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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의 은퇴이야기

은퇴 뒤 ‘희망 주행’ 서울의 택시운전사

치밀한 은퇴 준비

  •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은퇴 뒤 ‘희망 주행’ 서울의 택시운전사

은퇴 뒤 ‘희망 주행’ 서울의 택시운전사
“운전대 잡을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해.”

석 달 전 서울 광화문에서 여의도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행선지를 말하려고 운전석 쪽으로 눈을 돌리자, 뒷모습만 봐도 나이가 짐작 가는 어르신이 앉아 있었다. 귀엔 보청기까지 꽂은 상태였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여의도로 가주세요” 라고 말하고 안전벨트를 당겨 맸다. 그러자 올해 여든세 살인 이정일 씨가 “걱정하지 마, 서울에서만 60년간 운전한 베테랑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운전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르신은 “운전대를 놓으면 바로 아플 것 같다, 운전할 때가 마음 편하다”고 대답했다.

그후 필자는 택시를 탈 때마다 운전기사가 어르신이면 말을 건네는 습관이 생겼다. 7월 여의도에서 잠실 가는 택시를 탔을 때다. 영업용 택시를 운전한 지 6년 됐다는 김근호(63) 씨는 택시운전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고 했다.

“첫째는 운전을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가장 숫자가 많아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고자 주로 야간에 일하죠. 둘째는 수는 많지 않지만 젊은이 가운데 취직이 잘 되지 않아 일자리를 얻을 때까지 거쳐 가는 직업으로 운전하는 경우예요. 마지막은 퇴직한 후 집에서 쉬는 게 눈치 보이니 용돈이나 벌어볼까 해서 나오는 사람이죠. 요즘 들어 이런 사람이 늘고 있어요. 이분들은 주로 주간에 운전해요.”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도 60대 이상 고령 택시운전사가 최근 10년 동안 4배 넘게 늘었다. 70대 이상 택시운전사도 10배 넘게 증가했다. 은퇴한 다음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 중에는 경력을 쌓아 개인택시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 택시운전사 최기중(71) 씨는 “처음에는 영업용 택시를 3년 정도 운전하다 개인택시로 전환할까 생각했고, 이후 개인택시로 바꿨더니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영업용 택시를 운전할 때는 아침 6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했는데, 개인택시를 하니 욕심이 생겨 무리를 했다는 것. 개인택시는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데, 휴식일 전날에는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에 늦게까지 일했고 그 탓에 자주 아팠던 것이다. 결국 이게 아니다 싶어 개인택시를 처분하고, 다시 영업용 택시를 운전한다는 최씨는 “돈보다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나이 들어 운전하려면 ‘내가 왕년에…’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택시 경력 10년 차인 박명호(65) 씨는 얼마 전 탔던 꼬마 손님 얘기를 꺼냈다. 다섯 살쯤 된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타더니 대뜸 “엄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택시운전사 되는 거지?”라고 물었다는 것. 그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꼬마야, 너도 공부 열심히 안 하면 할아버지처럼 운전하게 된단다” 라고 얼버무렸지만, 얼굴이 붉어지는 것까진 숨길 순 없었다고.

“저도 대학 졸업하고 알 만한 중소기업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지.”

지난 주말 역삼역 주변에 갈 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택시운전 3년 차인 김진호(58) 씨는 3년 전 명예퇴직하고, 식당을 개업했다가 망한 얘기를 들려줬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바쁜 날만 되면 주방장이 출근을 안 하는 겁니다. 음식맛이 들쑥날쑥하니 손님들이 발길을 끊지 뭡니까.”

김씨는 개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투자자금을 다 날리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고도 한다.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더군요. 직장을 다닐 땐 나만 잘하면 됐는데, 기술도 기술이지만 아랫사람을 잘못 부리니까 하루아침에 거덜 나는 게 사업이더라고요.”

은퇴 뒤 ‘희망 주행’ 서울의 택시운전사
택시를 타면 어디로든 갈 수 있다. 택시를 타면 은퇴 후 미래로 여행할 수도 있다. 자금이든, 일이든 은퇴 준비는 이른 나이에 시작해야 하고, 또 치밀해야 한다.

*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으로 일반인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은퇴교육과 퇴직연금 투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1.09.19 804호 (p50~50)

김동엽 미래에셋자산운용 은퇴교육센터장 dy.kim@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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