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God send you good speed!”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7-01 1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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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에서 스피드는 선(善)이요, 자랑이요, 능력입니다. “그 친구, 일 참 잘해”라는 말에는 ‘빨라서 좋다’는 칭찬이 내포돼 있죠. 치킨이나 피자가 30분 안에 배달되지 않으면 짜증이 납니다.

    한 취업전문 사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2명 중 1명은 ‘뭐든지 빨리해야 안심이 된다’는 이른바 ‘스피드홀릭(speedholic)’이라고 합니다. 원인은 ‘과도한 업무량’(27%), ‘과다 경쟁’(22.6%), ‘급한 성격’(21.3%) 순이라고 하네요.

    ‘서두름’ ‘속도’를 뜻하는 영어 ‘speed’는 ‘성공’ ‘번영’을 의미하는 고대 게르만어 ‘spout’에서 비롯됐는데, ‘희망’을 뜻하는 라틴어 ‘spes’가 그 뿌리라고 합니다. ‘God send you good speed!’는 ‘성공을 빕니다’라는 뜻이었죠.

    하지만 스피드가 악(惡)이요, 수치요, 무능인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성관계에서의 조루입니다. 기자는 6월23일 조루 남편을 둔 아내 3명과 ‘조루남’ 3명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직업과 외모를 가졌지만 그들은 말 못할 ‘욕속부달(欲速不達)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욕구불만과 가정불화로 치닫더니, 서로를 의심하면서 가정해체 위기에 다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 ‘후천적 조루’ 4명(남편 포함)은 그 발병 원인이 공교롭게도 ‘업무 스트레스’였습니다. 업무를 향한 강박관념은 스트레스를 낳았고, 일에서만 즐거움을 찾으려는 경향을 가져왔습니다. 일종의 ‘워커홀릭(workaholic)’이었던 거죠.



    “God send you good speed!”
    “몸은 아내를 향했지만 머리는 업무를 향했다” “스피드홀릭이 되다 보니 ‘그것’도 빨라졌다”는 인터뷰이의 말에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연민과 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들은 마땅히 말할 데도, 도움을 요청할 데도 없었다고 합니다.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남 얘기하듯 하며 조심스레 손을 내밀 때는 어느새 조롱과 편견이라는 장갑이 끼워졌다고 하네요. 기자도 누군가에게 조롱의 장갑을 끼웠을지 모릅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네요. 올해 하반기에 먹는 조루 치료제가 국내에서도 시판된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30%라는 ‘조루남’의 고통을 음지에서 양지로, 그리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는 건 어떨까요. 영어도 익힐 겸 고어로 격려와 희망의 꽃장갑을 끼워주면서요. “God send you good sp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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