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1

2010.04.13

“뭐가 그리 바쁜가?” 800살의 가르침

/숲/이/말/을/걸/다/

  • 고규홍 www.solsup.com

    입력2010-04-08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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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그리 바쁜가?” 800살의 가르침
    개나리, 진달래 꽃바람이 들녘의 큰 나무줄기에 살금살금 내려앉았다. 나무는 꿈쩍하지 않는다. 처음에 나무는 이 길을 지나던 노(老)스님의 지팡이였다. 우물가에서 마을 처녀에게 물 한 바가지 얻어 마시면서 고마움의 뜻으로 꽂아두었던 지팡이가 이리 크게 자란 것이다.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줄기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몸짓이 사뭇 그의 생김새만큼 어른스럽다. 아직 한 잎도 피워 올리지 않은 나무에 긴 세월을 지나온 묵직함이 한가득 담겼다. 8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나무는 그렇게 느긋이 살아왔다. 비바람, 눈보라 몰아쳐도 나무는 한결같이 그 자리에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제 생명을 가꾸고 일어선다. 그래서 나무가 가져오는 계절의 흐름은 조금씩 늦지만 더 뚜렷하다. 성마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세월의 깨우침을 느긋한 나무에게서 배운다.

    ★ 숲과 길 ★

    이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종목 천연기념물 제167호



    위치 강원 원주시 문막면 반계리 1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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