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인간들의 유혈극 벌어진 동물의 왕국

‘마다가스카’

  • 이명재 영화 칼럼니스트 promes65@gmail.com

    입력2009-02-19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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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의 유혈극 벌어진 동물의 왕국

    영화 속 동물의 왕국 마다가스카르에서 가장 무서운 곳은 정글 밖 인간들의 현실 세계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고향을 탈출하려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 최고의 인기 스타인 사자 알렉스와 얼룩말 마티 등 4명의 친구들은 정글보다 도시가 더 좋은 ‘뉴요커’다. 타고난 품종은 야수지만 안락한 뉴요커의 삶에 익숙한 알렉스와 친구들은 어찌어찌해서 아프리카의 거친 밀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에 돌아온 셈이지만 난생처음 보는 야생의 정글에 이들은 당황하고 무서워한다. 사실 겁낼 것은 별로 없다. 이곳은 야성을 잃어버렸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평화로운 동물의 왕국, 마다가스카르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동남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 1만여 종의 자생식물이 서식하는 이곳에는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희귀 동식물이 많다. 전 세계 생물종의 5%가 이곳에 서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주의자들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이곳 생태계의 특징 중 하나는 오랜 시간 대륙과 떨어진 채 독자적인 진화를 해왔기 때문에 특이한 동물이 많다는 것이다.

    또 마다가스카르는 초식동물들이 살기 좋은 곳이다. 남한 면적의 6배나 되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지만 그 넓은 땅에 자신을 잡아먹는 대형 육식동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마다가스카’에서 알렉스가 들어오기 전까지 이 정글을 지배한 것은 ‘푸사’라는 동물이지만, 푸사는 기껏 사나운 고양이에 불과하다.

    동물에 천국, 인간에겐 지옥



    그러나 동물들에게는 한없이 평화로운 섬이지만 인간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최근 유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군인들이 시위대에 발포,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프리카의 열정과 동양의 신비를 모두 간직한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섬나라’라는 이 나라의 정치적 혼란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다. 여느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식민통치의 후유증도 있고 집권층의 부패도 한몫했다.

    또 하나 취약한 경제구조를 빼놓을 수 없다. 주요 작물이 커피, 바닐라, 사탕수수, 카카오 등인 이 나라는 플랜테이션 농업 비중이 높아 서구 시장에 경제가 휘둘리고 있다. 지난 1985년 코카콜라가 바닐라 함량을 줄인 ‘뉴코크’를 내놓자 마다가스카르 전체 경제가 휘청했다고 한다.

    1980년대 후반 마다가스카르는 경제정책 방향을 급선회한다. 사회주의 노선을 버리고 세계은행의 지침에 따라 구조 개혁에 나선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고강도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서구식 경제기법이 도입됐다. 외국투자가 늘면서 겉으로는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면에서 관리들의 부패는 극에 달했고,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마다가스카르 정글의 동물들은 뉴욕에서 온 알렉스 일행과 결국 사이좋게 공존한다. 독자적인 생존과 진화를 해온 마다가스카르 생태계의 평화도 지켜졌을 것이다. 정작 무서운 것은 정글 밖 인간들이 사는 ‘진짜 정글’에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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