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外高 가려면 수학 고삐 당겨라

확 바뀐 2010년 외고·과학고 입시 전략 … 과학고는 2011년 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 도입

  • 김은실 연구소장 www.7mentor.net

    입력2009-07-01 1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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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外高 가려면 수학 고삐 당겨라

    특목고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과 학부모들. 2010년 달라진 전형방식 때문에 입시 정보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다.

    매년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입시 전형이 바뀌어왔지만, 2010년은 변화 양상이 더욱 심하다. 따라서 서울권 과학고등학교(과고)와 외국어고등학교(외고)의 입시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 오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보자.

    2010년 고교 입시는 극심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입시제도에서의 ‘역사적 첫 시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특목고를 준비해온 학생이라면 서울권 고교 입시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입시가 자신에게 불리해졌다면 지금이 바로 다른 고교로 방향을 틀 시점이다.

    먼저 고교선택제가 시행된다. 서울 지역을 단일 학군으로 보고 225개의 인문계 고교 중 두 곳, 그 다음 본인이 속한 학군의 고교 중 두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로써 강남 8학군의 인문계 명문 고교에 학군과 상관없이 서울의 모든 학생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인문계 고교도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접어든 것. 학생은 추첨을 통해 선발한다.

    서울권 특목고 입시 지역 제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율고)의 신설도 중대한 고교 입시의 변화다. 현재 33개의 학교가 신청한 상태로, 예정대로라면 2010년 10여 개의 자율고가 개교한다. 입학 자격 조건은 내신 50% 이내. 중위권 학생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서울권 특목고 입시에서는 지역 제한이 시작된다. 외고의 경우, 지난해까지 서울 지역 학생들이 경기도권의 용인외고, 경기외고 등에 지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역 제한이 발동하면서 서울권 6개 외고 외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울권 외고의 경쟁률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권 외고 합격자의 약 28%가 외부 지역 학생이고, 경기권 외고 합격자의 약 33%가 서울 지역 학생이었음을 감안하면 서울권 외고의 경쟁률 및 커트라인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특목고 및 자립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의 이중 지원 금지도 특목고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입시 일정과 상관없이 특목고나 자사고(자율고 포함) 중 한 곳에만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안정적인 하향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으로 꼽히는 대원외고의 경우 경쟁률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떨어질 수도 있다. 대원외고를 목표로 준비한 학생 가운데 내신이 다소 불안할 경우 서울에 신설되는 자사고인 하나고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기 때문.

    그렇다면 외고와 과고의 입시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9년 서울권 외고의 입시 전형은 비교적 단순했다. 다양한 특별전형을 간소화하고 선발인원도 10명 내외로 대폭 줄였으며, 대부분 일반전형으로 선발했다. 하지만 2010년 서울권 외고는 학교마다 대입 수시전형을 보는 듯 학교별 특성을 살려 다양한 전형방식을 채택했다. 대원외고는 내신, 영어, 구술면접(언어와 사회)을 모두 입시전형에 넣었다.

    특별전형의 영어우수자 전형에서도 내신을 반영했다. 반면 학교나 전형방식에 따라 내신만으로 지원하거나(대일외고, 명덕외고 등의 성적우수자 전형), 영어 실력만으로 승부하거나(이화외고, 명덕외고의 영어우수자 전형), 전교 회장 및 부회장 출신들이 경쟁(대일외고의 회장·부회장 전형)할 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영역이 강하고 약한지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외고의 전형방식을 분석해야 한다.

    또 2010년 외고 입시전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학 가중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학교별로 국·영·수 과목에 4~6배의 가중치를 뒀는데, 수학의 경우 6~8배 이상의 가중치를 부가했다가 사교육 경감대책이 나온 6월18일 크게 낮추기도 했다. 대원외고는 국어 4배, 영어 8배, 수학 3배, 사회와 과학은 각각 2배 등의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최종 조정됐다.

    외고에서 수학에 가중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입에서 변별력이 가장 큰 과목은 수학인데, 외고 입시에서 수학 영역이 제외되다 보니 고교 진학 후 외고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타 과목에 비해 뒤처지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 전형에서 수학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대신, 내신에 가중치를 둬 수학 실력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은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이다. 지금까지 특목고 입시에서 구술면접은 공동 출제, 영어듣기는 학교별 출제로 시행됐다. 하지만 교육부의 방침은 영어듣기를 시도교육청 공동출제로 바꾸면서 수준을 중학교 3학년 정도로 확 끌어내린다는 것. 또한 지필형 구술면접이 폐지되고 인성 및 창의성 면접으로 대체한다.

    외고 입시에서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평가는 오랫동안 계속돼왔다. 영어듣기는 대입수학능력시험보다 제시문이 길고 내용도 복잡하기 때문에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3년 내내 외고형 영어듣기시험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구술면접도 마찬가지.

    중학교 교과서 내에서 출제한다는 원칙이 있었음에도, 국어 사회 시사 등에서 심화된 문제들이 출제됐다. 대부분 외고 대비 학원에서는 수능형 문제를 기출문제로 풀면서 대비해왔다. 고난이도의 외고 입시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내신 대비, 방과 후엔 외고 입시 대비를 하느라 과중한 학습에 시달려야 했다.

    과고, 올림피아드 가산제 폐지

    이처럼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의 난이도가 30% 이상 쉬워지면, 외고 입시의 또 다른 축인 내신 비중이 대폭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해 합격생의 기준 내신이 평균 상위 7~10%(주요 과목은 5~6%)였다면, 올해는 3%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대원외고 상위 7.2→6.4%, 명덕외고 상위 8.3→7.7%, 이화외고 상위 9.9→5.9%, 대일외고 상위 6.4→5.9%, 한영외고 상위 8.7→4.9%, 서울외고 상위 8.1→5.3%로 상향 추정).

    이렇게 외고가 2010년 입시제도를 바꿨지만, 2011년에도 여전히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학교 학력 수준 격차가 엄연한 현실에서 내신 비중을 무한정 높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고 입학사정관제 도입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국립으로 운영되는 과고는 외고보다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다. 하지만 사교육 경감대책의 하나인 ‘올림피아드 및 영재원 전형과 가산점 폐지’는 과고 입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9년과 비교해 2010년 입시에서 바뀌는 부분은 탐구력 및 과학창의력 면접 점수다. 세종과학고와 한성과학고 모두 40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면접 비중은 한성과학고의 경우 지난해 전체 202점 중 27점으로 13~14%였으나, 올해는 전체 215점 중 40점으로 18% 이상을 차지한다. 세종과학고는 지난해 전체 210점 중 면접이 35점으로 17%의 비중이었는데, 올해는 전체 215점 중 40점으로 18%를 상회하는 수준이라 큰 차이는 없다.

    오랜 기간 과고에서 유지해온 특별 및 일반 전형은 2010년 입시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바뀔 예정이다. 현재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입시부터는 선발인원의 50%를 입학사정관제(7~10월 실시), 50%를 과학 창의성 전형(10~12월 실시)으로 뽑는다. 입학사정관제에 지원하려면 학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취지가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라면, 새로 바뀐 과고의 입시 전형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셈. 과학창의성 전형은 하루 이상 캠프활동을 하면서 실험 및 탐구 능력, 프로젝트 해결 과정 등을 지켜보고 창의력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올림피아드의 후유증은 매우 심각했다. 수학, 과학 영재를 선발하는 시험을 치를 필요도 없고 치러서도 안 되는 학생들까지 도전해 새벽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교육청 및 대학 부설 영재원 시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시험들에 부여되던 가산점 폐지는 환영할 만하다.

    ‘정량적 평가’가 아닌 ‘정성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과고 입시전형의 변화는 학부모와 학생의 처지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정성적 평가’ 영역까지 사교육 바람이 미친다면, 획기적인 과고 입시 변혁도 머지않아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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