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면역력 빵빵한 자연건강법 “신종플루 그까이 꺼!”

  • 김광화 flowingsky@naver.com

    입력2009-11-13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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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역력 빵빵한 자연건강법 “신종플루 그까이 꺼!”

    아침에 떠오른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 고양이.

    신종플루로 사회가 불안하다. 그 파장이 전 지구적이고, 앞으로도 얼마나 오래갈지 모른다. 사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면역력과 생명력이다.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는 길은 광범위하고 유기적이다. 먼저 관점부터 바꾸자. 신종플루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조심하라는 ‘방어적 처방’이 대부분이다.

    마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절대 안 되기에 손을 씻고, 코와 입을 막고, 되도록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발을 묶어두려 하는 것 같다. 첫째도 조심, 둘째도 조심이다. 이건 뭐,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지 않은가.

    # 환절기는 면역력 키우기 좋은 때

    나는 그 반대로 이야기하고 싶다. 손발을 마음껏 움직이고, 코와 입을 충분히 이용하며, 눈꺼풀이 내려오면 참지 말고 눈을 감으라고. 이게 바로 면역력을 높이는 자연건강법이다. 기침을 하는 사람이라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게 예의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면역력이란 점에서 보면 차선이지 최선은 아니다.



    우리 몸은 유기적이다. 서로 연결돼 있다. 호흡부터 보자. 숨은 살아 있는 한 늘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다. 일상에서 외부와 늘 만나는 부분이라 그만큼 중요하다. 얕은 호흡보다 심호흡이 면역력을 더 높이는 건 상식. 마스크를 쓰고 심호흡을 하자면 거의 ‘도 닦기’가 된다. 심호흡은 폐 구석구석을 활용하니 온몸에 신선한 공기를 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 운동을 활성화하므로 면역 기능 역시 잘 살아난다.

    심호흡은 기분까지 좋게 해 자신감도 북돋운다. 손 씻기 한 번 하는 정성이라면 심호흡을 최소한 10번 하자. 숨쉬기는 돈 드는 것도 아니며,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흔한 걸 소중하게 여길 때 면역력이 높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외부와 만나는 곳이다. 당연히 몸을 보호하는 면역 기능을 갖는다. 이 기능이 좋아야 둘레 변화를 잘 느끼고 대처할 수 있다.

    환절기, 덥다가 추워지고 춥다가 더워지는 날씨의 변화. 변덕스런 날씨라고 하늘 욕하지 말고, 피부를 단련할 기회로 여기고 고마워하자. 민간의학에 풍욕(風浴)이란 게 있는데, 옷을 홀딱 벗고 이불을 덮었다 젖혔다를 되풀이하면서 피부를 단련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환절기를 즐기다 보면 피부 면역 기능을 살릴 수 있다. 늦가을인 요즘, 하루에도 온도 변화가 많다. 해 뜨기 전은 으슬으슬하다. 해가 뜨면 따스한 햇살이 참 반갑다.

    이 햇살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려주는 건 우리 집 고양이다. 가장 볕이 좋은 곳에서 가만히 해를 받는다. 태양의 힘이 고스란히 고양이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 정도. 굳이 태양은 생명의 근원이요, 우리 몸에 비타민 D를 생성하고, 우울증에 도움이 되니 하며 복잡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그냥 즐기면 된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잠깐씩 햇살을 즐기자. 아직까지 한낮에는 조금만 힘쓰는 일을 해도 땀이 날 때가 많다.

    면역력 빵빵한 자연건강법 “신종플루 그까이 꺼!”

    싱싱한 무를 들고 뿌듯해하는 아이. 호기심과 자신감은 면역력을 높인다. <B>1</B> 비닐을 씌우지 않고 자연 재배로 키우는 마늘. 크기는 작아도 생명력은 강하다. <B>2</B> 겨울나고 봄이 되면 마늘 싹이 저절로 돋아난다.

    적당히 땀을 흘리는 것도 쾌감을 준다. 땀으로 노폐물을 배설하고 온몸을 잘 순환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 해가 지면 한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우리 피부는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면역력을 갖게 된다. 추울 때 조금 춥게 지내고, 더울 때 조금 덥게 지내는 것이 자연스런 건강법이다.

    # 저절로 썩는 마늘과 싹이 나는 마늘

    면역력이라면 먹는 입을 빼놓을 수 없겠다. 무얼 먹을까. 나는 먼저 제철음식을 권한다. 누군가가 수박이나 오이를 추운 겨울에 먹는 걸 지켜보기만 해도 내 몸에는 소름이 돋는다. 요즘은 햅쌀을 비롯한 여러 곡식이 제철이다. 무와 배추는 일교차가 큰 이맘때 왕성하게 자란다. 밀가루 음식은 여름이 제철이다. 철도 아닌 음식을 아무렇게나 자주 먹는 건 두려움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급자족 시대는 그냥 그때그때 자연에서 나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제철음식이었고 나머지는 발효식품이나 말린 나물이 전부였다. 이런 자연식품은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기운을 돋우고 피를 맑게 하니 면역력을 높여준다. 특히 발효식품이 그렇다. 발효과정에서 온갖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사람에게 좋은 미생물이 살아남은 음식이기에 몸에 안 좋은 미생물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사회는 가공식품과 수입농산물이 넘쳐나기에 올바로 먹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먹을거리는 농사와 직접 관련이 있다.

    ‘알리신’이란 물질이 들어 있어 살균과 항균작용이 뛰어나다는 마늘 이야기부터 해보자. 농사를 지어보면 마늘도 마늘 나름이다. 마늘은 보통 늦가을에 심어, 겨울을 난 뒤 봄에 왕성하게 자라 초여름에 캔다. 마늘을 잘 저장하면 거의 1년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적지 않은 마늘이 상온에서 보관이 잘 안 된다. 마늘도 생명인데 마늘 자체의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 근본 원인은 재배과정에 있다. 화학비료를 많이 주고 남보다 좀더 크게, 빨리 출하하려고 비닐 멀칭을 해 재배한 마늘일수록 빨리 상하거나 썩는다. 또한 토양 소독도 마늘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건강한 흙에는 어마어마한 미생물과 작은 생물이 살고 있다. 그런데 흙을 약으로 소독하면 이런 생물이 대부분 사라져, 흙이 아주 단조로워진다. 이런 데서 자란 작물이 강할 수 있을까.

    여기에 견줘 자연농법으로 제철에 햇살과 바람, 비, 그리고 땅속의 온갖 생물과 함께 자란 마늘은 하지에 거둬 바람 통하고 그늘진 곳에 매달아둬도 이듬해 봄까지 상하지 않는다. 그 상태로라도 싹을 내밀어 한사코 자손을 이어가려 한다. 이게 바로 싱그러운 생명력이다.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하고 상하는 마늘과 몇 달 동안 휴면기를 거쳐 저절로 싹이 나는 마늘 중 어느 것이 사람들의 면역력을 더 높이겠나.

    # 몸 살리는 명품 마늘과 명품 벼

    면역력 빵빵한 자연건강법 “신종플루 그까이 꺼!”

    부챗살처럼 잎이 쫙 펼쳐 자라는 벼와 밀식된 벼. 어느 게 생명력이 강할까.

    생활협동조합 가운데 정농생협(http://www.jungnong.com)은 같은 작물이라도 비닐을 씌우지 않고 키운 것에는 가격 차별을 둔다. 그 이유가 분명하다. 여기 이사장인 전석호(53) 씨 자신이 농사를 지어서인지 단호하게 말한다.

    “신종플루는 일종의 감기인데 온도 적응에 문제가 있는 거거든요. 이는 농작물의 비닐 재배와도 크게 상관이 있어요. 해가 뜨면 비닐 안은 온도가 급상승해요. 말하자면 작물이 열대나 극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것과 다름없지요. 이렇게 자란 농산물을 자주 먹으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거지요. 작물이 유기적인 환경에서 자라야 우리 몸에 맞는 건강하고 생명력 있는 농산물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품이 많이 들고, 작물의 크기도 작아지니 이를 우리 나름대로 가격정책에 반영하는 거지요.”

    ‘밥이 보약’이란 말이 있으니 쌀 이야기도 하자. 벼를 빼곡히 심으면 병에 쉽게 걸린다. 바람이 잘 안 통하고, 햇살을 적게 받고, 벼끼리 지나치게 부대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병을 방제하고자 다시 약을 치게 된다. 반면에 유기농업에서는 벼를 드물게 심어 벼 자체의 생명력을 키워주고는 알아서 자라게 한다.

    농약 힘으로 간신히 버티듯 자란 곡식과 자신의 생명력을 마음껏 발휘해 열매를 남긴 곡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같을까. 적지 않은 사람이 돈이 생기면 명품 옷이나 구두, 가방 같은 것을 탐낸다. 진정한 명품은 바로 쌀을 비롯한 먹을거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겉을 꾸미는 것도 좋지만 제철 환경농산물 비싸다고 생각 말고 몸부터 살리자.

    면역력 빵빵한 자연건강법 “신종플루 그까이 꺼!”

    <B>1</B> 발효식품 청국장에서 나오는 하얀 실. 발효식품은 미생물의 보고다. <B>2</B> 껍질까지 통째로 요리한 콩나물. <B>3</B> 고구마를 캐보면 생긴 모양이 그때마다 조금씩 달라 흥미롭다.

    # 쌀도 고구마도 콩나물도 통째로

    먹는 법도 면역력과 직접 관련된다. 되도록 통째로 먹는다. 쌀에서 쌀눈을 제거하는 순간 그 쌀은 죽은 목숨이다. 쌀눈을 제거한 백미는 상온에서 열흘만 지나면 맨눈으로는 안 보이지만 현미경을 들이대면 부패가 시작된다. 좀더 지나면 냄새가 난다. 우리 몸은 그제야 미생물이 쌀에 달라붙어 쌀을 ‘활발하게’ 분해하고 있다는 걸 코로 감지한 거다. 이 상태로 좀더 지나면 벌레가 꾀는 걸 보게 된다. 되도록 살아 있는 쌀을 먹자.

    고구마도 가능하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또한 고구마 하나를 통째로 먹는 것 못지않게 한 포기에서 난 여러 고구마를 통째로 먹는 것도 신선한 체험이 된다. 가는 것과 굵은 것, 기다란 것 가리지 말고 먹어보자. 심지어 콩나물도 잔뿌리를 떼어내는 건 물론이요, 대가리까지 떼고 요리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콩나물을 키워보면 싹이 나기 전에 껍질이 살그머니 벗겨진다.

    이 껍질이 사람으로 치면 태반 비슷해 면역력이 높다. 우리 식구는 콩나물을 키운 다음, 물에 두어 번 헹궈 껍질째 요리한다. 통째로 먹으면 섬유질이 많아 똥도 잘 나온다. 이 밖에도 통째로 먹는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진실이 훨씬 많으리라. 또한 오래 씹어 침과 잘 섞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건 지난번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상식. 우리는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온갖 장치를 몸 안팎으로 갖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사람마다 면역력이 다르기에 자기 몸에 귀 기울이고 몸을 사랑하다 보면 병이 오기 전에 몸이 신호를 보낸다. 몸살은 몸이 살기 위한 신호다. 이는 몸 공부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마음의 면역력’을 들고 싶다. 두려움은 면역력을 약하게 하고, 호기심은 면역력을 높인다.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감이나 사랑 같은 좋은 마음을 많이 먹자.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를 해보다 보면 좋은 마음도 저절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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