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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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달인 3인“설득의 기술 알려주마!”

  • 입력2009-08-13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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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비엔나에 내렸어” “너 미쳤니?” “설득당했어.”

    • 영화 ‘비포 선라이즈’(1995)의 한 장면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이 이렇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직장 상사를, 고객을, 가족을 설득하지 못해 머리를 쥐어뜯는다. ‘말의 달인’만이 살아남는다는 영업 분야. 그곳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으로 ‘설득의 왕’으로 추앙받는 3인을 만났다. 화려한 외모, 서울 표준말, 세련된 수사라는 삼박자를 갖추지 않고도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는 이들의 비밀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끈질기게 기다려라 - 대한생명 강북지역본부 용산지점 유현숙 부지점장

    영업의 달인 3인“설득의 기술 알려주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영업상황 악화에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두며 2009년 보험왕으로 선정된 대한생명 강북지역본부 용산지점 유현숙(40) 부지점장. 그는 지난 한 해 무려 141건의 계약건수를 이끌어내며 혼자서 약 73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뒀다. 그가 직접 관리하는 고객 수만 약 1200명. 연봉은 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그마한 체구에 소탈한 인상에서는 억척스러운 모습을 연상하기 힘든데도 에너지만큼은 ‘업계 최강’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14년 전 보험업에 처음 뛰어든 이후로 현재까지 계약기간 1년을 넘긴 시점인 13회차 기준의 계약유지율이 99.8%에 이르는 것 역시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유 부지점장이 보험업에 발을 담그면서 가장 큰 목표로 삼은 것은 동대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매일 새벽 1시, 손수 만든 김밥을 싸들고 동대문시장으로 출근했어요. 새벽부터 활동하는 상인들에게 김밥을 건네주며 일일이 인사를 했지요. 상담도 많이 해주고 정보도 많이 전한 덕에 ‘동대문시장의 재테크 설계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그의 설득 노하우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많이 드러내는 것.

    “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야 친해질 수 있고 또 진심도 통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뭐 하나라도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현재 그는 용산지점 매출의 약 50%를 벌어들이며 보험설계사 30~40명의 몫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처음부터 보험 세일즈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 싫은 사람과는 말도 잘 섞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 문제였다.

    “상대에게 살갑게 말하는 말투 연습을 많이 했어요.성격이나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는 책도 많이 읽었지요. 사람들을 고루 만나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 부지점장은 베테랑이 된 지금도 고객을 만나기 전에 철저히 준비를 한다. 어떤 말을 하고, 이러한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할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그의 영업 노하우 중 또 하나는 사람의 성격과 유형별로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예의범절을 무척 중시하기 때문에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건넵니다. 반대로 젊은 사람들한테는 친언니나 친구처럼 편안한 단어, 어투를 사용하죠.”

    하지만 ‘설득의 달인’에게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다. 이럴 때 그의 해결책은 한 번 더 찍기보단 때를 기다리는 것. “딱 잘라서 ‘안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끝까지 정성을 다해 말하고 만남의 끈도 계속 유지합니다. 나중에 상황이나 마음이 변할 수 있으니까요.”

    그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설득의 비법’은 자신감이다. “저는 대통령을 만나도 제 직업과 판매하는 보험상품을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요. 내가 하는 일에 자신감을 가져야 남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은택(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강약, 경중 조절하며 고객 마음 열기 - 패션 멀티숍 한스타일 총괄매니저 김미정 실장

    영업의 달인 3인“설득의 기술 알려주마!”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자리한 패션 멀티숍 ‘한스타일’의 총괄매니저 김미정 실장은 수년간 비슷한 디자인의 검은색 뿔테 안경을 고수하고 있다. 숍을 찾는 고객들에게 ‘변함없는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세일즈에서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도 무척 중요합니다.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언제 와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고객을 기다린다는 느낌을 줘 신뢰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김 실장은 2007년 3월 ‘한스타일’에 합류하기 전, 패션업체 ‘논노’와 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 근무했다. 세일즈,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머천다이징(MD) 업무를 경험했고 고객의 취향에 맞게 스타일을 제안해주는 퍼스널 쇼퍼로도 활동하는 등 패션 관련 업종에서만 약 25년의 경력을 쌓았다.

    일반적으로 멀티숍을 찾는 고객들은 백화점 고객보다 정보도 많고 취향도 뚜렷한 편. 김 실장은 “국내에서 상위 0.1%에 드는 앞선 취향과 감각을 가진 고객이 많아 이에 따라 세일즈 전략도 다양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분은 사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길 원하고, 어떤 분은 쇼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을 좋아해요. 안부전화 받기를 좋아하는 분, 문자메시지로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분도 있지요. 고객과의 ‘관계 맺기’는 그래서 고객 성향에 따라 ‘강약, 경중’을 맞춰야 합니다.”

    단골 고객들은 그의 겸손한 말투와 다소 어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산 사투리 등의 ‘인간적인 매력’을 그의 경쟁력 중 하나로 꼽는다. 어려운 디자이너 이름을 유창한 외국어 발음으로 읊으며 잘난 척하거나 ‘패션 피플’ 특유의 ‘얌체스러움’이 없는 것이 오히려 큰 강점이 된다는 것.

    김 실장이 강조하는 ‘설득적 세일즈’의 첫 번째 노하우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스몰토크’ 속에서도 고객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 정보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판매할 때 공략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상품을 매입하러 해외 출장을 떠나서도 단순히 ‘이게 잘 팔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옷에 어울릴 특정 고객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매출에 따라 연봉 1억2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이는 김 실장은 “세일즈 화법에도 나만의 철학이 담긴 ‘시그너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고객 모습 시뮬레이션으로 ‘족집게 대화’- 기아자동차 테헤란지점 박광주 부장

    영업의 달인 3인“설득의 기술 알려주마!”
    “늘 고객을 만나기 전, 그분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기본 정보를 보고 여러 가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거죠. 외모나 기본적인 성향, 성격이 어떨지는 물론 그분이 자동차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이 무엇일까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따져봅니다.

    그렇게 여러 상황을 설정하고 상담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 뒤 고객을 만나면, 한두 마디만 나눠도 그분이 원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테헤란로지점의 박광주(39) 부장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 연속 전국 판매왕을 기록한 ‘판매의 달인’이다. 1994년 1월 기아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그는 지난 4월 말 누계판매 2000대를 달성했다. 연봉은 2억원대에 이른다.

    그런데 박 부장은 자신이 달변가도 아니고 더더욱 설득하는 말은 잘하지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그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말 잘하는 영업맨’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분자분한 그의 말에 머리보다 귀가 먼저 ‘혹했다’.

    박 부장은 인터뷰를 하기 전에 기자의 기본 정보를 알아보고, ‘영업의 달인에게서 듣는 말하기 노하우’라는 인터뷰 취지에 따라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봤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박 부장은 계속 되는 질문에도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의 화법은 부담 없이 ‘편안한 대화’와 ‘치밀한 대화’로 요약할 수 있다. 계약 이전엔 ‘편안한 대화’를 통해 잠재 고객과의 친밀감을 쌓는다. “모임 만드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라는 박 부장은 현재 활발하게 참여하는 모임만 20여 개에 이른다.

    중고교 및 대학 동창회와 헬스, 등산, 에어로빅, 영화 동호회는 기본. ‘첫째아이 친구의 아빠들 모임’ ‘동네 텃밭 가꾸는 주민 모임’ ‘헬스클럽 사우나 함께 하는 모임’ 등 목적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모임에서 절대로 자동차 영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자동차 구매에 대한 강요로 들릴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계약 단계에 들어서면 ‘치밀한 대화’로 임한다. 비용에선 원 단위까지 확실하게 이야기해 전혀 착오가 없게 하고, 상품에 대해선 아주 작은 것까지 설명해준다. 기술적인 면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게 아니라 엔지니어에게 문의해 하나하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는 “고객을 위한 진심을 담아, 거짓 없이 이야기하면 고객의 마음은 움직인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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