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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태안의 눈물, 삼성의 침묵 02

속 터져 죽는 피해배상 협상

배상기준과 금액 놓고 마찰…사정(査定)재판은 8월에 시작

  •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속 터져 죽는 피해배상 협상

속 터져 죽는 피해배상 협상

2011년 12월 7일 기름유출 사고 4주년을 맞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시위를 벌이는 피해민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한 재판에서 “충돌 및 해양오염의 주 원인은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에, 오염 확대 원인은 유조선 측에 있다”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결정을 확정했다. 하지만 과실이 인정됐다고 삼성에 피해배상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국제법상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유조선 보험사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이 배상한다. 가입 회원국의 정유사 하주(荷主)가 낸 분담금으로 운영하는 IOPC는 유조선의 보험 한도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한다. 우리나라는 1973년 IOPC에 가입했다. 가입 시기와 분담금에 따라 배상금 한도가 다르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 유조선 보험사와 IOPC가 지급할 수 있는 배상금은 최대 3216억 원이다. 그중 1860억 원을 보험사가 지급한다.

사고가 난 지 4년이 지났는데도 배상이 제대로 안 되는 까닭은 피해 주민과 IOPC의 피해 산정액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유조선 측에 청구된 피해는 모두 2만8872건이고 금액은 2조6000억 원에 달한다. 2월 현재 IOPC는 그중 80%를 사정(査定)한 상태에서 4132건, 1719억 원만 인정했다. 신청건수의 14%, 청구금액의 6.6%다. 이 기준에 따라 IOPC가 주민에게 지급한 금액은 3175건에 대한 1533억6400만 원이다.

배상 늦어져 주민 빚도 늘어나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IOPC의 자료 요구 때문이다. IOPC는 영수증이나 장부, 면허증, 세무자료 등 증빙서류를 뒷받침한 경우에만 피해로 인정한다.

“같은 위치에 있는 펜션이라도 자료가 없으면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굴이나 낙지, 조개를 채취하는 맨손어업은 소득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



태안군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문승일 사무국장의 말이다.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지원과 전강석 과장도 “입증자료 제시는 매우 불합리한 요구”라며 “굴양식업자 중 면허를 가진 사람은 10%도 안 된다. 최소한 양식장 철거비용이라도 줘야 하는데 안 준다”며 IOPC를 비판했다.

배상금액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관할법원에서 재판한다. 지난 2년간 IOPC와 서산지방법원은 사정재판을 위한 검증단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야 타협이 이뤄져 재판 전 단계인 검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IOPC의 피해배상은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졌다. 사정재판은 8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IOPC가 법원 판결에 불복하면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산하 허베이스피리트 피해지원단 관계자는 “IOPC 측에서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했기 때문에 민사소송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서도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주민은 2008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정부 보상을 받게 된다. 사정재판에서 인정된 피해금액이 IOPC 배상한도액을 넘어서면 정부가 초과분을 부담한다.

배상이 늦어지면서 주민 빚도 늘고 있다. 빚은 대부금과 대지급금으로 구분된다. 대부금은 배상금이 나오기 전까지 정부에서 2년 상환에 무이자로 빌려준 돈이다. 대지급금은 사정은 이뤄졌지만 아직 돈을 못 받은 주민에게 배상금을 담보로 지급한 돈이다. 태안군에 따르면 2월 현재 대부금 총액은 278억2500만 원이고 대지급금은 10억5200만 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삼성 문제에 대해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설 일이 아니다. 다만 대화 자리를 만들어 양측 의견을 조율하도록 도울 뿐이다. 삼성의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은 별개다. 정부 중재도에 한계가 있다.”



주간동아 827호 (p15~15)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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