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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방정책’ 앞세운 인도의 반격

중국 ‘진주 목걸이 전략’대응 군사력 강화…베트남·미얀마에 러브콜 보내 협력 추진

‘동방정책’ 앞세운 인도의 반격

인도가 12월 사거리 5000km 수준의 탄도미사일 아그니 5호를 사상 처음으로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아그니는 산스크리트어로 ‘불’이라는 뜻. 인도 국민이 대부분 믿는 힌두교에선 아그니를 ‘불의 신’이라고 부른다. 탄도미사일에 이 이름을 붙인 것은 외부 침략을 불로 응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그니 5호 미사일은 전장 17.5m, 직경 2m, 무게 5t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1.5t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중국 동북단의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까지 타격할 수 있다. “아그니 5호 시험 발사에 성공할 경우 모든 종류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인도 정부 무기개발 담당자의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중국의 실질적 위협에 맞대응

인도는 최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각종 탄도미사일의 개발과 시험 발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아그니 1호(사거리 700~ 1200km), 2호(2000~2500km), 3호(3000 ~3500km)를 개발해 실전 배치했는데, 아그니 2호는 중국 남부지역을, 3호는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도는 최근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건조하고 최신예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군사력을 적극 강화하는 중이다. 먼저 2014년까지 4만t급의 첫 번째 항모를 자체기술로 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후에는 6만t급 항모도 자체 건조할 방침이다. 현재 인도는 1987년 영국에서 도입한 2만8000t급 경(輕)항모 INS 비라트호를 보유하고 있지만, 너무 낡아 2012년경 퇴역시킬 예정이다. 이를 대체할 새 항모는 러시아에서 리모델링 중인 4만5000t급 아드미랄 고르시코프호다.



또한 인도는 2009년 7월 자체 제작한 7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진수한 바 있는데, 시험가동을 거쳐 이 잠수함을 내년 중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인도는 핵 잠수함 4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인데,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이들 잠수함에 장착할 사거리 700km 수준의 미사일 K-15를 개발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인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중국에 이어 여섯 번째로 육해공 모두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인도 정부는 4월 차세대 전투기 126대(110억 달러 규모)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프랑스 닷소(라팔)와 유럽 EADS(유로파이터 타이푼)를 선정하는 등 공군력도 대폭 증강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스텔스 전투기 T-50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국영 전투기 제작사인 수호이와 인도 국영 항공우주기업인 힌두스탄 아에로노틱스 리미티드는 2015년까지 T-50 500대를 제작해 양국 공군에 각각 250대씩 공급하기로 했다.

인도가 이렇듯 숨 가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국방력을 증강하는 이유는 중국의 실질적 위협 때문이다. 인도는 그동안 중무장한 중국 함대가 해적 소탕을 명분으로 인도양을 통과해 소말리아 해역까지 진출한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해왔다. 중국이 자국 바다인 인도양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난 수십 년간 파키스탄을 주적으로 간주했던 인도가 올해부터 중국을 중·장기적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양국은 이미 1962년 10월 국경지역 영토 문제로 전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인도는 최근 중국이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진주 목걸이(珍珠·String of Pearls) 전략’을 예의 주시한다. 이는 중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검은 진주(석유)’의 안전한 해상 수송로를 확보하려고 그 수송로에 자리한 국가와 정치적·외교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미얀마(시트웨), 스리랑카(함반토타), 방글라데시(치타공), 파키스탄(과다르) 등 역내 주요 국가 항구를 자국 군함이 이용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이렇듯 ‘목걸이’를 연결하면 인도를 포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러한 중국 행보에 맞서 인도는 남중국해에 적극 진출하는 등 이른바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추진한다. 인도가 최근 관계를 강화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까닭에 인도에 손을 내미는 상황. 이를테면 양국의 ‘궁합’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미·일과 ‘3국 전략대화’ 창설도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10월 12일 자국을 국빈 방문한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인도 국영 석유회사인 ONGC와 베트남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베트남은 남중국해 해저유전을 합작 개발한다는 계약에 서명하기도 했다. 양국이 공동 개발하려는 이 해역은 시사 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 영어명 파라셀 제도) 인근으로, 베트남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이 해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가 자국 주권이 미치는 지역이라는 견해를 굽히지 않는다.

이 밖에도 인도와 베트남은 올 들어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열어 양국 해군 사이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는 또 남중국해 인근 냐짱 항에 인도 해군함정을 기항해달라는 베트남의 제의를 호의적으로 검토 중이다.

심지어 인도는 중국과 동맹을 맺은 미얀마에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싱 총리는 10월 14일 자국을 국빈 방문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각종 인프라 건설에 5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은 원유와 가스 부문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인도 기업의 미얀마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기로 했다.

그간 중국은 미얀마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물심양면 지원을 해왔다. 특히 미얀마 영토에 속한 일부 섬을 임대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레이더를 비롯한 해상 감시장비를 배치하기도 했다. 인도로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양과 접한 미얀마와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뿐 아니라 인도는 말라카 해협과 접한 인도네시아와도 기존의 우호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고 있다. 양국은 10월 4일부터 포괄적경제협력협정(CECA) 체결을 위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싱 총리는 1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국빈 자격으로 초청해 대규모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이나 일본과의 협력도 궤도에 올랐다. 인도는 1월 이들 나라와 ‘3국 전략대화’를 창설하기로 합의했다. 세 나라는 안전보장 및 경제협력 문제와 관련해 속 깊은 토론이 이뤄질 전략대화를 통해 향후 중국을 견제해나갈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해군과 합동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흔히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용을, 인도를 상징하는 동물로 코끼리를 꼽는다. 눈앞까지 닥쳐온 ‘용상지쟁(龍象之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1.10.24 809호 (p48~49)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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