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9

2009.08.18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방송인 이숙영의 말하기 분석 다독 김제동, 낮추기 달인 박경림, 노력하는 유머 김수로, 웃는 얼굴 노홍철

  • 이숙영 SBS 파워FM 진행자·‘이숙영의 맛있는 대화법’ 저자 powerdj21@hanmail.net

    입력2009-08-13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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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친다.

    본인의 말하기는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와 싫어하는 화제 등을 파악한 뒤에야 시작한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하나를 말하고, 둘을 듣고, 세 번 맞장구친다’는 ‘1대 2대 3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특히 맞장구는 호감을 부르는 마법 같아서 상대방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여러 명과 대화할 때 소외당하는 사람이 있다 싶으면 재빨리 화제를 바꿔주는 것도 중요하다.

    경청과 맞장구만큼 중요한 대화의 자세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즉 나의 단점을 지나치지 않은 정도, 듣는 사람이 당황스럽지 않은 정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사람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의 단점은 건드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 단점이 치명적인 콤플렉스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 방송계에서도 네트워크 지수가 높기로 유명한 박경림은 자신을 낮추고 남의 아픈 점을 건드리지 않는 말하기를 했더니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거들먹거리지 않고 상대방을 적절히 띄워주다 보면 호감을 얻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



    가수 김민우도 비슷하다. ‘사랑일 뿐야’ ‘입영열차 안에서’를 불렀던 왕년의 톱가수가 자동차 판매왕이 될 수 있었던 건 ‘낮춤화법’ 덕분이다. 그는 인기가수였다고 거들먹거리기는커녕 누구를 만나든 늘 깍듯하게 인사하고 고객을 최대한 높여주면서 감동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대화의 소재는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통된 내용이어야 한다. 즉 음식, 여행, 날씨, 스포츠, 영화, 취미 등 누구나 들어도 부담 없는 화제면 좋다. 그런데 다양한 화제를 많이 알고 있으려면 독서는 필수다. MC 김제동은 매일 신문 서너 개를 읽는 건 기본이고, 여러 분야에 걸쳐 책을 많이 읽기로 유명하다. 자타가 인정하는 그의 순발력은 타고났다기보다는 독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 역시 일주일에 2~3권 읽는 책과 잡지 등이 라디오 방송을 할 때 가장 든든한 밑천이 된다.

    또 대화를 잘하기 위해선 열린 마음과 웃는 표정이 중요하다. 말이 다소 어눌하더라도 긍정적인 태도와 웃음 띤 표정을 지녔다면 대화의 분위기는 좋아진다. 가수 장윤정의 마음을 사로잡은 개그맨 노홍철이 대표적인 경우. 웃는 얼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인드야말로 그의 경쟁력이다.

    간단한 유머가 대화의 윤활유

    칭찬 화법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중요한 대화의 요소다. 주변에서 인기가 많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하나같이 칭찬을 많이 하고 상대방 말에 절대 까칠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MC 유재석이 ‘안티팬’이 없는 이유는 남을 잘 깎아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MC 김구라는 상대방의 모자라는 점을 부각해 웃음을 이끌어낸다. 그러다 보니 김구라는 안티팬이 많지만, 유재석은 국민 대다수에게 사랑받는 국민 MC가 될 수 있었다. 또 대화에 대해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게 바로 유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탁재훈이나 신정환의 촌철살인 유머는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구실을 한다.

    천성적으로 유머감각을 타고났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융통성을 가지고 상황을 너그럽게 바라보라. 그러다 보면 사람들을 웃길 만한 생각이 한두 가지는 떠오른다. 간단한 유머 몇 개를 외워두는 것도 좋다. 예컨대 아이들과 있는 자리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서 새끼 낳는 동물은?’ ‘사과를 한 입에 베어 먹었다를 네 글자로 하면’ 등의 유머를 구사하면 좋다.

    답은 하이에나와 파인애플. 성인용 유머를 구사할 경우 가벼운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가 좋다. 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탤런트 김수로의 유머는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출연 전날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면서, 어느 부분에서 어떤 애드리브를 할 것인지까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경청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 꾸준한 독서와 사색 등만 갖춘다면 당신도 말 잘하는 사람으로 멋지게 변모할 수 있다.

    요즘 화제! 오바마, 손석희, 이금희, 박경철 스타일 스피치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파트너 리더십 강조한 오바마 스피치

    긍정 프레임으로 미래 비전 제시
    : 오바마 스피치의 핵심은 지금의 시련과 위기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에너지로 작용하기에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 프레임을 제시하는 데 있다.
    ‘우리’ ‘함께’의 파트너 리더십 강조 : ‘여러분이 나를 믿고 따라오면 내가 앞장서겠다’는 ‘따라와’ 리더십이 아닌, ‘우리가 뭉치면 해낼 수 있다’라는 ‘함께 가’ 리더십을 얘기한다.

    자신의 그늘진 과거를 솔직히 고백 : 부모의 이혼, 불우한 청소년기 등에 대한 고백은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배경을 지닌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인간적 매력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유머감각 : 원고만 읽는 딱딱한 대통령이 아닌 상황에 맞게 유머를 던지는 대통령.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이다.

    자신감 넘치는 자세 : 당당한 발걸음, 곧게 편 자세, 세련된 무대 매너, 적절한 제스처와 울림이 있는 바리톤 음성 등 비언어적인 부분도 신뢰감을 주는 오바마 대통령. 이런 부분은 스피치에서 언어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지적 긴장감 즐기는 손석희 스피치

    짧고 굵은 명쾌함
    : 군더더기나 사족을 찾을 수가 없다. 첨예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즐기는 듯 탄력과 명쾌함 사이를 오간다.
    논리와 담백함 :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의 비전과 가치관을 확실히 하고 꾸밈없는 말투와 솔직함으로 말한다.

    소신과 중립 : 소신을 가지면서도 진행자의 가장 중요한 자세인 중립을 잃지 않는다.
    펄떡이는 물고기의 생생함 : 생방송 상황에서도 출연자의 진정성을 끌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공감의 가슴을 가진 이금희 스피치

    탁월한 공감의 소유자
    : 진행자인 자신보다 출연자가 더 많이 이야기하도록 귀 기울여준다. 상대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 데 탁월하다.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철저한 준비 : 정확한 발음, 간결한 억양, 명료한 정보 전달력, 장단음을 살린 핵심어와 적절한 포즈, 진취적이며 생동감 있는 언어와 바른 자세 등 방송인으로서의 기본기가 확실히 잡혀 있다. 이는 모두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칭찬과 감사로 상대 높이기 : 소유가 아닌 재능을, 재능보다는 의지를 칭찬한다. 특히 구체적이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한다.

    우리 시대 방송 입담꾼들은 ‘1대 2대 3법칙’으로 말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담은 박경철 스피치
    쉽고 가벼운 예시
    : 어려운 내용일수록 쉽고 가벼운 예시를 들어 재미있게 풀어간다.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어필 : 진정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스피치는 유창한 말솜씨가 아니라 진정성이 묻어나는 말과 자세다. 정체성을 가지고 가장 본인다운 모습으로 ‘박경철’ 브랜드를 알리는 그의 스피치는 대단한 힘을 가진다.

    정경진 한국커뮤니케이션코치협회 회장 kyung37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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