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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 아베노믹스 한국엔 ‘부담노믹스’

엔화 가치 급락 대일 수출경쟁력 약화…일본계 자금 유출 금융시장도 영향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leebuh@hri.co.kr

日 아베노믹스 한국엔 ‘부담노믹스’

2012년 12월 26일 일본은 미증유의 경제대책을 들고 나온 새 내각을 맞았다. 1991년 버블 붕괴 이래 20여 년간 일본은 실질 경제성장률이 0.8%에 불과하고,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6% 증가에 그치는 난국을 겪었다. 이름 하여 ‘잃어버린 20년’. 세계 경제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일본 경제는 전반적인 극심한 수요 부족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아베노믹스는 장기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일본 경제를 재생시키려는 전략으로, 미증유의 경기침체에 맞선 미증유의 종합경기대책이라 할 수 있다. 아베 내각은 1월 11일 13조1000억 엔 규모의 경기대책을 발표했다. 4월 4일에는 일본은행이 본원통화량 증대, 국채 무제한 매입 등의 내용을 담은 무제한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6월 14일에는 ‘일본재흥전략(Japan is Back)’에 ‘일본산업재흥플랜’을 제시함으로써 아베노믹스를 완성했다.

그간 제기된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리한 경기대책으로 국가부채를 급증시켰을 뿐 아니라 이를 일본은행의 국채 무제한 매입이라는 정책으로 뒷받침해 심각한 재정규율 악화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국채금리와 물가가 급등해 또 다른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른 하나는 통화량 증대와 엔저 유도를 통해 수출 중심의 경기 및 고용 회복으로 경제주체의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경기회복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다.

양적완화로 긍정적인 모습

이런 상반된 평가에도 현재 시점까지만 놓고 보면 아베노믹스는 분명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목표부터 살펴보면, 일본의 본원통화량은 2013년 8월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목표수준인 200조 엔의 약 89% 수준에 이르렀고, 시중통화의 유통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목표를 달성했다. 그 덕에 일본 엔화가 달러 대비 90엔대 후반까지 하락하면서 아베 내각 출범 당시에 비해 15% 가깝게 절하돼 일본정부나 민간 부문에서의 기대수준인 90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급격한 엔저 현상에도 일본의 수출경기 회복은 요원하리라는 시중의 우려와 달리, 3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더욱이 엔저로 수입물가는 급상승하지만 생산자물가가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이 해외에서의 생산보다 유리해지고 있다. 그 결과 일본 법인기업 매출과 이익 등 전반적인 채산성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기업 업황도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각 기업의 경영 성과도 호전되고 있다.

더욱이 아베노믹스 등장 이후 가장 우려되던 금리와 물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아베 내각 출범 당시 0.7% 후반이었으나 최근에는 0.6% 초반 수준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6월 플러스로 전환된 가운데 여전히 1% 미만 수준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인다. 디플레이션 탈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영향은 일본 경제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민간소비 증가세가 지속되고, 설비투자와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전반적으로 활력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와 미래의 경기 향방을 나타내는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 모두 상승세를 지속해 일본 경제 회복세는 2014년에도 지속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日 아베노믹스 한국엔 ‘부담노믹스’
하지만 우리 처지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원론적으로는 아베노믹스가 세계 경기를 개선함에 따라 한국의 수출 역시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한국 경제에 그다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원화 가치와의 격차가 확대되고, 국내 기업에 비해 일본 기업의 자국 내 생산이 훨씬 유리해짐으로써 국내 기업의 대일 경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주요 수출산업의 대일 수출경쟁력이 부분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시장에서는 철강 및 철강제품이, 중국 시장에서는 그에 더해 정밀기기의 비교우위가 약화됐다. 유럽 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의 대일 비교열위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밀기기마저 비교우위에서 비교열위로 돌아섰다.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기업이 누리던 장점이 흔들리는 것이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들어 8월까지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억 달러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일 관광수지가 악화하면서 경상수지 손실도 발생했다. 한국의 대일 관광지출은 5억 달러 증가한 데 반해 일본의 대한(對韓) 관광지출은 7억 달러가량 감소해 전체적으로 12억 달러 내외의 관광수지 손실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경상수지의 3% 수준에 이르는 만만찮은 규모다.

한국 금융시장도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일본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유출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엔화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기업 실적 개선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아베 내각 출범 당시에 비해 40% 이상 상승했다. 그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일본계 자금 가운데 누적규모 3970억 원가량이 2013년 7월까지 유출된 것이다.

국내 경제 상시 대응 채비 갖춰야

9월 초 아베노믹스는 큰 전기를 맞았다. 일본 내에서는 그간 아베 내각이 우경화 논란과 함께 원자력발전 문제, 소비세 인상안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함에 따라 지지율이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마침 2020 도쿄올림픽 개최가 결정되면서 아베노믹스 역시 새로운 추동력을 얻었다. 일본 경제를 보는 안팎 시각도 대체적으로 엔화 약세와 금리 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이후에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일본 경제 회복과 재정건전성 개선을 동시에 이뤄야 하고, 1차 아베 내각(2006년 6월~2007년 7월)을 실패로 이끌었던 각료들의 부정부패와 정치·외교·군사적 충돌 심화, 구조개혁 실패 경험 등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기 전까지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은 상시적 문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처지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성패와 관계없이 늘 대일 경쟁 심화와 금융시장 리스크 발생 우려에 노출됐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들 리스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상시 대응하는 자세다. 준비만 됐다면 제 아무리 큰 파도라도 타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3.11.25 914호 (p50~51)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leebuh@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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