러나 김정은은 이야기가 다르다. 어린 나이가 약점인 그에게 장성택의 언행은 자신을 무시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장성택 세력을 제거해야 하는 이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 같은 분위기를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장성택은 자기 방식으로 계속 행동하다 결국 화를 부른 셈이다.

봉화조 모임에서 장성택 세력 제거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1월부터 준비 작업이 차근차근 이뤄졌다. 10월에는 해외로 나가 있던 장성택 라인의 무역일꾼이 일제히 평양으로 소환되기 시작했다. 이들을 불러들여 물증을 확보해가며 그의 목을 죄여간 것이다. 측근들로부터 각종 비리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 마무리된 11월 18일 평양은 장성택을 가택 연금했다. 연금조치는 30분 전 중국 측에 통보했다. 이는 장성택이 중국 고위관계자들과 두터운 인맥을 가진 친(親)중국파 인사란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 무렵 북한과 중국은 ‘김정은 방중’을 조율하고 있었다. 북한은 그간 중국 측에 새 지도자의 중국 방문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에 미온적이던 베이징의 태도는 지난해 10월 말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변 외교 업무 좌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외교 강화를 역설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들은 북한과 중국이 12월 방중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 와중에 장성택 연금 사실을 통보받은 중국은 충격이 컸다. 김정은 방중 관련 논의도 순식간에 전면 중단됐다.

연금 일주일 뒤인 11월 25일 평양은 장성택의 최측근이던 조선노동당 행정부의 이용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체포했고, 이틀 뒤 처형했다. 12월 8일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장성택 체포 장면을 공개한 평양은 나흘 뒤인 12일 그를 전격 총살했다. 처형하려면 명분이 필요했다. 국가전복, 즉 쿠데타 혐의가 만들어졌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장성택 세력과 군부 세력 간 총격전은 없었다는 게 필자 취재원의 전언이었다.

그가 처형된 이후 언론 관심은 최측근이던 지재룡 주중북한대사에게 쏠렸다. 장성택을 등에 업고 잘나가던 지 대사는 2004년 장성택이 분파 행위로 몰려 숙청될 때 함께 지방으로 쫓겨났다 그가 권력에 복귀한 직후인 2006년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복직했고, 2010년 10월 26일 주중북한대사로 부임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지 대사는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1월 29일에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이른바 ‘중대제안’과 관련해 주중북한대사관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장성택의 핵심측근이라는 지 대사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취재원은 평양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 대사 역시 조만간 대사직에서 물러나 평양으로 귀환하기로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르면 3월 소환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평양이 지 대사 소환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 측 반발이 빤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지만, 우회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왔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중국어판 인터넷 홈페이지에 장성택 관련 기사와 사진을 여전히 싣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항목에 2012년 8월 당시 장성택의 방중 기사와 사진을 올려둔 것이다. 그가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를 각각 만나 회담한 내용 및 사진이다.

북한 권력층 세대교체 가속도

지재룡 주중대사 北, 3월 전격 소환하나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장성택 전 조선노동당 행정부장(왼쪽)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2012년 8월 회담 사진.

장성택 처형 이후 평양은 또 다른 장면으로 세계 주목을 끌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 일행의 방북 때문이다. 1월 8일 김정은 생일을 맞아 로드먼 일행은 북한 농구팀과 경기를 가졌다. 로드먼은 경기에 앞서 생일 축가까지 불러 비판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장 관람석에서 특이한 장면이 포착됐다. 김정은, 이설주 부부뿐 아니라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총정치국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도 부부 동반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렇듯 고위급 인사가 부부 동반으로 등장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한 북한 전문가는 “이설주가 북한에 서구문화를 불러들이는 구실을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정은 체제 돌입 이후 이설주의 공개 행보는 북한 사회에 닥친 가장 큰 파격이다. 최고지도자 부인 자격으로 공식석상에 수시로 등장한다는 점, 서구적 미모에 화려한 패션은 물론, 마땅히 착용해야 할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렇다. 모두 과거 북한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재룡 주중대사 北, 3월 전격 소환하나

2011년 2월 13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김정철(가운데) 일행이 싱가포르 언더워터월드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관람하는 모습이 일본 ‘TV아사히’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북 소식통은 당시 김정철과 동행한 이들 가운데 북한 고위층 2세 모임인 ‘봉화조’ 멤버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행보의 영향은 점차 북한 사회 전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로드먼의 농구경기에 많은 고위급 인사가 부부 동반으로 나타난 것도 이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대미 외교통인 강 부총리의 등장은 그가 로드먼의 방북에 깊이 관여해왔음을 시사한다. 거꾸로 여러 고위급 인사의 부부 동반 참석이 이설주에게만 쏠리는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관람석을 통틀어 여성이 단 한 명이면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지나치게 부각될 수 있으므로, 이를 희석하려고 다른 고위층 인사의 부인도 참석하게 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앞으로 북한 권력층의 세대교체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안에 65세 이상 주요 간부는 전원 현장에서 퇴진하고, 아울러 45세 이상은 아예 고위직 진출을 금하는 조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또한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만큼 대남 유화 제스처를 적극 펼치리라는 예상도 이어졌다.



주간동아 2014.02.24 926호 (p48~50)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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