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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세론’ 점입가경 논란 왜?

한나라당 안팎서 朴 지지율 해석 분분…친박계는 국민과 스킨십 확대 모색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박근혜 대세론’ 점입가경 논란 왜?

‘박근혜 대세론’ 점입가경 논란 왜?

대세론의 원조는 ‘YS 대세론’이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한 김영삼 후보(왼쪽).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마지막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7월 17일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뉴시스’의 여론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37.9%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의 11.8%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11.3%를 크게 앞선다. 다른 조사 결과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박근혜 대세론’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결과적으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회창 대세론’이 두 차례나 막판에 허물어진 데 대한 학습효과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박근혜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과 달리 ‘이명박 대세론’이 성공한 사례를 답습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7·4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에 홍준표 대표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 부쩍 박근혜 대세론이 보수세력 재집권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각 계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진다.

7월 17일 조사 37.9% 지지율

특히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력이 약해지면서 와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까지 받는 친이(친이명박)계에서 박 전 대표의 독주 현상에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친이계 중진인 이윤성 의원은 7월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직 본선까지는 시간이 많고,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모른다. 지금 ‘박 전 대표가 대세인 만큼 차기 대통령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아직 박근혜 대세론을 이야기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또 다른 잠룡인 정몽준 전 대표가 가세했다. 정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대로 가면 본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나 DJ(김대중 전 대통령)식 대세론이 될 수도 있지만, 요즘 보면 이회창 후보의 사례가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러브콜을 보냈던 홍준표 대표가 긍정론을 피력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홍 대표는 7월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대표인 자신이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박근혜 대세론이) 2007년 이명박 대세론과 유사한 형태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으리라 내다본 것이다. 앞서 홍 대표는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고 방해 공작만 없다면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가 다른 대권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박근혜 대세론이 대선 본선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쪽에선 야권에 비해 싱거운 경선이 되면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야권에서 손학규 대표, 문재인 이사장,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각자 도생하다가 막판에 후보를 단일화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그렇다.

YS 대세론? 이회창 대세론?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동관 언론특보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생각하기에 무슨 플랜을 짜고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슈퍼스타K’ ‘나는 가수다’ 등 인기 TV 예능프로그램을 예로 든 뒤 “안주하면 경쟁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으면 배심원(국민)이 싫증을 낸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표는 과연 대선에서 두 차례 실패한 이회창 전 후보보다 강력한 후보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지금 박근혜 대세론이 확산하는 데는 함정이 있을지 모른다.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원은 “현재 여권에서 대세론을 들먹이는 사람은 대부분 박 전 대표의 반대파”라며 “이는 대세론의 부정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일종의 전략적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반(反)박근혜 세력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긴장을 풀게 하고 그 사이에 자기 세력을 결집해 기습하려는 ‘트로이의 목마’일 수도 있다는 견해다.

실제로 친박계 의원은 대부분 ‘박근혜 대세론’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한 의원은 “굳이 이회창 학습효과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벌써부터 국민의 마음을 다 얻은 듯 비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은 아직 3분의 1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주자를 지지하거나 결정하지 못한 상태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 본인은 대세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7월 19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전 대표는 최근의 박근혜 대세론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묻자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비쳤다.

대세론의 원조는 ‘YS 대세론’으로 봐야 한다. YS는 1990년 초 통일민주당을 이끌고 민정당, 공화당과 3당 통합을 이룬 뒤 치열한 내부 권력투쟁을 거쳐 대세론을 형성해 1992년 대통령에 당선했다. 이 과정에서 YS는 박철언 전 정무장관 등 민정계 출신과의 잇단 충돌에서 승리한 뒤 대세론을 구축했다. 말하자면 YS 대세론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나간, 즉 쟁취한 대세론이었다.

반면 이회창 대세론은 쟁취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물론 처음 대세를 탔던 1997년에는 현직 대통령이던 YS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등 어느 정도 투쟁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2년 대세론은 김대중 정부에 맞서 보수세력이 결집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세가 형성됐다.

대세론의 성격만을 놓고 보면 박근혜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과 닮은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정치적 목표를 갖고 만든 것이 아니라 저절로 형성된 쪽에 가까운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 모성 정치에 대한 기대감, 당리당략과 변칙이 판치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의 박근혜 대세론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제2 대세론’ 만드는 것이 관건

여기서 주목할 점은 YS처럼 대세론 당사자가 직접 만들어간 대세는 성공한 반면, 이회창 전 총재처럼 외부 환경이 만든 대세는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이 전 총재는 ‘제왕적 총재’ ‘제왕적 대선후보’ 소리를 들으면서도 만들어진 대세에 안주하다 두 차례나 실패를 맛봤다.

따라서 박 전 대표도 현재의 대세론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제2의 대세를 직접 만들어가야 성공의 문이 넓어질 수 있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같은 고전적 방법도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다. 친박계 핵심에서는 11월쯤 대선 캠프를 꾸리고 그때를 전후해 언론 및 국민과의 스킨십을 확대해나가는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근혜 대구 출마 강행 속내는

유권자와 약속지켜 신뢰 정치인 각인시키기?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온 직후인 7월 1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8월에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을 둘러보려는 목적이었다. 다른 의원과 달리 박 전 대표는 지역구를 자주 찾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구 방문 자체가 대구에선 뉴스다.

대구스타디움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난 기자들은 가장 먼저 내년 4·11총선 때 달성에 다시 출마할지를 물었다. 앞서 한 언론이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대구 동을)의 말을 인용해 “박 전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에 출마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유 최고위원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건 이렇게 (처지를) 바꿀 거고, 이런 거(불출마)는 완전 오보다. 유권자에게 최소한 약속드린 것이 있고 신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한다는 의미냐”는 추가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19대 총선 출마는 캠프 내부에서도 섣불리 얘기를 꺼내길 꺼리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사이의 기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만일 박 전 대표가 총선에 출마해 당선하면 6월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8월쯤 실시할 대선후보 경선 때까지는 국회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대선후보 등록 시점에는 사퇴해야 한다. 이 경우 5~6개월간 의정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 공약을 내걸고 출마하는 셈이 된다.

그동안 지역구 출마는 박 전 대표가 늘 강조하는 ‘원칙’의 문제였다. 박 전 대표가 말한 대로 ‘유권자와의 약속, 신뢰’를 지키려면 출마하는 것이 원칙일 수 있다. 반면, 어차피 몇 개월 후 대선에 출마하므로 총선은 비켜가는 것이 원칙이라는 견해도 내부에서 있었다.

달성에선 박 전 대표가 후자의 원칙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10여 명의 출마 희망자가 난립했다. 총선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지원유세를 펼치려면 비례대표 후보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대선 가도에 뛰어들 수 있고, 추후 달성군 보궐선거도 피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본인은 전자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출마 강행이다. “그렇다면 총선 지원유세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지금은 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하느냐,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하느냐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총선 전에 국민에게 인정받는 좋은 정책과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단 ‘지원유세’보다 ‘좋은 정책과 투명한 공천’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다만 상황이 변할 여지는 있다. 공천 과정에서 복잡한 방정식이 얽히고, 그 시점에 한나라당의 인기 하락으로 달성 출마보다 당을 구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할 경우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간동아 797호 (p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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