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초등학생의 ‘자식 교육비’ 걱정

  • 김소희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9-02-19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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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의 ‘자식 교육비’ 걱정
    아이가 다 크고 나면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도 웃을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철없던 시절 보여주던 재롱이 그리울 때면 문득 아이를 하나쯤 더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귀여워 물고 빨고 하는 시절이 순식간에 지나고 다시 교육 문제로 걱정할 시기가 찾아올 걸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차라리 손자 손녀 보는 쪽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일요일, 늦은 아침을 먹고 편안하게 쉬다가 어느새 코 밑에 수염자국까지 생긴 막내 녀석을 보고 불쑥 “얼른 자라서 손자 낳아줄 거지?” 하고 말을 꺼냈다.

    “글쎄요, 집값이 너무 뛰어서 내 집 마련하기도 어려운데….”

    우리 부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초등학교 아이가 이런 대답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나라에서 출산 장려 차원으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겐 집을 준대.”



    나오는 대로 주워섬겼더니 이번엔 “그래도 교육비가 많이 들잖아요. 애 낳을 생각 안 해봤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니야, 나라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할 거야.”

    손자를 기대하던 우리는 아직 발표되지도 않은 ‘우물가 숭늉’격의 정책을 쏟아냈고, 그것으로 부족해 무서운 엄포까지 놓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 민족이 사라질 거라더라, 우리 민족을 지구상에 계속 존재하게 하려면 한 가정에 적어도 아이가 넷은 있어야 한다’는 식의 억지였다. 결국 아들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초등학생의 ‘자식 교육비’ 걱정
    어린 녀석이 집 문제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는 상황은 우리 부부에게 충격이었다. 문득 아는 분이 자녀 앞에서 집을 가리킬 때 ‘우리 집’이라고 하지 않고 ‘나의 집’ ‘엄마 아빠 집’이라고 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아이가 어느 날 “엄마, 나는 어른이 돼도 ‘우리 집’에서 살고 싶어요” 하기에 “아니야,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넌 너희 집에 살아야지. 엄마 보고 싶으면 ‘엄마 아빠 집’에 놀러 오렴”이라고 했다는 얘기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경제개념이 부모보다 더 밝은지 모른다. 그 아이들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문득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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