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9

2009.08.18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말하기 기본 5가지 법칙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09-08-13 13: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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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말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말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듣는 사람의 귀로 들어가 머릿속에 박히는 것’이다. 허공에서 흩어지는 말은 허무하다.

    즉 말하기는 듣는 사람에 대한 서비스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한다. 내가 아닌 듣는 사람의 처지에서 말하면, 우리가 말하기에서 자주 범했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듣는 사람’을 명심하며 말하기의 ‘기본기’를 닦아본다.

    도움말 주신 분 :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 정경진 한국커뮤니케이션코치협회 회장,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서울대 말하기 강사

    [Basic 1]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용혜원의 시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의 한 구절이다. 정경진 회장은 “말할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이 시구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즉 상대방이 이 시의 ‘너’라고 생각한다면,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최선을 다해 말한다는 것. 듣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해 말해야 한다.

    이는 5000여 명이 모인 대중 강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중 하나하나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또 말하기의 시작이 듣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지만,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내 생각을 정리하거나 이야기의 결론을 추론하고, 선택적으로 듣는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한다. 말하기 전에는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자기암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는 건 금물. 아무리 어려운 상대와 이야기를 하더라도, 연단에 올라 대중 강연을 하더라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더라도 평상시와 똑같이 말할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Basic 2] “다른 사람들도 다 떤다!”

    누구나 대중 앞에서 말할 기회가 주어지면 두려움을 느낀다. 꼭 연단에 오르는 게 아니더라도 회의 중 의견을 말하거나 상사에게 보고할 때도 떤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나만 떠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유롭고 당당해 보이는 사람들도 실상은 떨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다.

    떨림을 극복하려면 먼저 떨림의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본다. 자신감의 결여인지, 완벽해야겠다는 욕심인지, 아니면 발표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분석한 뒤 그에 따른 극복 방안을 모색해본다. 대부분은 준비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 떤다. 철저히 준비하고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해 발표 경험을 쌓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편안한 상태로 말하다가 갑자기 떨리기도 한다. 이럴 때 솔직하게 “떨린다”고 고백하는 것이 좋다.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유용하다. 이 경우 청중의 흐트러진 관심을 모을 수 있고, 답변자가 대답하는 동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했습니다’ 등의 딱딱한 말투를 ‘했어요’ 등으로 부드럽게 바꿔도, 발표가 아니라 일상의 대화처럼 느껴져 마음이 편해진다. 말하는 사람에게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에게 시선을 주는 것도 좋다. 그 사람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에 불안한 마음이 진정된다.

    [Basic 3] “말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라!”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공식적 스피치든, 비공식 모임에서의 말하기든 말의 물꼬를 어떻게 트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말의 오프닝이 독창적일수록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기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저는 배한수입니다”보다는 “배움에 목말라 있는 남자,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배한수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오프닝은 준비해놓는 게 좋다.

    말의 본론으로 들어가서는 단순한 정보전달자가 아닌 다양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구성해 말하는 ‘스토리텔러’가 돼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족사, 속담이나 격언, 신문이나 잡지, 책, 방송 등이 에피소드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한편 상대방에게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말하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정 회장은 “‘왜’를 ‘어떻게’ 또는 ‘무엇’으로 바꾸고, 미래형 질문을 하라”고 조언했다. “왜 이렇게 일이 늦어졌니?”가 아닌 “일이 늦어진 원인은 무엇일까?”로 질문을 바꿔보라는 것. 또 잘못을 질책해야 할 경우도 단순히 나무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묻는다.

    정말로… 미안하다… 솔직히… ‘커뮤니케이션 킬러’를 제거하라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킬러’가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구 쏟아낸 단어와 표현들이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산산조각 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첫 번째 킬러는 바로 ‘정말로’라는 부사구다. 전체 문장에 아무런 의미도 보태지 않을뿐더러, 아첨하는 표현 내지는 얕잡아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두 번째는 ‘안 될 이유야 없지요’다. 이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발뺌식 표현. 유사어로 ‘제가 아는 한 그래요’ ‘거의’ ‘예상대로라면’ 등이 있다.
    세 번째는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것. 즉 미안하지 않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네 번째는 ‘솔직히’라는 부사구. ‘사실은 말이야’ ‘터놓고 말하면’도 비슷한 부류다. ‘솔직히’라고 말하는 순간, 듣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화자의 ‘솔직함’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그 밖에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등의 표현도 상대방과의 관계 형성에 도움이 안 되니 쓰지 않는다.

    ※ ‘디테일 토킹’(다산라이프) 요약 발췌


    [Basic 4] “‘네, 뭐라고요?’ 되묻지 않게 말한다!”

    “에너지를 덜 쓰려는 게으름, 절약정신(?)이 발음을 제대로 하지 않게 한다.”

    유정아 강사는 “입을 크게 안 벌리고 말하거나 이중모음을 단모음으로 발음해 얼렁뚱땅 넘기려는 습관이 안 좋은 발음과 발성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상대방이 “네, 뭐라고요?”라고 되묻게 만들고, 스스로도 한 번 더 이야기해야 하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발음 트레이닝은 필요하다.

    우선 음가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발음하도록 노력한다. 특히 모음을 정확히 발음해야 전체 발음이 좋아진다. 모음은 혀를 입안의 제대로 된 위치(조음점)에 놓아야 정확히 발음된다. 혀의 위치(앞, 중간, 뒤와 위, 아래)와 입을 벌리는 정도(열림, 반만 열림, 반만 닫힘, 닫힘)에 따라 모음의 발음이 달라진다.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다양한 목소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 회장은 “인간은 서너 가지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지만, 이를 개발하지 않고 한 가지만 고수한다”고 설명했다. 즉 여러 목소리를 내는 성우들처럼 일반인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목소리 개발을 위해선 낭독의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무작정 읽는 게 아니라 한 번은 아나운서 톤으로, 한 번은 대중 앞의 연설자 톤으로, 또 한 번은 내담자를 앞에 둔 상담자의 톤으로 읽으라는 것. 하루에 2장씩 매일 읽으면 서너 달이면 한 권을 다 읽는다. 낭독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목소리 개발뿐 아니라 발음 교정, 어휘력 향상에도 유용하다. 또 발음이나 목소리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말하는 속도를 천천히 하고, 중간 중간 포즈를 두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Basic 5] “효과 2배! 눈과 손이 메시지다!”

    손은 또 하나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을 살펴보는 것. 사람들은 진실된 이야기를 할 때 손바닥을 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스피치를 할 때도 손을 적절히 사용하면 전달 효과를 2배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간청하고자 할 때 : 손바닥을 위로 편다 유순하고 위협적이지 않은 자세로 무엇인가를 간청하고자 할 때 손바닥을 위로 펴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피치 내용에 권위를 싣고자 할 때 :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다 손바닥을 아래로 하여 손짓하는 건 지배적이고 위협적인 제스처다. 내용에 권위를 싣고자 할 때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청중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스처만 본다면 명령을 받은 것으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적대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청중에게 명령할 때 : 주먹을 쥐고 손가락으로 지시한다 매우 공격적인 제스처다.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려고 할 때 효과적이지만 손가락으로 청중을 지칭하는 건 당사자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한다.

    손의 움직임만큼 중요한 것이 시선 처리다. 정확히 상대방의 눈을 보며 말할 때 전달 효과가 커진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한 사람만 보지 말고 따뜻한 눈빛으로 전부를 찬찬히 쓰다듬어준다. 대규모 강연을 할 때는 청중을 몇 그룹으로 나누는 ‘그루핑’을 한 뒤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살펴본다.

    왼쪽, 오른쪽, 앞, 뒤로 이동하면서 말하는 것도 좋다. 움직일 만한 여건이 안 되면 몸이나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면서 말한다. 또 웃으면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이를 드러내고 웃어도 되고, 살포시 미소만 지어도 된다.

    ※ 참고서적 : ‘성공하는 직장인의 7가지 대화법’(크레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문학동네)

    진화론적으로 바라본 말하기

    말 잘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청중은 애인’ 자기암시를 하라!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면 이들이 보이는 두려움이나 애착, 질투 같은 감정이 사람과 무척 비슷하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그럼에도 동물과 사람의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으니 바로 말, 즉 대화의 여부다. 자신에게 말을 하는 주인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개를 보면서 ‘저 녀석, 용케 말을 잘 알아듣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도 소리를 내면서 의사를 표현한다. 뭔가 불편하면 낑낑거리고 화가 나면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사람의 말은 이런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의사소통 수단이다. 자음과 모음을 구분해 발음할 수 있는 발성기관과 단어, 문장을 문법에 맞게 구사할 수 있는 뇌의 회로가 갖춰져야 말을 할 수 있기 때문.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일부 영리한 침팬지가 수화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즉 ‘바나나’를 뜻하는 손짓이 ‘바나나가 먹고 싶다’는 건지, ‘바나나가 길쭉하다’는 건지, ‘바나나가 노란색이다’라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물론 십중팔구 먹고 싶다는 뜻이겠지만.

    사람의 놀라운 언어능력에는 좌반구 대뇌피질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주변이 집중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은 체중이 침팬지의 1.5배 정도지만 뇌 용적은 3배가 넘는다. 주로 대뇌피질이 급격히 팽창했는데 언어능력 습득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고나 중풍 등으로 이 부분이 손상되면 심각한 언어장애를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사람도 예전에 부르던 노래는 술술 부르고 화가 났을 땐 욕을 한다는 것.

    한편 뇌의 언어영역이 손상된 농아는 수화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화와 말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둘 다 엄격한 문법에 따라 문장을 만든다. 결국 언어능력이란 단순히 청각을 통해 소리를 주고받는 것 이상임을 의미한다. 몇몇 원숭이가 독수리가 나타났을 때와 뱀이 나타났을 때 다른 소리로 경고 신호를 낸다고 해서, 이들이 우리와 같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주장하는 건 억지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인간은 언어능력을 갖게 됐을까. 1998년 찾아낸 이른바 ‘언어 유전자’의 존재는 이런 의문점을 풀 실마리를 줬다. 선천적으로 문법에 맞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FOXP2’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겼음을 발견했다. 그 뒤 다른 동물에서 이 유전자를 조사했는데 침팬지는 인간과 두 곳, 생쥐는 세 곳이 달랐다. 실제로 FOXP2는 뇌구조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생쥐에 사람의 FOXP2 유전자를 넣었더니 뇌구조는 물론 찍찍거리는 소리 패턴이 바뀌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사실 FOXP2 유전자가 발견된 뒤 많은 사람은 ‘인간의 유전자를 넣으면 침팬지가 말을 할까’라고 생각했고, 이를 풍자한 카툰도 있었다. 아마 지금도 어느 실험실에선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언어능력은 침팬지와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이래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므로 FOXP2 외에도 많은 유전자의 변이가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언어능력은 문법, 어휘, 억양 같은 다양한 측면의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회로가 발명된 결과 얻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인류가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하며 언어능력을 획득한 이유는 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방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기후변화로 밀림이 사바나로 바뀌면서 나무에서 내려와 들판을 헤매야 했던 인류의 조상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진화시켰다. 결국 의사소통이 원활한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고 자손도 많이 남겼을 것이다.

    강석기 과학동아 기자 suk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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