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2017.04.05

김승요의 俗 담은 우리말

선거철 앞두고 덩달아 분별없이 ‘뛰는’ 것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aristopica@gmail.com

    입력2017-04-04 14: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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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화뇌동(附和雷同)이라는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천둥 치는 울림에 세상 만물이 덩달아 흔들림을 꼬집는 말이죠. 천둥이 꽝 칠 때 온 동네 자동차의 도난 방지장치가 ‘삐요삐요’ 울어대듯, 자신을 모르고 남들 쫓아 시류를 타는 사람들이 늘 있습니다. 요즘이 딱 그런 때 같습니다. 슬슬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을 이야기해보렵니다.

    숭어와 망둥이는 기수(汽水), 즉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수역에 삽니다. 둘이 비슷한 곳에 있다는 말이죠. 그리고 숭어는 수시로 수면 높이 뛰어올랐다 떨어지는 습성이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는 숭어처럼 느리게 헤엄치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달라붙어 살을 파 먹는 기생벌레를 떼어내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보는 사람으로서는 시원스레 뛰어오르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그리고 망둥이는 망둑어가 표준어인데, 흔히 망둥어라고 부릅니다. 갯벌 바닥을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철퍽철퍽 뛰어다니죠. 뛴다고 하기엔 그 모양새가 참 볼썽사납습니다. 이렇게 기수에서 살고 뛰는 특성이 있는 두 어종을 가지고, 남이 한다니까 분별없이 덩달아 나서는 이들을 비꼬는 속담이 만들어집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남이 은장도를 차니 나는 식칼을 낀다’도 있습니다. 양반가 규수가 비싼 은장도를 노리개 삼아 예쁘게 차고 다니는 게 부러워 부엌칼을 가슴팍에 매달고 다니면 그만한 꼴불견도 없겠죠. 이것과 관련된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서시빈목(西施矉目). 중국 월(越)나라 때 서시라는 미인이 있었는데 찡그리는 표정이 그렇게 예뻤다고 합니다.

    그러자 당대 여인들이 모두 서시처럼 예뻐 보이려고 얼굴을 찡그리고 다녀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이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의 장점이 내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말입니다.



    다시 숭어와 망둥이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사실 이 속담에는 감춰진 맥락이 있습니다. 물가가 아닌 물가(物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숭어는 맛이 좋아 수어(秀魚)라고 불렸습니다. 그럼에도 흔한 생선이라 가격이 제법 쌌습니다. 망둥이는 잡어(雜魚)고요.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저렴하던 숭어 값이 어느 날부터 뜁니다. 그러자 숭어만도 못한 망둥이조차 같이 값이 뛰더라는 것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가 있는데, 형편없는 망둥이 값이 뛰니까 ‘어물전 망신’ 꼴뚜기 값까지 덩달아 뛴다는 뜻입니다.

    선거철이면 여러 주자가 뜁니다. 그리고 그 덕을 보려는 이들, 어느 쪽에 줄을 설까 하는 이들도 덩달아 나서서 뜁니다. 심지어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나 언론까지도 말입니다. 또한 이때다 싶어 얌체처럼 가스, 수도, 대중교통 요금이 뛸 준비를 합니다. 그러니까 각종 생필품 가격 역시 뛸 준비를 합니다. 선거가 끝나면 제각기 망둥이, 꼴뚜기처럼 뛰어오르려고 말입니다.

    ‘논어’의 한 구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군자는 조화를 이루지만 주어진 바에 충실하여 남을 따라가지 않으며, 소인은 이익을 쫓는 이들과 함께하지만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김승용은 국어학과 고전문학을 즐기며, 특히 전통문화 탐구와 그 가치의 현대적 재발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10년간 자료 수집과 집필 끝에 2016년 ‘우리말 절대지식’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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