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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 김유림의 All That 퍼포먼스

‘오페라 공포증’치료 좀 해볼까요?

박종호의 ‘오페라글라스’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 journalog.net/yurim

‘오페라 공포증’치료 좀 해볼까요?

‘오페라 공포증’치료 좀 해볼까요?
오페라(opera)는 누군가에겐 공포다. 아름다운 아리아를 듣다 스르르 눈을 감은 기억 때문이고,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 작품은 뭔가요?’란 질문을 받으면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오페라 공포증 환자’를 위한 맞춤 공연이 있다. 바로 ‘박종호의 오페라글라스’다.

정신과 전문의 박종호 박사는 오페라 마니아다. 온 세계를 다니며 600여 편의 오페라를 관람했고, 책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불멸의 오페라’ 등을 썼다. 이번 ‘오페라글라스’ 공연은 특이하게 진행된다. 매회 한 작품만 다룬다. 박 박사가 시대 배경, 스토리 등을 해설하고, 하이라이트 장면은 해외에서 공연된 영상을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국내 중견 성악가들이 직접 아리아를 들려주는 무대다. 이 두 시간의 공연이면 오페라 한 편은 완전 마스터다. 물론 감동은 덤이다.

3월 8일 진행된 1회 오페라글라스는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다뤘다. 줄거리는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과 유사하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일종의 ‘기생’이던 비올레타에게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가 열렬히 구애한다. 함께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데, “사랑을 마시자”는 알프레도에게 비올레타는 “삶을 즐기자”며 모른 척한다. 끝내 비올레타는 그에게 마음을 열지만, 지방의 재력가인 알프레도 아버지가 나타나 그녀에게 말한다. 결혼을 앞둔 여동생의 신랑 집에, ‘기생’과 어울리는 알프레도의 행실이 알려지면서 결혼이 힘들어졌다고. 알프레도 가족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강요당한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떠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너와 사랑한 기간에 대해 화대를 내겠다”며 모욕을 준다. 폐결핵으로 나날이 쇠약해지던 비올레타, 마지막 순간 알프레도가 찾아오지만 끝내 숨을 거둔다.

이 오페라의 제목은 이탈리아어로 ‘버려진 여자’다. 그녀는 누구에게 버려졌을까. 줄거리만 보면, 그녀는 알프레도에게 버려졌다. 하지만 박 박사의 해석은 다르다. 비올레타는 남자가 아닌 세상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버려졌다는 것. 당시 유럽에는 근대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돈의 위상이 높아졌고, ‘사랑을 팔고 돈을 받는’ 여성이 생겼다. 자본가들은 돈을 주고 사랑을 샀다. 그리고 가볍게 버렸다. 단 한 번 ‘진정한 사랑’이 왔지만, 알프레도 가족의 행복을 위해 비올레타 자신의 행복은 포기해야 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곁들여 오페라를 보니 의미가 더욱 풍부해지고 지금, 여기의 이야기처럼 공감이 갔다.

‘오페라 공포증’치료 좀 해볼까요?
박 박사의 해석은 유쾌하다. 박 박사가 사투리 섞인 말투로 “이태리 말 몰라도 오페라 볼 수 있어요. 사실 이태리 놈들도 이 가사 하나도 못 알아들을 거예요”라고 하니, 관객은 ‘깔깔깔’ 난리다. 국내 최고의 성악가인 소프라노 신지화, 테너 박현재 등의 공연도 인상적이다. 다음 공연은 4월 12일 람메르 무어의 ‘루치아’. 그 후에도 12월까지 매달 1회씩(7, 8월 제외) 총 8회 공연이 열린다. 오페라 공포증 환자를 치료하는 데 이만한 약이 없다.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031-783-8000.



주간동아 2011.03.14 778호 (p79~79)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 journalog.net/yu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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