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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당신의 사랑은 몇 분 입니까? 05

“애걔걔 1분” … 조루는 병이다!

사정조절 능력이 관건 … 대부분 원인은 사정 중추 이상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도움말 :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 연구이사

“애걔걔 1분” … 조루는 병이다!

“애걔걔 1분” … 조루는 병이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해외마케팅팀에 입사한 정모(32) 씨. 비상한 두뇌와 성실함,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까지 누구나 부러워할 조건을 다 갖춘 ‘완벽남’이다.

여성들과의 연애 기회가 잦은 건 당연한 이치. 그러나 주변에 여자는 많지만 마음에 꼭 드는 ‘애인’이 없다는 게 고민. 기껏해야 두세 달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 여자다 싶으면 저 여자가 생각나고…. 마음을 잡지 못해 ‘바람둥이’라는 오해만 받아왔다.

그러던 지난해 5월 정씨는 동료의 소개로 만난 미모의 항공사 승무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 본 순간 ‘인연’이라는 느낌이 왔을 만큼 이상형에 가까웠다. 집요한 ‘작업’ 끝에 마음을 얻은 그는 ‘무려’ 4개월간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하지만 여자친구의 빡빡한 비행 일정 탓에 함께 밤을 지새워보지 못한 정씨. 그런 그에게 여자친구는 여행을 제안했고, 그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꿈에 그리던 밤을 맞았다. 그러나 그 밤은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되고 말았다.

“어, 안 되는데… 헉!”



여자친구와 교감을 나누자마자 일을 끝내버린 것. 그녀는 담담하게 “괜찮아”라고 위로했지만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다. 여자친구는 여행 후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씨는 지금까지 그때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섹스 얘기만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거부반응을 보인다. 여자를 깊이 사귀는 것 자체가 두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조루는 일시 장애가 아닌 질병

이처럼 성기능 장애 중 하나인 조루(Premature ejaculation)는 남성들에게 적잖은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그 폐해는 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혼 남성이라면 부부간 성관계 횟수의 감소와 이에 따른 여성의 성기능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혼의 주요 사유가 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 조루가 있어도 이를 간과한다는 점. 조루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증상이 나타나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안일한 생각만 할 뿐이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상 성적 장애를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성기능을 자존심의 영역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치료나 원인·실태 분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도 이런 사회 풍조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조루 환자가 발기부전 환자보다 훨씬 많지만, 조루를 질환으로 여기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성의학회(ISSM), 유럽성의학회(ESSM) 등은 공히 조루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정의한다. 즉 ‘병(病)’이라는 말이다. 조루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정의가 없으나 WHO가 권고하는 개념에 따르면 ‘사정을 수의적으로 조절할 수 없거나 성교에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만큼 질내 삽입 즉시, 또는 최소의 자극으로 극치감에 도달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병원에선 이러한 증상을 자주 느껴 스트레스까지 동반하면 조루증으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성관계 때 남성이 보이는 행동의 변화는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성적 욕망의 단계, 2단계는 흥분을 느끼고 발기가 이뤄지는 단계, 3단계는 발기가 유지되는 안정기, 4단계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절정 단계, 마지막 5단계는 오르가슴 이후 더 이상의 성적 자극이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시점이다. 보통 남성은 안정기 말이나 절정 초기에 사정이 일어난다. 조루 남성이 정상 남성과 다른 점은 이 모든 반응이 일어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이다.

조루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그중 하나가 시간개념이다. 시간은 대개 질내 삽입부터 사정까지의 간격을 말한다. 그간 전 세계적으로 1분, 90초, 2분 이하 등 다양한 시간 기준이 제시돼왔다. 특히 세계성의학회가 마련한 기준이 대표적으로 활용돼왔는데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1분 미만일 경우’를 조루의 첫 번째 조건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1분’은 삽입에서 사정까지를 스톱워치로 잰 시간으로, 성행위를 하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삽입에서 사정까지 조루 환자 스스로가 느낀 주관적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한남성과학회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5분 이내에 사정하는 현상’을 조루의 기준으로 내놓기도 했다.

상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

사정 시간과 함께 사정조절 능력도 조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사정조절 능력이란 성관계 때 자신의 의도에 따라 관계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사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학계에선 사정 시간이 남성의 만족감과, 조절능력은 상대 여성의 만족감과 관련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조루를 진단하는 데 시간보다 조절능력이 비중 있게 고려된다.

병원을 찾는 대다수 조루 환자는 사정까지의 시간보다는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한 수치감,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를 더 많이 토로한다.

“사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3분, 5분 혹은 그 이상이든 파트너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사정한다면 조루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김모 씨·28·학원강사)

“원래 1~2분 안에 사정하는데, 한번은 사정하지 않으려고 삽입한 뒤 소극적인 섹스로 7~8분을 버텨봤다. 그러자 아내가 ‘이게 더 안 좋아’라며 짜증을 냈다.”(박모 씨·34·은행원)

실제로 세계성의학회의 1분이라는 시간 기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시간이 1분이냐, 2분이냐 하는 것은 조루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세계적인 남성 성의학 전문가 왈딩거는 2002년 110명의 조루 환자를 대상으로 시간을 측정했는데, 1분 안에 사정한 남성이 약 90%였고, 2분 안에 사정한 남성의 수 역시 이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외 학계의 다수 연구에서도 사정 시간보다는 조절능력이 성관계 만족도 및 조루로 인한 스트레스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요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루를 진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조루 때문에 개인과 파트너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과 스트레스다. 조루 증상을 보이는 남성은 일반적으로 좌절감, 수치, 창피함, 부끄러움 등을 느끼거나 성관계를 회피하는 등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성생활뿐 아니라 업무나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본인은 물론 여성 파트너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병리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 복합 작용

“애걔걔 1분” … 조루는 병이다!

조루 증상을 보이는 남성은 좌절감, 수치, 창피함, 부끄러움 등을 느끼거나 성관계를 회피하는 등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는 성생활뿐 아니라 업무나 수면장애 등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견은 있지만 의료계가 모두 동의하는 조루의 진단기준은 성관계 때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거나, 사정조절 능력이 부족하거나, 조루 증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 3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다.

이처럼 조루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나 근거가 없어 전문의의 문진을 통해 질환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부끄럽고 수치스럽지만 얼마나 솔직하게 증상을 말할 수 있느냐에 치료의 성패가 달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남성들의 쉬쉬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조루가 과소 진단, 치료되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성인 남성 30%가 앓는다는 질병, 조루의 원인은 무엇일까. 크게 병리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는 게 일반론이다. 과거에는 심리적 부분을 주원인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다. 초기 성적 경험을 통해 생긴 정신적인 원인이나 상대와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 성 지식 부족, 정신 내면의 원인 등이 그것.

그러나 최근에는 병리학적 요인이 근본 원인으로 부각됐다. 각종 연구를 통해 사정 능력을 관장하는 기전의 장애, 특히 사정 중추와 말초신경인 성기의 과민성이 조루의 원인으로 제시된 것. 이는 사정 단계에서 기관의 감각적 자각 수준을 조루 증상과 연관시켜 분석한 결과다.

사정은 귀두의 감각이 척수를 통해 뇌에 전달돼 사정 중추가 흥분하고, 뒤이어 사정 신호가 말초신경으로 전달돼 사정하는 단계를 거친다. 결국 귀두와 사정 중추의 흥분 정도가 사정조절 능력과 직결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병원 등에선 귀두의 감각을 무디게 해 사정 중추로의 감각 전달을 지연시키는 치료법이 주로 행해졌다. 스퀴징(음경 쥐기), 스톱앤고(성행위를 멈췄다 다시 함) 등의 행동요법이 권장됐고, 이어 국소마취제를 음경에 바르고 씻어낸 뒤 성관계를 하는 방법이나 음경배부신경을 차단하는 수술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국소마취제는 성감이 떨어지고 수술은 발기장애와 당뇨병, 신경계통 이상 환자에게 통증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치료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다. 행동요법 역시 섹스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낮다.

최근에는 사정 중추의 과민성이 조루의 주원인으로 등장했다. 조루의 원인 및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중추신경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사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사정에 관여하는 척수신경은 뇌간에 자리한 사정 중추인 거대세포성핵에서 배뇨신경으로 이어진다. 성관계 시 사정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차단되며 이뤄지는데, 조루 환자에게선 성관계 시작 후 단시간에 세로토닌이 차단된다. 과도한 흥분을 느껴 세로토닌이 조기에 차단되는 것. 세로토닌은 성적 흥분 및 정서,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물질로, 의도적으로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키면 사정은 자연스럽게 지연된다.

그래서 주목받게 된 것이 사정 중추의 흥분을 억제하는 조루 치료법이다. 사정 직전 세로토닌이 급격히 고갈되는 현상, 즉 조루 증상을 막아주는 물질을 인체에 공급하면 조루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최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출시된 다폭세틴(상품명 ‘프릴리지’) 성분의 먹는 조루치료제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했다. 과연 이 약은 조루 환자들을 ‘찰나의 비극’에서 구원해줄 것인가. 아내가 샤워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조루 환자들의 눈과 귀는 이 약에 집중돼 있다.

지루증도 병! 조루증과 반대로 치료해야

“애걔걔 1분” … 조루는 병이다!
“자기야, 이제 그만 해. 힘들어 죽겠어….”
조루 환자들이 파트너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이것 아닐까. 그러나 이런 말을 들으면서 괴로워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지루 환자다. 지루는 조루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정이 지나치게 늦어지거나 힘든 경우를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접이불루’(接而不漏·섹스는 하되 사정을 하지 않는 것)나 다름없다. 마치 만성변비 환자들이 반사적으로 변의 억제를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
지루는 파트너가 증상을 모르는 초기에는 성관계 시간이 길어져 파트너가 만족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성적 만족 상태, 즉 오르가슴에 여러 차례 도달했는데도 남성이 사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극치감에 장애를 주고 육체적인 부담을 느끼게 한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감정적 불균형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조루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루는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 의향이 조루보다 낮다. 그러나 이 역시 증상이 지속되면 사정이 불가능해져 임신이 어렵거나 발기부전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이성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애적인 성관계가 고착화할 수도 있다.
지루의 가장 큰 원인은 중추신경의 둔감이다. 조루와 반대로 사정에 관여하는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많이 작용하는 것. 심리적으로 강한 억압을 받거나 불안한 경우, 완벽주의 성향 등이 사정 중추를 억제해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 또한 사정 중추의 손상이나 기능 저하를 가져오는 약물 복용 등이 원인이 된다. 척수의 손상과 질환, 교감신경계의 손상, 당뇨병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루의 치료는 사정 중추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법이 주로 행해지며, 심인성 지루증의 경우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없애야 한다. 복용하는 약물이 사정 중추에 영향을 미치면 다른 약물로 바꿔야 하고, 약물치료로는 교감신경 흥분제가 효과적이다.




주간동아 2009.07.07 693호 (p30~33)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 도움말 :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남성과학회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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