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5

2009.12.15

세 품종의 우아한 조화 ‘2006 마가리’

  • 조정용 ㈜비노킴즈 고문·고려대 강사

    입력2009-12-10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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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품종의 우아한 조화 ‘2006 마가리’
    사업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세력 확장을 열망할 텐데, 와인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보르도의 유명 샤토가 남부 프랑스에 양조장을 개업하는 것처럼 피에몬테의 유명 와인회사가 토스카나에 양조장을 연다. 두 지역은 토양이나 기후가 달라도 그간 축적한 양조기술을 바탕으로 마케팅한다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피에몬테의 명산지 바르바레스코의 간판 양조장 안젤로 가야 역시 토스카나에 양조장을 세웠다. 그것도 토스카나 최고의 와인이라 평가받는 몬탈치노에 말이다. 그리고 서쪽으로 한 걸음 나아가 바닷가 근처에 새로운 양조장을 하나 더 구축했다. 사람들은 안젤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한다. 이탈리아 와인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추구하는 품질 혁신은 오늘날 다른 와이너리들에게 규범이 될 정도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도 음식 수준에 걸맞은 고급 이탈리아 와인이 있어야겠다는 바람이 결국 결실을 봐서 그의 와인은 최고급 식당에서나 팔릴 만큼 값비싼 와인이 됐다. 이런 경우에 꿈이 이뤄졌다고 보는 게 당연하겠지만,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 말처럼 안젤로는 “난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말했을 것이다.

    와인을 매일 즐기는 애호가라면 응당 이런 의문을 가질 법하다(그가 양조장 주인이라 해도). ‘이 비싼 와인을 매일 마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정한 품질을 지닌 덜 부담스러운 가격의 와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 짐작한다.

    안젤로는 토스카나 볼게리에 ‘끝없는 협상의 집’이란 뜻의 카마르칸다를 설립해 마가리(Magari)를 비롯한 세 가지 레드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마가리’는 ‘아마도’라는 뜻이다. 타향인 볼게리를 무수히 드나들며 와인의 성공을 기원한 마음을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아마도 될 거야’란 뜻의 마가리에 담았다.



    메를로 50%, 카베르네 소비뇽 25%, 카베르네 프랑 25%로 버무려진 마가리 2006 빈티지는 생테밀리옹의 샤토 피작이나 프티 피작처럼 세 품종을 나란히 섞어 만들었다. 보르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도 안젤로 가야 와인의 우아한 기품은 유지한다.

    완숙한 포도에서 풍기는 농익은 블랙커런트 과일향뿐 아니라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은 기분 좋은 입맛을 제공한다. 차분하게 감싸는 짜임새를 지니며, 삼키는 즐거움을 여운으로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수입 신동와인, 가격 1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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