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1

2011.11.07

‘방황하는 청년’ 햄릿이 왔다

뮤지컬 ‘햄릿’

  • 김유림 rim@donga.com

    입력2011-11-07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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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황하는 청년’ 햄릿이 왔다
    원작자 셰익스피어가 뮤지컬 ‘햄릿’을 본다면?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장황한 대사를 제거한 뮤지컬 ‘햄릿’에 다소 섭섭해하면서도 “아니, 사람들이 내 작품을 이렇게 재밌어 하다니! 조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잖아!” 하고 놀라지 않을까. 뮤지컬 ‘햄릿’은 특정 인물 중심으로 줄거리를 집약해 속도감이 넘친다. 군더더기 대사 없이 30여 곡의 노래만으로 극을 역동적으로 밀고 나간다. 지루한 것 싫어하고 궁금한 것 못 견디는 요즘 관객 입맛에 딱 맞는 재구성이다.

    덴마크 왕자 햄릿은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삼촌 클라우디우스, 그리고 그와 결혼한 어머니 거투르트 왕비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 햄릿은 사랑을 약속한 오필리어에게 모욕을 주고, 실수로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를 살해한다. 이 때문에 오필리어는 정신을 놓은 채 목숨을 버린다. 햄릿은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스와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클라우디우스는 햄릿을 겨누는 레어티스의 검에 독을 묻혀둔다.

    이 뮤지컬의 특징은 수많은 등장인물 중 오필리어와 거투르트 왕비, 두 여성에게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사랑에 설레고, 사랑을 믿지만 결국 사랑 탓에 모든 걸 잃는 오필리어는 한없이 연약하고 그래서 더 안타깝다. 오필리어가 절벽에서 몸을 던질 때 특수 무대장치를 이용해 천천히 낙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흰옷을 날개처럼 펼친 채 스르륵 떨어지는 그는 방향성을 잃은 천사 같다.

    거투르트 왕비의 솔로곡 ‘사랑을 원하는 나(원제 : I am untrue)’는 왜 그가 선왕의 죽음을 묵인하고 새로운 남편을 맞게 됐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왕비이기 전에 사랑받고 싶은 한 여성이었던 것. 홀로 거울 앞에 서서 노래를 읊조리는 모습은 화려한 붉은 드레스와 극명히 대비돼 덧없다.

    발라드뿐 아니라 보사노바, 록, 재즈까지 참 다양한 음악을 엮었다. 작사와 작곡을 맡은 체코 국민가수 야넥 레덱츠키는 기성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였다. 그 덕에 햄릿은 울부짖고 복수를 다짐하는 어두운 모습에서 벗어나, 탭댄스도 추고 흥을 아는, 철부지 ‘방황하는 청년’으로 재탄생했다.



    역동적으로 회전하는 무대 역시 돋보인다. 사방을 각각 다르게 구성한 무대 덕분에 빠른 장면 전환이 가능하다. 회전무대는 때로 영상을 투사하는 막 구실도 한다. 무대극의 한계를 극복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집약됐다. 미국 제작진으로부터 “오리지널 햄릿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은 배우 김수용의 연기는 기대치를 뛰어넘는다. 12월 17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02-639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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