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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왔구나! 동해 바다 겨울 별미

도루묵과 양미리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왔구나! 동해 바다 겨울 별미

왔구나! 동해 바다 겨울 별미

싱싱한 도루묵(왼쪽)과 양미리. 굽기 위해 소금을 뿌렸다.

양미리와 도루묵이 제철이다. 동해안의 일부 항구에서는 이 생선들로 축제를 열기도 한다. 속초항에서는 겨울 동안 파시가 열리는데, 어선에서 막 내린 그물에서 양미리와 도루묵을 떼어내고, 그 곁에 세워진 10여 동의 간이 포장마차에서 이를 생으로 팔거나 현장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한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양미리라 부르는 생선의 올바른 이름은 까나리다. 서해안에서 젓갈로 담그는 그 까나리다. 서해안에서는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서는 산란기에 있는 다 큰 까나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를 끓이거나 졸여서 먹는다.

양미리라는 생선이 따로 존재하는데, 까나리와 비슷한 모양새다. 본래 이름의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크기가 작으며 산란기는 초여름이다. 양미리가 잘못된 이름이지만 다들 그렇게 부르니 어쩔 수가 없다.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다.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추어 그물로 잡아들이는 것이다. 한창 잡을 때에는 서너 명이 탄 어선이 하루에 서너 차례 출어를 한다. 양미리를 그물코에 박혀 있는 채로 뭍에 올리면 사람들이 붙어 그물에서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 배를 타고 양미리 잡는 일은 남자가, 그물에서 양미리 떼는 작업은 여자가 주로 한다.

도루묵에는 재미난 옛이야기가 전한다. 조선 선조가 임진왜란 중 피란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맛있어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가 난이 끝난 후 궁궐에서 다시 먹어보았는데 예전 그 맛이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원래 이름으로 다시 부르라고, “도로 묵이라 부르라” 했고 이것이 ‘도루-묵’이 된 연유라는 말이 전한다.



도루묵도 냉수성 어종이다. 여름에는 동해 깊은 바다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기에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이때 그물로 잡는다. 알이 들어차 있고 연안에서 잡히는 시기가 양미리와 거의 겹친다. 잡는 방법도 비슷하다. 도루묵이 걸린 그물을 뭍에 올려 고기 떼어내는 작업을 한다. 겨우내 동해의 항구에 들어오는 조그만 어선은 양미리 아니면 도루묵이 가득 실렸다 보면 거의 맞다.

산란기 양미리의 암컷은 몸에 알을 가득 채워 ‘살 절반, 알 절반’이다. 내장은 머리 부분에 아주 적은 양으로 붙어 있을 뿐이다. 도루묵도 마찬가지다. 알을 배에 가득 채워 터질 지경이다. 이 두 생선의 제철이 겨울이라고 하는 이유는 많이 잡히는 것 빼고는 이 알의 맛에 있다.

다 같은 생선의 알인데 양미리 알과 도루묵 알의 맛 포인트는 전혀 다르다. 양미리 알은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이 난다. 구우면 입안에서 스스르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졸이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있다. 도루묵의 알은 굽든 끓이든 겉면에 점액이 묻어나고 치아 사이에서 토도독 알이 터치는 촉감을 즐길 수가 있다. 그러나 산란기에 거의 다다른 도루묵 알은 껍질이 질겨 거북스럽다. 알이 가득 찬 생선이라고 알의 맛에만 치중해서는 양미리와 도루묵의 진가를 놓칠 수가 있다. 생으로 굽거나 끓이면 아주 부드러운 살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특히 도루묵은 살의 결이 굵고 알의 겉면에서 느껴지는 미끌함이 살에도 약간 묻어 있어 입안에 후루룩 감기듯 넘어가는 촉감이 그지없이 좋다. 양미리는 생으로 굽지 않으면 꾸둑하게 말려 찌개로 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

옛날에는 도루묵을 소금에 절여 장독에 저장했다. 이를 가지고 찌개를 끓이면 숙성의 맛이 있었다. 요즘은 생것으로 찌개를 하니 맛이 심심해졌다. 옛날 방식으로 끓이는 도루묵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많이 아쉽다.



주간동아 2010.12.06 765호 (p86~86)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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