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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단죄할 수 있나

살인죄 공소시효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단죄할 수 있나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단죄할 수 있나
6월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 아서 패터슨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이번에는 우리 사법당국이 패터슨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건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4월 3일,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한국인 대학생 조중필 씨가 9차례나 무참하게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에드워드 리와 패터슨이라는 주한미군 자녀 2명만 있었고, 둘은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결국 수사당국은 둘 중 에드워드 리를 살인자로 지목해 기소했다.

에드워드 리는 1심에서는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1998년 4월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뒤 서울고등법원은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99년 9월 재상고심에서도 “범인이 아닌 목격자로 추정된다”며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반면 패터슨은 살인현장에서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만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장기 1년 6월, 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98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는 그해 8월출국금지가 연장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출국했다.

둘 중 한 명이 살인범인데 그 둘의 신병을 확보하고도 아무도 살인죄로 처벌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연을 영화로도 제작해 재조명했고, 2년 전 유족이 패터슨을 고소해 검찰이 미국 측에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패터슨이 살인죄로 처벌받으려면 공소시효 기간 내에 우리 사법당국이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해 기소해야 하고, 그의 살인혐의도 재판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먼저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으로, 현재 만료일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6개월 안에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해 기소절차까지 마쳐야 한다. 그러나 패터슨의 국내 송환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의 신병인도 재판에 1년 이상이 걸리고, 송환판결이 내려진다 해도 이에 대한 적절성을 따지는 인신보호청원이라는 절차까지 거친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검찰은 패터슨이 국내에 송환되기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시효 정지라는 요건을 인정받으려면 패터슨의 출국 행위에 ‘도주 의사’가 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패터슨은 합법적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았고 출국금지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하자 없이 출국했다고 주장해 도주 의사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 노력으로 패터슨을 기소한다고 가정해도, 14년이나 지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패터슨의 살인혐의를 새롭게 입증해낼 수 있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물론 범인은 둘 중 한 명인데, 한 명이 무죄라면 논리적으로 패터슨이 범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패터슨의 살인혐의를 인정받으려면 에드워드 리의 무죄선고와는 별도로 그가 범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형사절차에서 유죄판결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을 때 가능하다. 형사소송 절차에서는 ‘적어도 둘 중 한 명은 범인이라는 사실’과 ‘그중 특정인이 범인이라는 사실’은 다른 것이다. 다행히 패터슨이 스스로 살인을 저질렀음을 친구에게 자인한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존재한다고 한다.

애초 사건 자체의 부실 수사, 패터슨에 대한 석연찮은 형집행정지 결정, 그리고 형집행정지자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비판받을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억울한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2011.10.24 809호 (p47~47)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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