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베코프 지음/ 윤성호 옮김/ 미래의창/ 320쪽/ 1만2000원
산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생매장할 수 있을까? 동물행동학회 회원인 마크 베코프는 자신의 저서 ‘동물 권리 선언’에 인간에게 보내는 동물의 절절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동물의 소리 없는 외침이 정점에 이르렀고 시급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인간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예로 생매장된 소와 돼지에게서 나온 썩은 물은 인간의 건강과 식수를 위협하고 있다.
책은 인간이 동물과 ‘온정으로 공동의 연대’를 맺어야 하는 6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한다. 동물은 생각하고 느낀다. 동물은 온정을 느끼며, 또한 온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교감은 배려로, 단절은 무시로 이어진다. 세상은 동물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온정적인 행동은 모든 살아 있는 존재와 세상에 도움을 준다. 그가 밝힌 ‘이유’는 추상적이지 않다.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근거로 삼았다. 코끼리는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장례식을 열어주고, 오랑우탄은 은퇴하는 동물원 원장의 눈물을 닦아준다.
동물에게 온정을 나눠주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저자는 인간이 쉽게 동물의 삶을 바꾸고 고통을 안겨주는 행위를 지금 당장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생명을 1년 연장하려고 수많은 실험실 동물을 죽이는 게 올바른 일인지 묻는다. 또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금붕어의 기억력이 3초에 불과하다는 통념을 깬 15세 소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년은 이 통념이 물고기를 작은 어항에 가두는 관습에 대한 인간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파하고 금붕어가 최소한 6일 동안 경험을 유지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저자는 ‘탄소 발자국’을 모방해 ‘온정 발자국’을 생각해냈다. 그는 탄소 배출권을 전 지구인이 고민하게끔 만든 탄소 발자국처럼, 온정 발자국이 ‘막강한 전 세계적 캐치프레이즈’가 되길 바란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한 가지다. 인간이 보다 인간적이려면 동물과 좀 더 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과 온정적으로 공존함으로써 우리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 우리 삶도 더 윤택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