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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고기에 싸먹는 산마늘 원산지를 아십니까?

산마늘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고기에 싸먹는 산마늘 원산지를 아십니까?

고기에 싸먹는 산마늘 원산지를 아십니까?

갓 새순을 올리고 있는 산마늘. 4월이 제철이다.

우리는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려고 동굴에서 삼칠일 동안 먹은 것이 쑥과 마늘이라고 배웠다. ‘삼국유사’에서 마늘에 해당하는 한자는 산(蒜)이다. 산은 달래, 파, 마늘, 부추 등을 이른다. 그러니 굳이 마늘이라 번역하지 않아도 된다. 대체로 조선시대까지 마늘은 산이라기보다 호(葫)라 했다. 따라서 산은 마늘이 아니라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달래나 산파, 산부추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근래 단군신화의 그 산을 산마늘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생겼다. 산마늘이 유행하면서 나온 말이다. 뒤에 ‘-마늘’이 턱하니 붙어 있고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니 단군신화의 그 식물이라 주장할 만하다. 그러나 삼국유사에는 한글로 ‘마늘’이라 쓰여 있는 것이 아니며, 산마늘이 일상에서 흔히 먹었던 식물도 아니니 단군신화의 그 음식이라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러움이 있다.

요즘 산마늘장아찌를 내는 고깃집이 많다. 마늘 향이 흐릿하게 나고 약간 새콤달콤하게 절인 것이라 고기구이와 잘 어울린다. 산마늘 넓이도 고기를 싸기에 딱 맞아 무엇이든 쌈 싸먹기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그만이다. 고깃집에서 산마늘장아찌 붐이 일면서 물량이 크게 달린다. 산마늘 최대 자생지 울릉도에서는 산마늘장아찌를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사정이 이러니 남획의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산마늘은 씨앗 발아 후 4년 정도 돼야 잎사귀가 먹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때면 잎이 두 장 나오고, 이 중 한 장을 따 먹는다. 두 장을 다 따면 죽는다. 욕심을 부리면 자생 산마늘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산마늘장아찌는 잎사귀가 지나치게 크다. 양을 늘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 웃자란 산마늘은 맛이 좋지 않다. 향이 약하고 억세 ‘이걸 왜 먹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산마늘은 웃자라면 독성이 있다는 말이 있으니 안전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최근엔 중국산 산마늘이 수입된다. 몇 년 전부터 외식업체 사이에 산마늘 확보경쟁이 붙었는데 누군가 재빠르게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장사란 그런 거다. 유행이 일어날 때 물건을 싸게 다량 확보하는 사람이 돈을 벌게 돼 있고, 그 논리에 따라 중국산 산마늘장아찌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원산지 표시 대상도 아니니 식당에서도 싼값에 쓸 수 있어 이득이다.



일본에서도 산마늘을 먹는다. 잎을 먹는 우리와는 달리 어린 싹이 올라올 때 줄기째 캐서 요리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일본 산마늘 줄기의 굵기는 적어도 4~5년생은 돼 보인다. 자연산이 아니라 재배한 것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먹는 것이다.

경기 양평엔 산마늘 농장이 있다. 서울에서 강원도 가는 6번 국도에 ‘산마늘밥’ 간판이 걸려 있는데, 그 식당 뒤 공간이 산마늘 농장이다. 이 농장에서 산마늘을 재배한 지는 15년이 넘는다. 울릉도에서 모종을 가져와 조금씩 넓힌 것이다. 산마늘은 땅속줄기로도 번식을 하는데 한 포기, 한 포기 정성껏 분을 갈라 심어 이제는 농장 안이 온통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자생종이라 병충해가 거의 없어 재배 환경만 적절히 조성해주면 잘 자란다. 몇 년을 꾸준히 관리하면 해마다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독특한 채소다.

봄이 돼 여기저기서 산나물이 나온다. 대부분 재배를 한 것이다. 산에 자생하는 것은 남획으로 그 양이 점점 줄어 현지에 가도 구하기 힘들다. 나 하나 욕심 조금 부리면 어때 하는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올봄 울릉도 산마늘 사정이 어떤지 궁금해서 정보를 찾아보다 ‘울릉도’ 이름을 건 업체가 중국산을 취급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렵게 찾아간 울릉도에서 자칫 중국산 산마늘을 먹고 올 수도 있다.



주간동아 780호 (p66~66)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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