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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 500억 원 ‘쩐의 전쟁’?

프로야구 FA 역대 최고·최대로 후끈…계약 조건 축소·사전 접촉 금지 위배도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짜고 친 500억 원 ‘쩐의 전쟁’?

짜고 친 500억 원 ‘쩐의 전쟁’?

정근우(왼쪽)와 이용규는 각각 4년간 70억 원, 67억 원에 한화로 이적했다.

열흘이 채 안 되는 사이 총액 532억5000만 원이 풀렸다. ‘빅5’에게만 322억 원이 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 프로야구 ‘2014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다양한 기록을 남긴 채 사실상 폐장했다. 이번 FA 시장은 대상 선수의 면면이나 수를 봤을 때 역대 최대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됐고, 이 같은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표 참조).

FA 권리를 행사한 16명 가운데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인 윤석민(전 KIA)을 제외한 15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강민호(롯데·총액 75억 원), 정근우(한화·70억 원), 이용규(한화·67억 원), 장원삼(삼성·60억 원) 이종욱(NC·50억 원) 등 ‘빅5’에게는 322억 원이라는 돈다발이 떨어졌다.

일찌감치 ‘FA 시장의 큰손’ 구실을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던 한화는 다른 구단 선수와의 협상 첫날인 11월 17일 새벽 정근우(전 SK), 이용규(전 KIA)라는 테이블세터(1·2번 타자) 2명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 보상금액을 제외하고도 2명을 영입하는 데 137억 원을 썼다. 한화는 이에 앞서 내부 FA인 이대수(20억 원), 한상훈(13억 원), 박정진(8억 원)과도 총액 41억 원에 계약했다. 이틀에 걸쳐 한화가 FA 5명에 들인 돈은 178억 원. 이는 한 해 단일 구단이 FA 시장에서 투자한 최고액이다. 이전까지 역대 최고액은 2003년 말 삼성의 145억4900만 원이다.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류현진 덕에 화끈하게 돈 푼 한화

한화가 FA 시장에서 거금을 마음대로 쏟아부을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종잣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 류현진을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보내면서 280억 원에 이르는 포스팅머니를 손에 넣었고, 이 돈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공격적 투자를 한 것이다. 최근 5년간 4번이나 페넌트레이스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는 ‘떠나보낸 자식’ 류현진 덕에 이제 꼴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이번 FA 시장에서 유독 큰 관심을 끈 선수는 총액 규모 면에서 ‘톱 3’를 기록한 강민호, 정근우, 이용규이다. 이들은 2004년 심정수(총액 60억 원)가 세운 역대 최고액 계약 기록을 10년 만에 갈아치우며 나란히 FA 최고액 계약 선수 톱 3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용규를 제외한 강민호와 정근우의 계약조건이 축소 발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강민호는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기간에 롯데와 4년 총액 75억 원에 잔류를 택했다. 롯데는 계약금 35억 원에 4년간 연봉 10억 원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사실 강민호의 몸값은 이보다 높다. 최소 80억 원이라는 게 구단 안팎의 증언이다. 그렇다면 왜 구단과 강민호는 축소 발표라는 편법을 썼을까.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강민호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즉 “그동안 짠돌이 이미지가 강했던 구단은 80억 원대의 돈을 쓰면서 일거에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다 발표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80억 원대라는 상징적 의미에 부담감을 느낀 강민호가 오히려 ‘줄여서 발표하자’고 구단을 설득했다”는 설명.

정근우가 한화에 입단하는 과정에서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정근우는 전 소속팀 SK와 우선협상 기간 마지막 날인 11월 16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도 협상을 했다. 그러나 양측의 생각 차이는 제법 컸다. SK는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은 정근우에게 최종적으로 4년간 총액 70억 원을 제안했고, 정근우는 4년간 옵션 없이 총액 80억 원 보장을 요구했다”고 공개했다. 결국 정근우는 시장에 나왔고, 17일 새벽 한화와 계약했다. 한화의 계약 조건 역시 4년간 총액 70억 원이었다.

똑같이 한화로 이적했지만, KIA 출신 이용규는 전 소속팀 KIA의 최종안(4년간 총액 57억 원)보다 정확히 10억 원(총액 기준)을 더 받고 한화로 갔다. 그렇다면 정근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 똑같은 70억 원이라면 “다른 팀으로의 이적보다 SK 잔류가 먼저”라고 그토록 주장했던 정근우는 자기 말과도 배치된 행동을 한 셈이다.

여기에는 강민호-롯데와는 또 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즉, 당초 한화가 정근우에게 책정해놓은 금액은 총액 70억 원이 맞다. SK가 기껏해야 60억 원대 제안을 하리라는 첩보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SK가 과감히 70억 원을 베팅했다. 일찌감치 SK에서 마음이 떠난 정근우를 잡지는 못했지만, 총액 70억 원은 협상 결렬을 기대하며 대기하던 한화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미 그룹에 보고가 끝난 상황이었던 한화는 11월 17일이 마침 일요일이라 미처 수정 보고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구단은 급한 대로 70억 원에 웃돈을 얹어 정근우와 계약하고도 발표는 그룹에 보고했던 대로 70억 원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짜고 친 500억 원 ‘쩐의 전쟁’?
지나친 몸값 부메랑 될 우려

짜고 친 500억 원 ‘쩐의 전쟁’?

4년 75억 원으로 FA 최고액 계약을 세운 롯데 강민호(왼쪽)와 4년 60억 원으로 투수 최고액 계약을 세운 삼성 장원삼은 원 소속구단에 잔류하게 됐다.

이번 FA 시장에 쏟아진 돈은 총 532억5000만 원이다. 이전 역대 최고였던 2011년 261억 원의 배가 넘는다. FA 시장에서 스타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한국 프로야구가 프로스포츠로서 크게 성장 중이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화가 투자한 막대한 금액은 류현진의 포스팅머니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일부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아져 앞으로 각 구단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소지가 크다. 특히 일부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동업자 간 신뢰를 깨는 ‘탬퍼링(tampering·사전 접촉)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각 구단 단장들은 우선협상 기간이던 11월 12일 긴급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열고 ‘탬퍼링을 하지 말자’는 자정 결의와 함께 규정에서 어긋난 행동이 발각될 경우 엄중하게 징계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FA 시장에서도 탬퍼링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정근우, 이용규의 계약이 11월 17일 새벽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이 이런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유명무실해진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기간을 유지해야 하는지, 또 선수마다 차별화된 보상규정을 도입할 필요는 없는지, FA 자격 연수를 9년에서 줄일 필요는 없는지 등 이번 기회에 FA 규약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간동아 2013.11.25 914호 (p54~55)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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