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왕지원, ‘Kwanon_z’ (아래)전지윤, ‘A Couple of Man’
4월 15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다중감각(多重感覺)’전은 다중감각, 즉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와 예술적 창의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과학기술과 건축, 심리의 3가지 키워드로 나눠 전시합니다.
왕지원 작가의 ‘Kwanon_z’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을 빗댄 작품입니다. 부처의 수십 개 손은 센서가 장착된 기계에 의해 움직입니다. 부처는 수행을 통해 열반에 이르려 하는데, 부처의 몸에서 떨어져나간 손은 전자자극(센서)에 의해서만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차가운 문명 속에서도 무언가 의미를 찾으며 살고자 하는 우리네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지 않나요? 작가가 부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겹쳐놓은 것처럼 말이죠.
네덜란드 화가 에셔의 비현실적 공간 그림을 3차원 구조물로 재현한 후 사진으로 담아낸 이문호 작가의 ‘relativity by M.C. Escher’,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거대한 토끼 얼굴과 큰 꽃, 그리고 작가의 자화상이 겹쳐 보이는 이샛별 작가의 ‘스무 개의 그림자’, 건축가의 도면(圖面)을 활용해 동물을 그림으로써 생명과 비생명의 경계를 넘고자 한 이해민선 작가의 ‘덜 죽은 자들’ 등도 눈길을 끕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예술에 심리를 입히고, 건축을 더하며, 과학기술을 활용했군’이란 거창하고 이성적인 판단은 별로 떠오르지 않았어요. 단지 ‘아, 정말 기발하군!’이라며 박수를 쳤을 뿐이죠. ‘그다지 특별한 게 없다’ 싶다가도, ‘참 쉬울 수 있는 발상을 왜 나는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말이죠.
이재훈·김병주·사타 작가 등은 관객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작품 QR코드를 스캔하면,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업을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과학기술은 작품뿐 아니라 미술관으로도 들어왔습니다. 성인 3000원, 대학생 이하 2000원. 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