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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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천안함 사건 처절히 반성하나

천안함 정치학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4-02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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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금 천안함 사건 처절히 반성하나

    이정훈 지음/ 514쪽/ 글마당 펴냄/ 2만3000원

    3월 26일은 천안함 폭침사건 2주기였다. 천안함 46용사와 고(故) 한주호 준위 유가족은 아직까지도 눈물과 한숨이 마르지 않았다. 저자는 “천안함 폭침사건은 대한민국이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는 ‘집단사고 증후군(group thinking)’에 빠졌다가 허를 찔린 ‘작은 6·25’”라고 말한다. 이 책은 천안함 폭침사건을 정리한 후 곧바로 불편한 사실을 들고 나왔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터진 날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64회 생일로, 이명박 대통령은 자녀들이 차려준 김 여사의 생일상을 받다가 깜짝 놀라 청와대 벙커로 달려왔다는 것. 그러나 아내 생일에 비수 같은 공격을 당해 자신의 부하 46명이 전사했는데도 이 대통령은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

    저자는 천안함 폭침 자작극 의혹 제기를 몇 가지 증거를 들어 간단히 제압했다. 먼저 천안함이 내부에서 폭발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러려면 배에 있던 무기고나 유류탱크, 돌아가던 엔진이 폭발했어야 한다. 그러나 건져 올린 천안함은 무기고와 유류탱크, 엔진이 터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현장은 백령도 어민이 늘 조업하던 곳으로 암초가 없다. 그러므로 천안함이 암초에 좌초해 파손됐다는 이야기는 말이 안 된다. 일부는 천안함이 노후해 피로파괴가 됐다고 주장한다. 피로파괴가 되려면 배를 파손할 정도로 큰 파도가 쳐야 한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사건 직전 승조원들은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것이야말로 큰 파도가 없었다는 결정적 증거다.

    천안함 폭침사건이 벌어지기 전해인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싱가포르 비밀 만남을 시작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이 접촉은 그해 11월 대청해전이 벌어진 다음에도 계속됐다. 2010년 해가 바뀌자 북한은 갑자기 성전(聖戰)을 선언하고 북방한계선(NLL) 너머로 방사포 등을 쏘며 일제(TOT) 사격을 하는 도발을 해왔다. 북한은 긴장감 조성 쪽으로 돌아섰는데, 한국은 정상회담에 대한 미련 때문에 계속 유화적 태도를 취하는 우를 범했다.

    “국가 지도부의 생각이 남북회담에 쏠렸으면, 정보 분석도 그에 맞춰 북한 공세를 안일하게 해석한다.” 저자는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출항한 사실을 알면서도 충분한 경계를 발령하지 않은 것은 정보부대가 국가 지도부의 의중을 따라간 증거라고 말한다. 결국은 정보의 실패→경계의 실패→천안함 폭침을 부른 셈이다. 그 당시에도 기름값이 제법 높았기에, 정보부대의 위험 경고가 없으면 작전부대는 군함에 ‘기름값을 아끼는 항해를 하라’고 지시했다. 대청해전과 북한군의 일제 사격, 북한의 성전 선언으로 긴장이 높던 2월 18일 합참은 경계강화 해제를 지시했다.

    “이명박 정부와 군은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에도 계속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군제(軍制) 때문에 천안함 폭침사건을 당한 것이 아닌데도 군제를 바꾸는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3군이 싸우는 자중지란을 부른다. 적극적 억제를 거론함으로써 응징보복의 길을 열어줄 것 같은 이 대통령이 슬그머니 주저앉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보수의 실패를 자초했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3년 연기해 미국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정보를 토대로 천안함 폭침사건을 냉철히 분석했다. 안보를 제대로 알지 못해 허둥대는 대통령, 그리고 싸워서 이기는 군인보다 정치군인이 득세하는 군 내부의 모습을 담았다.

    저자는 ‘실패를 처절하게 분석해야 역전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책을 썼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국가 안보가 흔들리는 것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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