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2012.03.05

감정 콕 찍어낸 재치 있는 입담

연극 ‘옥탑방 고양이’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2-03-05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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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콕 찍어낸 재치 있는 입담
    사기를 당하거나 계약을 잘못해 청춘남녀가 한집에 동거하는 로맨스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는 익숙해서 더 인기를 얻는다. 관객이 예측 가능한 러브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기대를 걸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러다 티격태격 다툰 끝에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는 시점이 되면 객석에서 기다렸다는 듯 탄성이 터져 나온다.

    동명 소설과 드라마로 잘 알려진 연극 ‘옥탑방 고양이’는 바로 이러한 주제를 담는다. 2010년 개막해 지금까지 ‘롱런’ 중이다. 이 연극은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가 의도치 않게 동거하면서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기본 줄거리에, 신데렐라 스토리와 삼각관계, 코믹한 동성애 코드를 가미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인기몰이하는 것은 대중적인 스토리텔링 자체보다 재치 있는 대본과 연출 덕이다. 소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연극 무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길고 느슨한 이야기를 두 시간 내로 압축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카메라 프레임과는 확연히 다른 데다 운신의 폭도 좁은 무대에서 극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다.

    감정 콕 찍어낸 재치 있는 입담
    ‘옥탑방 고양이’의 경우 이야기의 잔가지를 쳐내고 옥탑방을 배경으로 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이 새롭지는 않지만, 그로 인한 감정의 흐름을 적절한 타이밍에 섬세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서민의 생활고,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모습을 더해 구색을 잘 맞췄다. 그러나 여주인공 정은이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고, 남자 주인공 경민이 공익을 생각하는 건축가인 만큼 사회비판적 내용을 좀 더 포함시켜도 매력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해피엔딩을 이루는 ‘낭만 희극’에는 종종 유머를 담당하는 커플이 서브플롯을 형성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고양이 커플이 그 역을 맡았다. 고양이 커플은 정은의 부모님, 택배기사, 열쇠집 아저씨, 정은의 남자친구, 경민의 여자친구 등 일인다역을 소화하고 무대를 전환하는 일까지 맡아 공연을 이끌어간다. 무대 구석에서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튀어나오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대는 전환을 최소화하고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이 작품은 노련한 배우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보다 풋풋한 신인 배우의 가식 없는 연기가 더 잘 어울리는 면이 있다. 대학로 틴틴홀, 오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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