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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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지도부 강력 응징, 불쌍한 北 주민은 포용을”

북한에 분노한 해외동포 민주평통 자문위원들 쓴소리

  • 신석호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입력2011-03-14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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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지도부 강력 응징, 불쌍한 北 주민은 포용을”

    지난해 4월 청와대에 초청된 민주평통 북미주 자문위원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이없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만약 김정일이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이라고 인정한다면 이런 일을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엔 우리(남한과 해외 동포)가 오로지 적으로만 입력돼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필리핀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해외협의회 소속 남성 자문위원 A씨는 지난해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과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보면서 “북한 군부세력에 대한 분노가 앞섰다”며 사건 당시의 느낌을 이렇게 토로했다.

    동아일보와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은 2월 한 달 동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통과 함께 해외동포 통일·민족의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한 230명의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은 한반도 밖에서 민족의 비극을 바라보며 느낀 점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도발 땐 눈에는 눈 확실히 반격을”

    응답자 대부분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봤을 때의 소감’을 묻는 주관식 첫 질문에 대해 북한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북한 지도부가 김정일의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원활히 추진하려고 남한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거의 공통으로 지적했다.



    두 사건을 통해 ‘나쁜 북한 지도부’와 ‘불쌍한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도 거의 공통적이었다. A씨도 “(북한 지도부가 지배하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에게서 연민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분노를 자아낸 지도부는 타도의 대상,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 주민은 감싸 안아야 할 존재라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상당수 응답자는 “북한 지도부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응답자는 “오히려 북한 정권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적었다. 독일에 사는 60대 남성 응답자는 “북한이 (무력도발을 통해) 자멸하는 과오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번번이 당하기만 한 군에 대한 지적과 함께 다음에는 반드시 보복 응징하라는 주문이 많았다. 브라질에 사는 60대 남성 응답자는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가 공격하면 몇 배로 반격해 초토화한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확실하게 반격을 해 두 번 다시 도발하지 못하게 박살내야 한다. 확전이 두려워 공격을 못한다면 왜 많은 예산을 들여 최신 무기를 도입하고 군사력을 키우느냐”고 지적했다.

    잘잘못을 떠나 남북이 싸우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민족주의적 견해도 나왔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북한의 상황이 안타까웠고, 그런 일을 앉아서 당한 우리 당국도 안타까웠습니다. 천안함 사건 때도 동강 난 배 가운데서 절규하며 죽었을 우리 아들들의 모습만 떠오를 뿐,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 하는 생각은 그 나중이었습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던 한 미주지역 자문위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동족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 차원의 통일 준비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활발해진 논의의 장을 해외 동포사회로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남북통일 논의에 대한 건의사항’을 묻는 두 번째 주관식 질문에 응답한 다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며 북한이 변화하고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계속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20년 전인 1991년 통일을 이룬 독일의 사례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해외교포 청소년 통일교육 필요

    이를 위해 남한 내 ‘남남갈등’의 치유가 우선 필요하다는 건의도 많았다. 영국에 사는 60대 여성 응답자는 “(북한에 적당히 동조하는) 핑크빛 국회의원, 법률가, 교수 등을 재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에 사는 남성 응답자는 야당과 여당으로 나뉘어 맹목적으로 대립하는 정치인들을 “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듯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어린아이들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에 사는 70대 남성 응답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보면 악당(북한)이 인질(주민)의 얼굴을 보여주고 돈을 버는 인질극을 보는 것 같다. 차라리 돈을 주고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며 독일의 ‘프라이카우프’(서독이 동독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정치범 등을 석방시킨 방식)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브라질에 사는 50대 남성 응답자는 현지 대학에 다니는 아들의 일화를 거론하면서 “해외교포 청소년에 대한 통일교육을 더 활성화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해외동포로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된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대화 교류의 끊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응답자는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대북 지원활동을 펼쳐 북한 주민을 어둠에서 일깨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 응답자는 “북한 빈민층엔 가장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해주고, 중산층엔 인생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울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등을 제공해 계층별로 공략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의 통일 의식은?

    “10년 내 통일” 51.5% … 북 폐쇄성이 남북 가로막아 39.5%


    “나쁜 지도부 강력 응징, 불쌍한 北 주민은 포용을”
    이번 설문조사에 포함된 19개 객관식 질문과 응답을 통해 한반도를 떠나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의 통일 의식이 개략적으로 드러났다.

    통일의 시기와 관련, 10년 내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가 119명으로 전체의 51.5%를 차지했다. 통일이 되면 ‘마음의 안정감이 높아질 것’(31.2%)이라는 응답이 ‘더 많은 자유’(21.7%)와 ‘경제적 풍요’(18.5%)를 누릴 것이라는 응답보다 많아 동포들은 통일 이후 심리적 안정감을 갈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바람직한 통일 방식에 대해서는 ‘남북한 합의에 의한 통일’(45%)이 가장 많았고, 통일에 대한 관심은 ‘통일 이후의 미래와 비전’(52.1%)이 가장 많았다. 통일 한반도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32%)가 가장 많았고 통일 한반도가 추구할 가장 바람직한 민족공동체는 ‘정서적, 문화적 동질감에 기반을 둔 문화공동체’(26.4%)가 꼽혔다. 통일 이후 민족통합 완성과정에서 예상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남북한 주민의 가치관 차이’(38.6%)였고 사회문화 통합을 위해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는 ‘남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 적응교육’(31.6%)이 꼽혔다.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비민주성’(39.5%)이란 답이 가장 많았지만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탓한 응답도 23.5%로 뒤를 이었다.

    이화여대 최대석 통일학연구원장은 “국내에는 통일이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해외동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년 내에 통일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몸과 마음을 모아 통일을 준비하고 대외적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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