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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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받침 속 그녀, 프렌치 시크로 부활

한국 찾은 佛 여배우 소피 마르소 ‘성숙미’ 물씬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입력2009-02-19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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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1일, 프랑스 명품 보석 브랜드 ‘쇼메’의 공식 모델로 선정돼 한국을 찾은 소피 마르소(43)의 기자회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20여 년 전 책받침과 브로마이드 속, 우아한 자태로 소년들을 설레게 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의 무게는 숨길 수 없었지만 ‘프렌치 시크’에 성숙미가 더해져 오히려 더 고혹적인 모습이었다.

    소피 마르소의 한국 나들이는 9년 만이다. “한국이 나를 기억해줄까 걱정했다”는 소감으로 말문을 연 그녀는 “박찬욱, 임권택 감독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로는 “비빔밥과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말솜씨도 프로였다.

    14세이던 1980년, 영화 ‘라붐(La Boum)’으로 데뷔해 단숨에 전 세계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자리잡은 그녀는 이후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냈다. 2002년에는 감독으로 데뷔해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Parlez-Moi d’Amour)’로 몬트리올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도 했고 2007년작 영화 ‘트리비알(La Disparue de Deauville)’에서는 극본 집필, 감독, 출연 배우로 1인 3역을 맡았다.

    마르소는 지금까지도 각종 인터넷 미인투표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올리비아 핫세 등 고전적 미인들과 함께다. 뒤늦게 소피 마르소의 팬으로 합류한 ‘큰조카’뻘, 20대 남성 팬들도 많다. 대학생 김강민(24·서울대) 씨는 “중학생 때 친구가 정말 예쁜 ‘여자애’가 나온다며 ‘라붐’을 추천해줬다”면서 “다른 연예인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순수한 외모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그녀의 매력은 ‘클래식’에 가깝다. 동서양의 팬들을 두루 갖추게 된 마르소의 매력은 동서양의 특징이 골고루 조화된 외모에서 출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살짝 튀어나온 광대뼈와 아담한 코, 도톰한 입술, 지나치게 크거나 작지 않은 눈동자, V라인 얼굴형과 같은 요소들이 특히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귀여운 이미지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자기관리 충실 지속적인 인기

    인터넷에서 소피 마르소 팬카페를 운영하는 이종열(36) 씨는 친근한 이미지를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중학생 때 지방 극장 재상영관에서 홍콩 영화와 동시 상영된 ‘유 콜 잇 러브(You call it love)’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당시 서양 영화배우에게서는 드물게 검은색 머릿결을 가진 걸 보고 친구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영화평론가 김영진(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 씨는 그녀의 지속적인 인기 비결을 ‘성숙함’으로 요약한다. “노출 연기를 하면서도 퇴폐적이지 않은 관능미를 살렸고, 이것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청순미를 훼손하지 않아 이미지 관리가 잘됐다”는 것.

    마르소의 팬들은 또한 출연작이 없을 때도 영화제에 꼬박꼬박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점들을 ‘인간 소피 마르소’의 매력 요소로 꼽았다. 마르소는 ‘쇼메’의 광고 모델 제안도 신중하게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쇼메 본사의 티에리 프리슈 사장은 “지난 15년간 어떤 상업광고에도 출연하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에 충실했던 그녀가 쇼메와의 돈독한 인연을 생각해 응해줬다”며 “브랜드에 대해 잘 알고, 그 브랜드를 사랑할 때만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세에서 진정한 프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 이 기사의 취재에는 주간동아 대학생 인턴기자 최원주(연세대 의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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