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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색(色)의 마법’을 아십니까?

‘집중력엔 빨간색, 창의력엔 파란색 적합’ 연구 결과 주목

  •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색(色)의 마법’을 아십니까?

‘색(色)의 마법’을 아십니까?

색은 이성에 대한 호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로체스터대 앤드루 엘리엇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이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지금보다 일을 더 빨리 하거나 직장에서 아이디어맨으로 불리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거실 벽 색깔을 바꿔보거나 컴퓨터 모니터의 스크린 세이버를 교체할 것을 권한다. 남들에게 냉정하면서도 열정적인 영업사원으로 보이고 싶다면? 핑크나 노랑 넥타이를 던져버리고 강렬한 빨간색이나 파란색 넥타이 매기를 추천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경영학과 줄리엣 추 교수팀은 빨간색이 사람들을 좀더 정교하게, 파란색은 더 창의적이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2월6일 발행된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무작위로 뽑은 600여 명의 남녀노소에게 빨간색과 파란색을 보여주고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능력의 변화를 살펴봤다. 실험 참가자들은 빨간색과 파란색, 또 그 중간색 화면 위에 쓴 단어 36개를 2분 동안 본 뒤 기억력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또한 다양한 모양의 도형 20개가 그려진 빨강과 파랑 종이를 나눠주고 그것들을 이용해 장난감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빨간색 바탕 화면을 본 그룹은 단어와 철자법 등 집중력이 필요한 시험에서, 파란색 화면을 본 참가자들은 장난감 만들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빨간색이 집중력 향상에 보탬이 되는 데 비해 파란색은 창의적인 일에 적합하다는 것을 뜻한다. 만일 벼락치기로 시험 준비를 하려면 빨간색 책상에서 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추 교수는 “글을 교열하는 일처럼 뭔가 기억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빨간색을 이용하고 신상품 기획이나 소아비만, 청소년 흡연 예방 등 새로운 해법을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파란색 벽지를 바른 방에서 회의를 여는 게 좋다”고 추천한다.



사실 색에 대한 반응을 조사하는 연구는 과학자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강렬하게 보이고 싶은 정치인부터 광고를 기획하는 광고기획자, 팀 경기력 향상을 고민하는 구단주, 식욕을 부추겨 손님을 늘리려는 요식업계까지 색(色) 마케팅은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바마가 빨강, 파랑 넥타이 번갈아 맨 까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취임 후 11일간 빨간색과 파란색 넥타이만 번갈아 맸다. 평소 소박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그였기에 강렬한 빨간색과 파란색 넥타이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러닝메이트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역시 공식석상에 같은 색상의 넥타이를 바꿔 맸다. 취임식에서 어두운 털코트와 자주색 스카프 차림이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색(色)의 마법’을 아십니까?

색이 주는 심리적 영향은 지대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빨간색과 파란색 넥타이만 번갈아 맨 것,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운동선수가 파란색 유니폼의 선수를 이긴 경우가 더 많은 것, 파란색 인테리어 술집에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문 것도 모두 색 마케팅과 관련이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 이처럼 넥타이 색상에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색이 주는 가공할 심리적 영향력 때문이다. 실제로 색이 사람의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여기저기에서 나타난다.

영국의 더햄대 연구진은 2004년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한 각국의 복싱, 태권도,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선수의 유니폼을 조사한 결과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파란색 유니폼의 선수를 이긴 경우가 더 많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운동선수가 더 우월하다는 인상을 심판진에게 적잖이 줬다는 것.

남성들이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로체스터대 앤드루 엘리엇 교수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엘리엇 교수는 “몸매나 얼굴 생김새가 호감을 덜 주는 여성이더라도 빨간색 배경에 서 있거나 빨간 옷을 입으면 인상이 바뀐다”고 말한다.

술집의 인테리어 색상도 매출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노란색과 빨간색 인테리어의 칵테일 바를 선호하지만, 실제로는 파란색 바에 더 오래 머문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노란색과 빨간색 바를 선호하는 사람은 대체로 사교적이고 활달하지만, 파란색 바는 안정적인 분위기를 주기 때문에 손님을 더 오래 잡아둔다는 분석이다.

색 밝기와 세기도 심리에 영향

인지심리학자들은 색이 만드는 분위기가 사람의 인지능력에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미국 예일대 존 바르 교수는 “보통 파란색은 파란 하늘, 맑은 물 등 조용하고 행복한 이미지를 지닌 반면 빨간색은 응급상황이나 시험 통과 실패 등 부정적인 일과 연결짓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색의 이런 효과가 과학적으로 완벽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미국 미시간대 노버트 슈왈츠 교수는 “빨간색은 어떤 면에서 위험성을 대표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긍정성을 담고 있다”며 “색에 대한 지금까지 분석과 효과가 100%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엘리엇 교수 역시 “빨간색과 파란색이 가진 효과는 색 자체뿐 아니라 색의 밝기, 세기와도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사이언스’는 시험용지 색깔에 따라 성적이 다르다는 한 심리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그럼에도 빨간색이 기억력을 높이고 정교한 일에 더 적합한 색임은 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빨간색 시험용지로 IQ 테스트를 치를 때보다 파란색 시험용지로 테스트할 때 성적이 더 좋게 나온다는 것. ‘사이언스’는 “어쩌면 이런 결과가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검사하는 IQ 테스트이기였기에 당연한 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09.02.24 674호 (p58~59)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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