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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오히려 혼자라 행복할 수 있잖아요

싱글족에 쏠린 시선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오히려 혼자라 행복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혼자라 행복할 수 있잖아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싱글 남성 6명이 출연하는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언제부터인가 TV가 싱글족 일상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솔로족, 나홀로족, 싱글턴(singleton), 독거인, 독신주의자 등 싱글족을 부르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어물녀나 초식남, 혹은 히키코모리 같은 다소 부정적 어감의 용어로 싱글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을 설명하는 용어에는 어느 정도 자발성이 내포됐고,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케치하는 이들의 일상 역시 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4가구 중 1가구는 ‘싱글’

싱글족 삶을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MBC ‘나 혼자 산다’이다. 김광규, 데프콘, 양요섭(비스트), 전현무, 김용건, 김민준이 출연한다. 이들은 싱글족이라는 한 테두리에 묶여 있지만 자발적 싱글, 비자발적 싱글, 돌싱(돌아온 싱글), 성공한 독신남, 아직 어린 20대 초보 싱글 등 각자 가진 캐릭터와 이야기는 천차만별이다. 현재 하차했지만 한때는 가수 김태원과 배우 이성재가 출연해 기러기 아빠의 나 홀로 삶을 전하기도 했다.

출연진 연령대도 다양하다. 막내인 양요섭은 만 24세, 가장 연장자로 ‘대부님’이라고 불리는 김용건은 만 67세니 이 둘의 나이 차는 43세나 된다. 언뜻 봐도 엄청난 격차의 두 사람이 싱글족이라는 한 접점에서 만나는 것은 우리 사회 속 1인 가구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혼자 살면서 겪는 청소나 요리 같은 일상 속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한라산 등반이나 첫 해외여행 등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미션 수행’까지 다양한 모습을 비춘다.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는 누운 자세로 TV를 볼 수 있는 전현무의 안경이나 김민준이 선보인 ‘옷 리폼’ 방식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혼자 사는 출연진의 일상이 그것을 바라보는 현실 속 싱글족에게 소소하고 세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때로는 김광규가 솔로 탈출을 하려고 소개팅을 하거나, 어렵사리 떠난 여행길에서 외로움을 느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거는 등 혼자 사는 사람의 외로움과 그런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전하기도 한다. 아직 익숙지 않은 ‘혼자 사는 것’에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역시 여과 없이 전한다. 하지만 김민준이 한라산을 등반하는 모습, 김광규가 첫 해외여행에 나선 모습 등을 통해 혼자만의 삶 속에도 기승전결이 느껴지는 재미와 그 나름의 보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 혼자이기에 가능한 여유로운 일상이 대리만족을 전하기도 한다.

오히려 혼자라 행복할 수 있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이 식사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모습을 다루는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한 장면.

요즘 화제인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역시 이수경, 윤두준, 윤소희가 출연해 혼자 사는 사람의 서로 다른 일상을 조명한다. 이 드라마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에도 유독 혼자 맛집을 찾아가는 일만은 어색해하는 한국 싱글족의 솔직한 단면을 다뤄 공감을 이끌어냈다. 드라마는 제목에 맞게 ‘먹방’(먹는 방송) 장면에 특별히 공을 들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의 초라한 일상을 그리기보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 식사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모습을 다룬다.

과거에도 TV 드라마에 싱글족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결혼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서 그려졌을 뿐이다. 오늘날에는 이들의 삶을 전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처럼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싱글족의 일상을 조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는 한 예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12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가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25.3%에 이르며 2035년에는 34.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4곳 중 1곳이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싱글이지만 성숙한 삶

오히려 혼자라 행복할 수 있잖아요

MBC ‘나 혼자 산다’는 김민준의 한라산 등반, 김광규의 해외 여행 등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 싱글족의 삶에도 다양한 재미와 보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나 혼자 산다’의 최행호 PD는 “최근 10년 사이 가구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젊은 세대는 과거보다 결혼하기 힘들어졌고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혼율도 높아졌다. 이런 사회적 변화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담은 우리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해 이들 마음을 훔치려는 ‘솔로 이코노미’도 급부상하는 만큼 싱글족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시대에는 오히려 혼자이기에 가능한 것도 많다.

물론 우리 사회 모든 싱글족이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건 아니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다뤘듯,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고시원 쪽방에서 쓸쓸히 혼자만의 삶을 사는 비자발적 1인 가구 비율도 상당하다. 자발적 싱글족 역시 아무리 “혼자서도 잘 살아요”라고 말해도 동정 내지는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편견에 시달리곤 한다. 무엇보다 살면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에 느끼는 고독에 단련돼야 한다.

하지만 싱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결말이 더는 결혼이 아닌 시대라는 점에는 대다수가 동의한다. 혼자의 삶은 때로는 불편하거나 외롭지만, 그 불편함과 고독이 타인과 함께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과 주변 사례를 통해 잘 안다.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은 “1인 가구, 즉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비주류라고 낙인찍는 시선에 동의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미혼이라는 용어보다 적극적으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비혼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나”라며 “요즘은 기존 세대와 새 세대 간 충돌이 발생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성장하는 일이 꼭 결혼을 통해서만 이뤄진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이는 사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대다수가 동의하는 명제 아닐까.



주간동아 922호 (p70~71)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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