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9

2009.08.18

‘세컨드 한류’를 위하여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8-13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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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 절친한 프랑스 친구에게서 e메일을 받았습니다. ‘내 사촌동생이 곧 한국에 갈 거야. 초행길이니 잘 좀 부탁해.’ 그렇게 소개받은 친구의 사촌동생 레아는 프랑스 투르의 한 의대에 다니는 스무 살짜리 여대생이었습니다. 한국에 온 그는 서울 곳곳을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여행의 ‘모험담’을 듣자 하니 여행 동선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무대가 된 홍대 앞 카페에서 카페모카 마시기’ ‘대형 음반 전문점에서 소녀시대와 빅뱅의 싱글앨범과 드라마 ‘꽃보다 남자’ DVD 사기….” 한국의 대중문화 광팬인 레아의 여행 목적은 한류(韓流)의 ‘메카’인 서울로의 ‘순례’였던 것입니다.

    “‘꽃보다 남자’는 한국판이 최고인 것 같아요. ‘찬란한 유산’은 시청률 40%를 넘겼잖아요? 결말이 정말 기대돼요.”

    그는 한국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실시간으로 달아 공급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한다고 했습니다.

    최근 동남아, 일본 등 ‘원조’ 한류바람이 일었던 아시아권이 아닌 미국, 유럽 같은 서구에서 뜻밖의 한류 소식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아시아권 한류에 이은 또 다른 바람 ‘세컨드 한류’가 시작된 걸까요. 뉴욕에 사는 한 미국인 친구도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 미국에서의 ‘원더걸스’ 인기를 전해줬습니다. 복고풍의 ‘롤리타’ 콘셉트가 미국인에게도 어필하고 있다는 평이었습니다.



    최근 러시아에서도 한국의 대중문화 관련 뉴스가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 연예인 관련 인터넷 카페 수가 100여 개에 달하고 ‘샤이니’ ‘2PM’ ‘2NE1’ 등 한국의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세컨드 한류’를 위하여
    한편으로는 동양에서 한류 붐이 시들어간다는 ‘비보(悲報)’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이런 때 서구에서 불어온 ‘세컨드 한류’의 불씨를 제대로 살릴 만한 비책은 없을까요. 마침 외국인(귀화 한국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공공기관 수장이 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7월30일부터 3년 임기에 들어갔습니다.

    한국을 ‘메카’로 여기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드라마 속에서처럼 ‘쿨’한 한국의 이미지를 남길 수 있게 하는 아이디어를 ‘이참’에 많이 생각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카’에 온 기쁨에 들떠 “(한국 여행은) 무조건 좋았다”고 말하는 레아조차도 영어가 통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길을 헤매고, 엉뚱한 버스에 올랐던 경험을 들려주며 가슴을 쓸어내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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