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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박근혜 정부 2년 과제

“약속 바꾸면서도 선방…갑을관계 개선 더 챙겨야 ”

인터뷰 | ‘돌아온’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약속 바꾸면서도 선방…갑을관계 개선 더 챙겨야 ”

“약속 바꾸면서도 선방…갑을관계 개선 더 챙겨야 ”
노회찬(58·사진) 전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1년 동안 전체 틀을 잘 유지하면서 대체로 ‘선방’했지만, 선방했다고 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임기 2년 차에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시장질서를 정상화하는 갑을관계 개선 노력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의원직을 박탈당했고, 지난해 4월 그의 지역구(서울 노원병)에서 안철수 의원이 당선했다. 노 전 대표는 박 대통령 임기 1년을 원외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2월 14일로 자격정지 1년이 끝나 정계로 ‘돌아온’ 노 전 대표를 2월 19일 서울 국회대로 70길 정의당 당사에서 만났다.

“악재로부터 방어만” 치명적 약점

▼ 2월 25일이면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꽤 괜찮은 지지율이고, 지난 1년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1년 차에 파국 직전까지 갔던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도 선방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악재로부터 방어만 하기에 급급했다’는 치명적 약점도 숨어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사건 등은 물러서지 않으면서 방어한 반면, 경제민주화와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반값등록금 등 주요 공약은 많이 후퇴했다. 선거 공약은 지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나름의 고민과 노력, 의지를 국민과 소통하면서 설명했어야 한다. 박 대통령 공약집 제목이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봐서는 ‘약속을 바꾸는 세상’으로 제목을 바꿔야 할 거 같다.”



▼ 외교·국방 분야는 대체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이고 일본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국민에게 점수를 딴 듯하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을 키우겠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이 대립으로 치달으면 우리에게 좋을 게 없다. 한일 정상회담도 피하기만 해선 안 된다. 양국 정상이 만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대책과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회적인 정치 행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일본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 북한 문제는 어떤가.

“그 분야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북한이) 억지를 부리면 뒤에서 주고받고 했는데, 이산가족 상봉 과정을 보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발휘되는 거 같다. 화해·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건은 북핵 문제다. 말도 많았지만 6자 회담을 통해 풀어야 한다. 핵무기 최대 피해국이 우리나라인 만큼 당사국 지위를 활용해 문제 해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삼촌 따라 장에 가는 아이처럼 미국을 따라가기보다 적극적인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같은 사회갈등 조정 분야는 어떻게 보나.

“철도노조 파업은 파국 직전 정치권이 나서 수습됐지만, 문제는 꼭 일이 터져야 나선다는 점이다. 노동운동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없는 회사도 많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의 노동부(고용노동부)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에서 파견 나온 사람처럼, 점령군처럼 노동자를 대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기업인은 만나지만 노동자는 만나지 않는다. 노동 분야를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 노동 분야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도 꼭 필요하다.”

▼ 노동 분야에서 정상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비정상의 정상화 얘기를 하면서 일부 공공기관 노조의 나눠먹기와 부조리만 지적할 게 아니라 파견노동자나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정상화 조치도 필요하다. 약하고 억울한 사람을 감싸 안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냈다.

“개인의 법 위반 행위는 심판받으면 된다. 그런데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히틀러를 경험한 독일과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신중해야 한다. 나도 과거 한나라당이 불법대선자금 ‘차떼기’를 했을 때 한나라당 해산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치적 공세일 뿐, 국기문란으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하진 않았다. 법무부는 나쁜 전례를 만들었다.”

▼ 경제, 복지 분야는 어떻게 보나.

“박 대통령의 공약은 복지예산을 늘여 복지수혜자의 구매력과 가처분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생산 활성화를 이룬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물론 선거 공약이라 부풀린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수정한 공약을 잘만 이행해도 성과를 낼 거다. 그런데 사실 2차 부도도 걱정된다.”

“약속 바꾸면서도 선방…갑을관계 개선 더 챙겨야 ”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 분야를 적대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3년 12월 22일 경찰이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

“선거에 복지국가 주도 내세울 것”

▼ 2차 부도라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입대책이 지하경제 양성화인데(박근혜 정부는 공약가계부상 5년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27조 원을 마련키로 했다), 이런 대책은 목표를 이루지 못하거나 세입 구멍이 나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이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인식이 강하니까, 세금이 걷히지 않으면 복지경제 약속도 축소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2차 부도 아닌가. 일자리 문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매달 수출 증가율을 보고받았듯, 박 대통령도 일자리 증가율, 고용률 등을 직접 챙겨야 해결된다.”

▼ 2년 차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사안은?

“지난해 상반기 갑을관계 정상화, 시장질서, 거래질서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는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불거지면서 묻혔다. 공정거래법을 고쳐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시장은 강자와 약자 구분이 명확하고 공생관계도 약하다. 현찰이 있으면서도 약속어음을 지급해 와리캉(어음 할인)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게 시급하다.”

▼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정의당의 지방선거 전략은.

“누구와 상의한 것은 아니다. 후보로 거론되기 때문에 의사를 밝힌 거다. 2년 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나도 선거운동을 했는데 지금 나서는 것은 맞지 않다.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정부 심판론보다 복지국가 주도 정당이라는 점을 내세워 표를 받을 거다.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민주주의 모델, 한국형 스웨덴 모델 같은 복지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거다. 지금은 지지율이 낮고 작은 정당이지만,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한국 컬링 국가대표팀처럼 성장하고 있고 또 감동을 주겠다.”



주간동아 2014.02.24 926호 (p20~21)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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