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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자율주행차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교통규칙 어겨야 더 안전한 상황 등 특별 상황 인지 불능  …  사고 책임 문제도 고민

자율주행차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자율주행차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shutterstock]

구글, 테슬라 같은 외국 기업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삼성, 네이버, 만도 등 국내 기업도 계속해서 자율주행차를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난리 법석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자율주행차는 언제쯤 우리 삶으로 깊숙이 들어올까. 그리고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두고 국내 자율주행차 전문가 몇몇과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전문가 대다수가 2020년 정도면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2020년이면 이제 3년밖에 남지 않았다. 도대체 지금 도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자율주행차를 소개할 때 항상 언급하는 추억의 드라마가 있다. 1980년대 국내에 ‘전격Z작전(Knight Rider)’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미국 드라마 혹시 기억나는가. 이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과 대화를 하고, 주인공이 부르면 알아서 달려가는 ‘키트’라는 인공지능(AI) 자동차가 나온다. 바로 그 키트 같은 자동차가 자율주행차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이다.



운전자 없는 차, 3년 내 거리 누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테슬라 같은 자동차 업체는 2년 안(2019)에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부 뉴욕에 있는 차를 소환(summon)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니까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의 등장이 눈앞에 와 있는 것이다.



이미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고, 차선 중앙으로 달리는 정도의 기능을 가진 자동차는 도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은 더 발전해 운전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시내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자율주행하는 수준이 됐다.

앞으로 운전은 자동차가 알아서 하고, 탑승자는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런 추세를 염두에 두고 전문가 대다수는 2020년 정도면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되리라 전망한다. 3년 후에는 집에 주차된 자동차를 회사로 소환하고 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 일상생활에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자동변속기도 기술 자체는 1930년대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90년대다. 안전성 검증에 50년가량이 걸렸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돌아다닐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다만 운전자의 구실이 최소화된 자율주행차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로에서 보게 될 수도 있다. 전화, 휴대용 뮤직플레이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소형컴퓨터 등의 기능이 집약된 스마트폰이 몇 년 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인의 생활필수품이 된 걸 보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자율주행차가 도로의 대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여러 쟁점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문제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테슬라 자동차로 자율주행을 하면서 영화를 보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자동차가 트레일러의 하얀색을 인식하지 못하고 질주한 것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도로 위의 종이상자와 돌멩이를 구분하는 단순한 일을 어려워한다.

이 사고 이후 자율주행차의 안전 문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미국 교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결론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것이다.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 발생률 면에서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보다 60%가량 낮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선 7년간 320만km, 그러니까 지구를 80바퀴  정도 도는 거리를 시험운행했다. 그사이 경미한 사고가 17건 발생했다. 그 가운데 구글 자율주행차의 과실로 생긴 사고는 1건뿐이었다. 그러니까 데이터만 보면 인간 운전자보다 자율주행차가 훨씬 더 안전운행을 한 것이다.



‘열광’이 아닌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제 마음 놓고 운전대를 인공지능에 맡겨도 되는 걸까.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다양한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대응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언제나 교통규칙을 지키도록 설정돼 있다. 만약 도로에서 융통성이 필요할 때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은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자율주행차 앞으로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들 때 그 자동차의 인공지능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아이들을 구하고자 방향을 틀면 자동차가 망가지면서 탑승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 인간이 운전한다면 평소 자신의 가치관, 윤리관, 운동신경 등에 따라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도 자기가 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경우는 복잡하다. 아이 여럿과 탑승자 하나 가운데 누구를 구해야 할까. 또 그런 어려운 결정을 누가 해야 할까. 만약 그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은 자동차 업체와 탑승자 가운데 누가 져야 할까. 만약 특별한 상황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자동차를 소비자가 과연 구매할까.

얼마 전 화제를 모으며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여주인공 은탁이 미끄러져 내려오는 트럭을 자기 자동차로 막아 유치원 버스를 타는 아이들을 구하고 죽은 일이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대세가 되면 이렇게 자기 목숨을 희생하고 아이를 구하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할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윤리적 딜레마를 안고 있는 안전 문제를 비롯해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사회적 영향들을 꼼꼼히 따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물어보자. 자율주행차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자율주행차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야간 도심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왼쪽)[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삼성전자가 만든 자율주행차. 현대자동차 그랜저 내부에 다양한 센서를 매립하는 형태로 제작해 겉모습은 일반 차량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주간동아 2017.05.24 1089호 (p72~73)

  • 지식 큐레이터 imty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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