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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이지은의 아트야 놀자

소리를 봤다, 소름 돋았다

‘크리스찬 마클레이’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소리를 봤다, 소름 돋았다

소리를 봤다, 소름 돋았다

‘시계’의 한 장면. 이 작품의 거의 모든 장면에는 이처럼 시계가 등장한다.

영상 속 시계 분침은 55분을 지나 57분, 59분을 가리킵니다. 영상을 보는 제 손목시계의 분침도 55분을 지나 57분, 59분을 가리키죠. 무성영화 시대 흑백영화부터 ‘올드보이’와 같은 한국의 최근 영화까지, 이 영상에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들은 무척 다양하고 서로 상관없어 보입니다. 장면 속에 시계가 나온다거나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에 시간이 언급된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제외하고 말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장면이 묘하게 연결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오후 3시를 기다리고, 3시가 되면 또 여러 다른 이가 그 시간을 만끽하지요. 그런데 그 시간에 시한폭탄이 터지고,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며,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 공모가 마감되고, 호감을 가진 남녀가 데이트합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월 13일까지 열리는 ‘크리스찬 마클레이 : 소리를 보는 경험’전은 매우 독특합니다. 리움의 미디어 아트를 위한 전시 공간인 ‘블랙박스’에서는 미국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크리스찬 마클레이(56)의 영상 작품 3부작 ‘전화’(1995), ‘비디오 사중주’(2002), ‘시계’(2010)가 ‘전시’되는데요.

2010년 10월 영국 런던의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시계’는 5000여 편의 영화에서 시간과 관련된 장면을 편집, 연결해 하루 24시간을 재현한 대작입니다. 작품의 총 상영시간 역시 24시간이고, 관람객이 있는 현실의 시간과 영화 속 시간도 정확히 일치하죠. 그런데 재깍재깍 울려 퍼지는 초침과 분침은 모양새가 아닌 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소리를 봤다, 소름 돋았다

‘전화’(위)와 ‘비디오 사중주’의 한 장면.

이처럼 마클레이의 작품은 시각 중심인 일반적 미술 작품과 달리 소리를 기반으로 엮여 있습니다. 악기나 전화기처럼 소리를 연상시키는 오브제, 레코드 표지나 악보처럼 소리를 대변하는 이미지 등을 초창기부터 작품의 소재로 활용해왔던 그는 1995년 영상을 소리의 조각으로 나눠 연결한 작품 ‘전화’를 처음 선보입니다. ‘전화’는 다양한 영화에 나오는 전화 관련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는데요.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리고, 전화벨이 울리고, 서로 말을 건네고,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작별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 일련의 과정을 전혀 다른 시대와 공간의 등장인물들이 이어갑니다.

마클레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비디오 사중주’는 음향을 중심으로 한 영화 편집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700여 개의 영화 필름을 편집해 4개의 영상으로 결합한 작품으로, 각 화면의 등장인물들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발을 구르고 비명을 지르는 등 각종 소리를 내는데요. 이 영상과 음향이 완벽히 어우러져 마치 사중주단의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즉 영화를 음향 중심으로 재편집해 영상을 즐기는 데 시각과 청각의 우선순위를 바꿔놓은 거죠.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연주장에서는 음악을 감상하리라 기대한 우리에게 귀로 영상을 듣고, 눈으로 소리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데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이로운 느낌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영상 속 친숙한 장면과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일반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문의 02-2014-6901



주간동아 770호 (p83~83)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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