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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IRONMENT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환경오염 주범이 퇴비, 전기로 탈바꿈 … 자연순환형 농법 ‘귀중한 자원’

  •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충북 진천 다살림 영농조합법인의 퇴·액비로 생산공장.

쌓여만 가고 처리가 곤란해 축산업계의 골칫덩이로 취급되던 가축분뇨가 자연순환농법을 통해 귀중한 자원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1991~2008년 전국 농가에 1조1796억원을 투입해 분뇨 정화시설, 액체비료(이하 액비) 저장조 등 축산분뇨 처리시설을 지원했다. 또한 2007년 9월28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면서 가축분뇨를 정화처리 위주에서 자원화(퇴·액비) 위주로 바꿀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가축분뇨 발생량 중 퇴·액비로의 자원화 물량이 2008년 현재 84.3%에 이른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에 따르면 연간 발생되는 가축분뇨 양은 약 4170만t(2008년 기준)이다. 여기서 3520만t(84.3%)이 자원화 물량이고 410만t(9.8%)이 정화처리 후 방류되며, 나머지 146만t(3.5%)은 해양투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가축분뇨 자원화를 2013년까지 90% 선까지 끌어올리고, 해양배출량을 2011년 말까지 완전히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축산분뇨의 자원화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운동’에 가장 부응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농식품부 녹색미래전략과 전익성 사무관은 “가축분뇨에서 생기는 메탄가스는 온실이나 일반 농가에서 사용하는 전기로 발전시키고, 남은 소화액은 농경지에 환원함으로써 토지를 비옥하게 만든다. 이는 전형적인 자연순환형 방식으로 녹색성장의 이념과 맥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뇨 살포지역을 다양화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액비는 현재 논, 밭, 과수원 같은 농경지나 초지 등의 지목에만 살포할 수 있다. 그러나 물량을 줄이려면 사용 지역을 다른 지목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환경부를 중심으로 가축분뇨법 제24조의 개정안이 의원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10년도 안 돼 불쑥 성장한 축산분뇨 자원화의 현장을 찾았다.

[다살림 영농조합법인(충북 진천)]
무항생제 퇴·액비로 친환경농산물 생산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다살림 영농조합법인 이욱희 대표(왼쪽)와 무항생제 퇴·액비로 생산한 농산물.

“저기요, 이것 좀….”
‘다살림 영농조합법인’(이하 다살림) 이욱희 대표가 350ml 페트병에 담긴 보리차를 종이컵에 따라 내밀었다. 종이컵을 받아든 기자가 고마움을 표하며 마시려 하자 이 대표가 황급히 저지했다.

기자가 깜짝 놀라 컵을 내려놓으니 이 대표는 웃으며 “그냥 냄새만 맡아보라”고 말했다. 종이컵의 물에선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게다가 연한 검은색으로 영락없이 진한 보리차나 원두커피처럼 보였다. 하지만 보리차향이나 커피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 아무 향도 없는 그저 ‘물냄새’만 났을 뿐이다.

“그게 바로 정화처리한 ‘액비’입니다.”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거름용 ‘똥물’이라니…. 기자가 놀란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하마터면 그 물을 마실 뻔했다는 ‘공포감’ 때문이고, 둘째는 어떻게 액비에서 악취가 전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에 자리한 다살림은 국내 최초로 무항생제 퇴·액비를 생산한 곳이다.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로 키운 가축의 분뇨를 수거해 ‘저농도 액비 생산 처리방식(SCB 공정)’으로 악취를 최소화하고 유기질 거름으로 재탄생시킨 것. 그 덕에 이전까지 가축분뇨 액비에 거부감을 보이던 경종농가(땅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농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무항생제 농법은 기존의 유기농법에서 한발 진보한 농법으로서 명실상부한 친환경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다살림 측은 무항생제 유기질 거름으로 생산한 유기농산물의 판로도 다양화했다. 인근의 문백농협, 오창농협 등과 손잡고 농협의 체계화된 농산물 판매망을 이용하기로 한 것. 가격 또한 기존의 유기농산물보다 30%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CB 공정은 그 과정이 짧고 간략하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생산비 절감 효과가 상당합니다. 즉 기존의 유기 퇴비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작물임에도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현장에서 거름과 씨름하느라 온몸이 검게 그을린 다살림 류재신 공장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다살림의 무항생제 퇴·액비를 통한 유기농 식품들은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에 전량 납품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호응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산계룡축협(충남 논산)]
분뇨처리 퇴·액비 생산 살포 모두 책임비용 크게 절감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가축분뇨 재활용엔 축사 청결이 중요하다. 가축분료 퇴·액비 사용으로 건강해진 토질(원 안).

충남 논산시의 ‘논산계룡축협’(이하 계룡축협)은 가축분뇨 퇴·액비 활성화를 위한 ‘전천후 종합상사’의 기능을 수행한다. 지역 축협이 축산분뇨를 수거하고 직접 높은 품질의 퇴·액비를 생산, 살포까지 담당하면서 경종농가에 믿음을 주고 있는 것.

축협이라는 믿을 만한 단체가 매개체 노릇을 하다 보니, 축산농가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축분뇨를 처분할 수 있어 좋고, 경종농가는 조합에서 생산한 액비를 신뢰할 수 있어 좋다. 액비 살포 비용 또한 저렴하다. 쌀 재배 경종농가의 경우, 계룡축협에 살포를 맡기면 ha당 10만원 안팎의 비료 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다.

비료를 저렴하게 살포할 수 있는 데다 공신력 있는 사후 서비스까지 이뤄지다 보니, 그동안 분뇨 액비에 선입견을 갖고 있던 상당수의 경종농가가 최근에는 앞다퉈 살포 신청을 하는 추세다.

축산농가의 가축분뇨 처리 비용도 계룡축협에 의뢰하면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 논산시 관내 축산농가들의 경우, 그동안 가축분뇨를 처리할 때 대부분 해양배출 또는 시 공공처리장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계룡축협에서 저렴한 비용에 직접 분뇨를 처리해주다 보니 축산농가는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1000두 규모의 양돈농가가 해양배출 대신 계룡축협에 위탁 처리할 경우 연간 3000만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게 되는 것.

계룡축협 김완주 팀장은 “가축분뇨를 해양배출하면 t당 2만7000∼3만원이 들고 논산시 공공처리장에 의뢰해도 t당 1만원이 든다. 하지만 우리에게 의뢰하면 t당 7000원이면 해결된다. 특히 시 공공처리장이 저농도 분뇨만 선별해 받는 데 반해 우리는 농도 제한 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축산농가에서 싸게 버린 가축분뇨를 계룡축협은 액비 또는 유기질 비료로 재생산한다. 그리고 경종농가에 다시 살포함으로써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밑거름이 되게 한다. 이는 자연순환, 녹색성장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계룡축협 측은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등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자연순환농업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에버그린 영농조합법인(전북 김제)]
일반 농가가 직접 축산분뇨 자원순환 나서


일반적으로 가축분뇨의 자연순환 사업은 축산농가의 몫으로 인식돼왔다. 특히 경종농가의 경우, 아직까지 분뇨를 사용한 농사는 냄새가 나고 도복 피해(작물이 쓰러지는 피해)가 우려된다는 인식이 강해 경종농가와 가축분뇨는 다소 이질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가축분뇨 퇴·액비 활용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나서 성공을 거둔 경종농가가 있다. 전북 김제시 공덕면에 자리한 ‘에버그린 영농조합법인’(이하 에버그린)이 그 주인공.

에버그린은 경종농가 500호를 확보한 퇴·액비의 실수요자임에도 2006년부터 직접 퇴·액비 유통사업을 추진해 자연농법에 기여해왔다. 에버그린은 국내 최대의 조사료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김제시 인근에 총 1200ha의 농경지를 확보해 총체보리, 귀리, 호밀 등 조사료를 생산한다. 에버그린도 사업 초기에는 화학비료를 사용해 조사료 생산에 임했다. 그러다 일부 작업장에 액비를 시용했는데, 작물의 생육과 수확량이 화학비료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에버그린은 자연순환적 농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협력농가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가축분뇨 액비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합의한 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의 액비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전북 김제 에버그린영농조합법인의 액비 살포 모습(왼쪽)과 농기구.

에버그린은 퇴·액비의 능동적 활용과 유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경종농가에서 가축분뇨 퇴·액비까지 직접 생산하는 획기적인 길이 열린다. 이 같은 에버그린의 자연순환적 친환경농법은 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에버그린 독자 상표를 달고 출시한 조사료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에버그린 영농조합법인 임형관 대표는 “여러 농산물을 재배하기보다 조사료용 곡물만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화학비료가 아닌 가축분뇨를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가꾸다 보니 시장에서 전문성과 환경성을 인정받은 듯하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연천축협(경기 파주)]
도시화 속 자원순환농업 활성화 전기 생산 성공


경기 파주는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가축분뇨의 안정적 처리 없이는 축산업의 영위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파주연천축협(이하 파주축협)의 주도로 지자체, 기술센터, 농·축협 등 관련 기관 간 대단위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주민과 축산농가의 상생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파주축협은 2002년 6월 축산 분뇨처리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03년 6월에는 ‘액비유통센터’를 설치해 본격적으로 자연순환농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7년 2월 파주시를 비롯한 15개 농업 주체가 참여하는 ‘자연순환농업 추진협의회’를 결성해 자연순환농업 특화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파주축협의 굳건한 의지가 큰 힘이 됐다. 액비 살포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농업조합에 2006년부터 ‘자연순환 상생자금’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역농가들도 파주축협을 신뢰하게 됐으며, 추진협의회 결성에도 적극 동참했다. 파주축협 측은 2006년 27억원, 2008년 18억원의 상생자금을 지역농업조합에 지원한 바 있는데, 이러한 지원은 최근 농식품부가 벌이는 ‘자연순환 활성화자금 정책’의 롤 모델이 됐다.

파주축협은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축산분뇨 자원화 시스템을 이용해 인근 축산농가에 기술적 도움도 주고 있다. 파주축협 축산컨설팅팀 박재환 박사는 “고온호기성 발효로 얻은 50℃ 이상의 열을 열 교환장치를 통해 전기 등으로 자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얻은 전기는 현재 새끼돼지의 인큐베이터 가동에 시범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보편화되면 관내 양돈농가의 에너지 절약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파주축협은 2005년 11월 탄현농협과 국내 최초로 자연순환농업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축산업과 경종농업이 상생을 위해 협조를 도모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돼, 이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 및 장려에 나섰다. 파주축협과 탄현농협의 협약 이후 농협-축협 간 협약을 맺은 곳은 2008년 현재 전국 65곳으로 늘었다.

축산분뇨 자연순환, 이것만은 개선을!

액비 저장시설 확보가 ‘발등의 불’


녹색성장 클린 에너지 ‘축산분뇨’

가축분뇨 퇴·액비 저장시설.

자연순환농업 추진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은 분뇨 액비의 불규칙적인 수요 공급이다. 액비의 살포 시기가 봄철에 집중되면서 성수기에는 수요 대비 공급물량이 모자라고, 비수기에는 액비가 남아도는 데다 저장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반 생산품이라면 성수기에 대량 생산하고 비수기에 생산을 줄이면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축분뇨는 시기에 관계없이 배출되는 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또다시 혐오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따라서 관련 업체들은 협력을 통해 저장시설을 늘리는 추세다. 정부도 관련 규정을 완화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성수기의 공급물량 부족은 저장 시스템이 효율화하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축분뇨 자원화율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종농가를 대상으로 한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축산분뇨 자연순환농업의 성공 열쇠는 퇴·액비를 직접 소비하는 경종농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당수의 경종농가에서 퇴·액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지만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다. 살포 시의 악취, 병해충 발생, 도복 피해 등 가축분뇨에 대한 선입견을 지닌 경종농가가 적지 않은 것. 그러나 이는 가축분뇨 활용이 기술적으로 미비한 시절의 이야기로 악취 방지, 병충해 제거 등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최근에는 안심해도 좋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과 하욱원 사무관의 말이다.
“도복 현상에 대해 경종농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화학비료는 농작물의 속성 재배가 가능한 반면, 액비는 토양을 비옥하게 바꿔가며 작물 성장을 유도하다 보니 성장이 다소 느리다. 작물의 느린 성장으로 조바심이 난 농민들이 중간에 화학비료를 첨가하거나 액비를 적정량 이상으로 살포하다 보니 도복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연순환농법을 받아들이려는 관련 단체의 적극성에도 아쉬움이 있다. 유기질 축산분뇨를 사용한 생산물은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게다가 SCB 공정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으로 기존 유기농 식품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 소문을 듣고 관련 기관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자연순환 농장 견학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수박 겉핥기식 학습에 그치거나 성의 없는 ‘예의성 방문’도 섞여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 진천친환경농업단지 추진사업단 홍기영 사무차장은 “자연순환농업에 대해 뿌리부터 배우려는 절박한 농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관련 기관의 관계자들이 견학차 잠깐 와서 사진 몇 장 찍어 가서는 별 의미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간동아 2009.06.09 689호 (p64~65)

유두진 프리랜서 기자 tttfoc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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