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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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세종시 유탄’ 맞는다카이~”

TK민심 세종시 수정안에 부글부글 …“수도권 이익 위해 희생 강요 묵과 안 해”

  • 대구=박재일 영남일보 기자 park11@yeongnam.com

    입력2010-02-23 1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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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세종시 유탄’ 맞는다카이~”

    터 닦기 공사가 진행 중인 대구혁신도시 및 첨단의료복합단지 현장(왼쪽)과 조감도. 대구·경북 주민들은 세종시 여파로 성공적인 도시 건설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세종시를 바라보는 대구·경북 여론이 심상치 않다. 시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여론 주도층과 지역 언론에서는 ‘세종시 유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고위 관계자의 토로가 이를 함축한다.

    “우리는 지방이란 열악한 조건 속에 맨발로 뛰며 기업과 외자 유치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 유치를 도와준 적도 없다. 그런데 국무총리가 나서서 기업들보고 충청권으로 가라고 하면, 이건 게임이 되지 않는다.”

    대구-구미-포항에 걸친 10개 지구 34km2에 달하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지역의 숙원 사업으로, 이를 위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 공식 출범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 하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의향서(MOU)를 맺은 기업이 몇몇 있지만, 공식적으로 입주를 못 박은 기업이나 외국 자본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는 세종시 땅값을 원형지 분양 방식을 동원해 3.3㎡당 36만~40만원 선으로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한 축인 대구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 및 첨단의료복합단지 예정부지) 조성원가가 287만원으로 추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이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이처럼 열악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투자 조건은 세종시 특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세종시, 대구·경북 프로젝트와 중첩



    세종시 정책을 둘러싸고 대구·경북의 반발이 커진다는 소식에 정부는 의아한 시선을 보낸다. “당사자도 아닌 대구·경북이 왜?”라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고위 관계자들은 “‘수정안을 주도하는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부터 대구·경북에 무슨 피해가 있느냐. 있다면 다른 지원을 하면 될 것 아니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신호를 계속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대구·경북 지역 사람들은 지난해 말 행정기관 이전을 포기하는 세종시 수정안이 제기될 때만 해도 대구·경북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였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니,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론은 세종시 수정안이 구체화되자 옹색해졌다. 아무리 살펴봐도 좁은 국토에다 한정된 대기업군, 한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국가적 자원을 감안하면 세종시 특혜(싼값의 용지 공급,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유치)는 다른 지역, 특히 대구·경북의 희망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대구 달성군)가 원칙과 약속을 강조하면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국 꼴찌 대구의 위기감

    대구·경북 지역의 불만과 위기감 근저에는 대구의 열악한 경제사정이 깔려 있다. 이달 초 국세청이 발표한 전국 16개 시·도의 근로자 평균급여 통계(2008년)에서 대구는 2114만원으로 전국 최하위(전국 평균 2517만원)였다. 대구는 또 최근 14년간 지역 내 1인당 총생산에서도 16개 시·도 중 꼴찌를 도맡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구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국가산업단지가 없는 전국 유일의 광역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삼성, 현대, LG 같은 대기업이 입주할 만한 땅이 없었고, 꿈도 꾸지 못했다. 그만큼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구는 2009년 어렵사리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아 이제 선만 그어놓은 상태다. 앞으로 ‘기업유치’라는 절박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달 20일 세종시 수정안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대구·경북을 찾은 정운찬 국무총리도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지역대표 50여 명과 면담한 자리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이 정도로 어려운 줄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다.

    1월15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대구시청을 방문, 지역 인사들과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현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국책사업으로 치열한 경쟁 끝에 지난해 8월 대구와 충북 오송이 공동 선정됐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전 건설교통부 차관보)은 이 자리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위한 정부 심사평가에서 대구가 1등을 하고도, 3등을 한 충북 오송(2등은 강원 원주)과 공동 선정돼 섭섭하고 의아했는데, 세종시 수정안이 나오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며 “정부가 국책사업을 선정해놓고 세종시 일원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니 바이오벨트니 하면서 유사한 것들을 집어넣으려는데 이러면 대구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반쪽짜리가 된다”고 공격했다. 홍 원장은 “전 장관도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에 이 같은 문제점을 바로 건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순한 지역 민심을 떠나 대구·경북 지역의 전문가들이 세종시 유탄을 우려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정부는 세종시가 ‘지방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는 세종시와 대구·경북의 성장동력 프로그램이 거의 중첩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종시정부지원협의회가 공식적으로 밝힌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C벨트 구상’이다. 이는 대전 대덕단지 → 충남 세종시 →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 오창과학산업단지를 C자형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반경 25km 이내에 걸쳐 있다.

    이 같은 벨트는 대구·경북이 희망해온 내륙형 연구 중심의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중첩된다. 정부는 C벨트가 이른바 K벨트로 확장돼 대구·경북도 포함된다고 하지만, 수도권을 배후로 한 충청권에 이런 강력한 벨트가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수도권에서 먼 대구·경북까지는 올 것이 없다.

    실제로 한때 세종시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가 빠진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특허 만료된 복제약 제조)도 대구시가 유치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또 모 그룹 제약사도 현지를 답사하는 등 대구 진출에 상당히 적극적이었지만, 세종시 논란이 가열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고 대구시 관계자들은 전한다.

    “이러다 ‘세종시 유탄’ 맞는다카이~”

    2월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시의회 주최로 열린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에 따른 대구시 발전방안’ 토론회.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다.

    세종시에 진출하기로 한 삼성의 LED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구시는 지난해 정부 요로에 삼성 LED 사업 유치를 희망했지만 결국 본사는 수원으로 결론이 났고, 제3공장은 이번에 세종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경구 교수(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는 “종전의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각종 프로젝트를 동시에 발주, 2015년까지 집약적으로 개발하기로 하고 인구도 17만에서 50만명(25만 일자리)로 늘렸다”며 “집약적 개발로 충청권을 제외한 타 지역은 당분간 지역개발의 순위에서 크게 뒤처질 가능성이 높고, 고급인력의 이탈도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종시에는 더 이상 기업에 줄 땅이 없다고 하는 것도 허구라고 반박한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충청권 벨트에 강력한 기초 인프라가 깔린다면, 향후 그 주변으로 기업은 오지 말라고 해도 갈 것이고 땅은 배후에 널렸다는 공박이다.

    2월3일 대구시의회는 김범일 시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세종시 주제를 놓고 의원들과 1대1 격론을 벌였다. 정해용 의원(한나라당 대구 동구)은 “김 시장은 세종시 수정안의 부당성과 형평성 문제를 주장하다 정부안 발표 이후 냉정하게 실익을 챙기자는 쪽으로 대응방식을 바꾸었다”며 “시장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고 공박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이 지나치게 몸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전면투쟁론에서 실익론까지 미묘한 차이

    김 시장은 이에 대해 “정부안이 처음 제기됐을 때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해 지역 프로젝트가 세종시의 기능과 중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일부는 반영됐다”며 “단체장으로서 선동적이고 과격한 대응은 지역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영남권 신공항(경남 밀양)을 비롯해 국가과학산업단지 내 대기업 유치 등 실익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종시를 놓고 대구·경북 내 여론 주도층의 대응방식은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려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실익론’에서부터 ‘전면 투쟁론’까지 주장이 엇갈리는 것.

    2월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대구시의회 주최로 열린 ‘정부의 세종시 수정계획에 따른 대구시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김기혁 교수(계명대)는 “2003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충청권 인구는 늘고 있지만 대구·경북만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인구가 줄고(10만명가량 감소) 있다”며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교수(영남대)도 “세종시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같은 내륙으로 프로젝트가 중첩되는 대구·경북”이라며 “수정안은 서울의 피해 없이 충청권을 달래려는 일종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철우 교수(경북대)는 아예 “지리적 입지란 측면에서 보면 세종시는 애초에 국토 중심의 행정도시에 적합하다고 선정된 곳이다. 경제과학도시로 선정된 곳이 아니다”며 “공동묘지 부지를 주택단지로 바꾸겠다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공박했다.

    실익론도 대두된다. 어차피 세종시 문제는 지역에서 떠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만큼 실익이나 챙기자는 뜻이다. 양명모 대구시의원(한나라당 대구 북구)은 “정치적으로 과잉 대응하기보다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한 국책사업의 밑그림을 잘 그리고, 또 지역이 희망하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추려 정부에 체계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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