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8

..

대학 교내 노동자에 한글과 컴퓨터 교육

‘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입력2011-03-14 11:2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대학 교내 노동자에 한글과 컴퓨터 교육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약 1%로 세계 평균과 비교해 낮은 편. 하지만 여전히 문맹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도 존재한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교내 청소·경비 노동자(이하 교내 노동자)를 위한 한글과 컴퓨터 교실을 운영해 이목을 끈다. 바로 ‘시간을 돌리는 작은 교실’(이하 시작교실)이 그것. 이곳에서 활동 중인 연세대 정상현(21·왼쪽) 씨와 이화여대 전지원(21) 씨를 만났다.

    “연세대에는 교내 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해 만든 ‘살맛’이라는 단체가 있어요. 교내 노동자 대부분이 50, 60대인데 6·25전쟁, 남아선호 사상 등으로 교육을 잘 받지 못해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분이 많아요. 연세대는 지난해 1월, 이화여대는 11월부터 ‘시작교실’을 운영해왔습니다.”(정씨)

    한글과 컴퓨터교실은 일주일에 각 2번씩 열린다. 참여 인원은 학생, 교내 노동자 각각 30여 명, 80여 명. 수업은 주로 일대일 방식으로 이뤄진다. “학생 한 명이 앞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나머지 학생은 교내 노동자 옆에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드려요. 컴퓨터교실의 경우 컴퓨터 전원 켜는 법, 마우스 다루는 법부터 시작하죠. 주소는 영문주소가 많으니 알파벳도 알려드리죠.”(전씨)

    ‘시작교실’에 참여한 교내 노동자 중에는 컴퓨터교실을 통해 멀리 떨어진 딸과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사람, 한글교실을 통해 버스 노선을 읽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이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우리가 교내 노동자에게 주기만 하는 시혜적인 관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학생이 교내 노동자를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을 해요. 저희도 그랬죠. 이제는 ‘이분들도 한 가정의 어머니이고, 할아버지구나’ 하고 생각해요. 오래도록 이분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