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7

2012.03.05

‘건강검진’이 열 효자보다 낫다

건강수명 늘리는 간편한 방법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입력2012-03-05 0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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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구팔팔이삼사(99882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아프다 죽(死)고 싶다는 뜻으로, 사람들의 ‘무병장수’ 염원을 담았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잘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건강수명’이다.

    사람들은 흔히 수명을 얘기할 때 ‘평균수명’이라는 말을 쓴다. 평균수명이란 갓난아기가 앞으로 몇 년이나 살 것인지를 나타낸다. 반면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병치레하는 기간을 뺀 것으로, 정상생활이 가능한 수명을 뜻한다. 거꾸로 평균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빼면 ‘병치레 기간’이 나온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1.3세. 당시 한국인 평균수명이 78.6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죽기 전 평균 7~8년간 병치레를 하는 셈이다.

    건강수명과 관련해 눈여겨볼 또 한 가지는 ‘산 좋고 물 맑은 시골에서 살면 건강하다’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건강수명은 73.9세인 데 반해, 전남도민의 건강수명은 68.3세로 5년 남짓 차이 났다. 병치레 기간도 전남(9.5년)이 서울(6.5년)보다 3년 더 길었다.

    이 같은 차이는 도시주민의 평균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건강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많고, 병원 등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만 봐도 서울은 2.9명이었는데 전남은 1.6명밖에 되지 않았다.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보다 의료시설 접근성이 건강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시보다 지역 거주자 병치레 길어

    건강검진 참여율 또한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보사연의 이번 조사에서 서울 등 도시주민의 건강검진 참여율은 60%를 넘었으나 건강수명이 짧은 강원(55%)과 제주(53%)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에 비해 여자의 병치레 기간이 훨씬 길게 나타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남자의 병치레 기간은 평균 5.6년인 데 반해, 여자는 8.9년이다. 특히 제주 여자의 병치레 기간은 12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여자의 평균수명이 남자보다 7년 정도 길다고 하지만, 이처럼 병치레 기간이 길면 남자보다 더 사는 기간에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여자의 병치레 기간이 긴 것은 남자와 달리 출산을 겪는 데다, 가사나 육아 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지 않아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는 남자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있지만, 전업주부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이 열 효자보다 낫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만으로도 병치레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건강수명과 병치레 기간은 은퇴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건강수명은 근로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상 정년퇴직한 후 처음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를 공식은퇴연령으로 보는데, 한국 남성의 경우 현재 60세다. 이에 반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연령을 실질퇴직연령이라고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 남자의 실질퇴직연령은 71.2세다. 건강수명(71.3세)과 실질퇴직연령이 거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건강수명 연장과 함께 실질퇴직연령이 늦춰지면 자연스레 일 없이 지내는 은퇴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노후준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덜 수 있다.

    병치레 기간은 의료비 부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통상 은퇴하면 생활비가 적게 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은퇴설계 전문가들은 노후생활 기간을 활동기, 회상기, 간병기로 구분해 자금을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은퇴한 지 얼마 안 되는 활동기에는 취미 활동이나 여행 등 그동안 일하느라 미뤄두었던 여가생활을 즐기려고 오히려 지출이 늘 수 있다. 이후 서서히 노화가 진행되면서 활동량이 줄어들어 생활비도 적게 드는 회상기에 접어든다. 외부활동이 줄면서 남는 시간에 옛날 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민간보험 가입으로 간병기 대비를

    문제는 회상기 다음의 간병기, 즉 병치레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치매와 각종 질병 탓에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의료비 부담도 커진다. 간병기는 의료비가 곧 생활비라고 할 만큼 생활비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따라서 성공적인 노후준비의 핵심은 병치레 기간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선책은 건강검진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병치레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건강검진이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는 사람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제도를 이용하면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역세대주와 직장 가입자 및 만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일반건강검진을 실시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가운데 만 40세와 66세에 해당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애전환기건강검진을 실시하는데, 일반건강검진보다 검진항목이 많다. 그리고 만 40세 이상 남녀는 증상이 없어도 2년마다 위암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50세 이상 남녀는 1년마다 대장암 검진이 가능하다. 여자는 30세가 되면 2년마다 자궁경부암검진을, 40세부터는 2년마다 유방암검진을 받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병치레 기간을 맞이할 것에 대비해 민간의료보험을 준비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암보험 가입은 필수다. 암은 81세까지 생존한 한국인 3명 중 1명(36.2%)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린다고 할 만큼 발병률이 높고, 일단 발병하면 많은 치료비가 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암 치료에 환자 1인당 위암은 2685만 원, 폐암은 4657만 원, 간암은 6662만 원이 든다.

    ‘건강검진’이 열 효자보다 낫다
    의료실비보험에도 가입해두면 좋다. 의료실비보험은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의 90%를 실비로 보장해주기 때문에 병원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암보험과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보장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가능하면 보장기간을 길게 정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요즘은 암보험과 의료실비보험 모두 100세까지 보장해주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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