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4

2009.02.24

한국인, 밤이 두려운 이유

‘즐거운 性’을 위한 전문의 맞춤 조언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2-19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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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밤이 두려운 이유
    Male

    큰 것으로, 강하게, 오랫동안. 대다수 남성들은 자신의 파트너가 성관계 시 이것들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도 갈망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남성들이 털어놓는 성 관련 고민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성기 크기, 발기부전, 조루. 이 가운데 임상 의사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질환은 ‘조루’다.

    조루

    얼마 전 영동세브란스병원 남성의학연구소 최형기 소장을 찾아온 젊은 여성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결혼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만족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5초도 못 넘긴 채 ‘볼일’을 끝낸다”며 “평생 이렇게 살 생각을 하면 그이가 야속할 뿐”이라는 것이다.

    최 소장에 따르면 이 남편의 증상은 ‘조루’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성관계 시 자신의 성반응을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어떤 남성은 빠르게 흥분을 끌어올려 1, 2분 내에 극치점에 이르는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남성은 10분 또는 15분간 흥분 상태를 유지하면서 거기서 오는 쾌감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조루는 이런 적정 수준의 억제력을 발휘하지 못해 흥분 상태에 이르자마자 비(非)자의적으로 사정해버리는 질환이다. 과거에는 시간을 기준으로 ‘삽입 후 피스톤 운동을 2분 이상 하지 못하면’ 조루로 판정했지만, 최근엔 시간보다 사정의 자의성과 성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조루는 20대 남성에게 흔한 일로, 상당수는 성경험이 거듭되면 저절로 치유된다. 하지만 성관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아내에게 실망을 줄지도 모른다는 조급함 등에 의해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서울성의학클리닉 설현욱 원장은 “조루를 극복하려면 본격적인 성관계를 맺기 전 전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아내가 흥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본격적인 성관계 중에도 아내의 성감대를 리드미컬하게 자극하되, 사정을 할 것 같으면 마찰 운동을 잠시 정지하다가 다시 반복하는 스퀴즈 법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행동요법을 쓰려면 파트너의 이해가 필요하며, 정확한 방법은 꾸준히 연습해야 터득할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최 소장은 “성기가 지나치게 과민해 생기는 조루의 경우 바르는 사정억제제 SS크림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추신경에 문제가 있어 생긴 증상은 호르몬 치료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발기부전

    30대 중반의 회사원 한모 씨는 “언제부턴가 좀처럼 발기가 되지 않는다”며 서울성의학클리닉을 찾았다. 성생활을 할 만큼 충분히 발기되지 않는 상태를 발기부전이라고 한다. 설 원장은 “발기부전의 경우 원인이 심인성이냐, 기질성이냐를 알아내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기질성 발기부전은 음경에 분포하는 혈관계통의 이상, 내분비계의 이상, 고혈압과 당뇨 같은 만성질환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스트레스, 불안, 분노, 공포 등에 의해 나타난다.

    이 경우 의료적 처치를 통해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엠빅스 등 다양한 발기부전치료제도 시판되고 있다. 한국성과학연구소 이윤수 소장은 “‘플레이보이’를 만든 휴 헤프너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다수의 젊은 파트너와 섹스를 할 수 있는 것은 발기부전치료제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최근에는 가장 먼저 비아그라를 처방하고,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면 주사약을 쓰며, 이것 역시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보형물 삽입 수술을 한다.

    심인성 발기부전을 치료할 때도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 설 원장은 “심인성 환자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경우 대부분 두세 달 안에 발기능력이 150~170% 좋아지므로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성기 크기

    “제 고민은 발기했을 때도 크기가 10cm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비디오에 나오는 남성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아 자신감이 생기질 않아요. 페니스를 좀더 크고 멋지게 만들 수 없을까요?”

    최 소장을 찾아온 젊은 환자의 고백이다. 성관계 시 파트너를 즐겁게 해주려면 성기가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많다. 그러나 최 소장은 “여성에게 성만족감을 주는 데 성기 크기는 별 의미가 없다. 여성의 오르가슴에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기관은 질이 아니라 클리토리스(외음부 위쪽에 있는 작은 돌기 모양의 음핵)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성기로 질을 자극하는 것보다 손으로 외음부를 만져주는 편이 성만족도를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조언이다. 설 원장도 “남성의 성기가 질 안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단단하게 버틴다고 해도 여성은 클리토리스의 자극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한다. 그러니 크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인 남성의 경우 발기했을 때 성기 크기가 8~12cm면 평균으로 보는데, 이보다 많이 작아 기능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수술로 크기를 키울 수 있다. 성기가 정상적인 크기까지 자랐으나 주위 피부에 덮여 겉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함몰음경, 발기되면 성기가 심하게 비뚤어져 정상적인 섹스가 불가능한 만곡증 등도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한국인, 밤이 두려운 이유
    Female

    여성의 성은 꽤 오랫동안 음지에 있었다. 섹스를 하면서 ‘여성의 만족’을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제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대해 고민하고, 더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

    욕구 장애

    “퇴근하기가 무섭게 친정에 들러 아이를 데려와요. 허겁지겁 저녁식사를 준비해 먹고 나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다음 날 아침 식사거리를 또 준비해야 하죠. 아무리 서둘러도 12시는 돼야 자리에 눕는데, 그때는 너무 지쳐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어요.”

    30대 초반의 최모 씨는 욕구 장애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그는 첫아이를 출산한 뒤 단 한 번도 성욕이 생긴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의 요구로 ‘의무방어전’을 할 때면 “빨리 끝낸 뒤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서울벨라쥬여성의원 조수현 원장은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 가운데 30~40%가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여성의 욕구 장애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의학적으로 출산 이후 여성의 성욕이 떨어지는 이유는 수유 관련 호르몬이 성욕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욕구 장애가 지속될 경우 적절한 시점에서 모유 수유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유 없이 성욕이 저하됐다면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코넬여성비뇨기과 김경희 원장은 “우울증, 스트레스, 고혈압, 약물 부작용,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변화 등으로 성욕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건강이 회복되면 성욕도 되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자신보다 성욕이 강한 파트너에게 성교에 대한 압력을 받는 데서 오는 반발감, 결혼생활의 권태감, 섹스 자체가 재미없는 데서 오는 불만 때문에 욕구 장애가 생긴 경우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상담을 받거나 책, 비디오 등을 통해 감각을 깨우는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받으면 성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설 원장은 “섹스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엔도르핀을 생성시키는 행위로, 오르가슴을 느낀 후 달콤한 잠에 빠져들면 웬만한 과로로 인한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지게 마련”이라며 “바쁘고 피곤할수록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극치감 장애

    53세 김모 씨는 남편과의 섹스를 통해 한 번도 오르가슴에 이른 적이 없다. 가벼운 성적 흥분이 섹스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던 그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우연히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다 발견한 ‘새로운 세계’ 때문. 김씨는 김 원장에게 “나 같은 사람을 불감증이라고 하느냐. 어떻게 해야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래도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늦게나마 오르가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폐경 직전인 4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오르가슴을 모르겠다’며 병원을 찾는 여성이 꽤 많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뒤늦게 ‘왜 나는 오르가슴을 못 느낄까’ 하는 생각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관계 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극치감 장애라고 한다. ‘불감증’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성관계 도중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극도의 만족감만 느끼지 못하는 것이므로 ‘극치감 장애’ 또는 ‘오르가슴 장애’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여성에게 극치감 장애가 많은 이유는 여성의 오르가슴이 남성에 비해 훨씬 섬세하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지니기 때문. 조 원장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자위”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지면서 만족감이 느껴지는 위치를 찾다 보면 평생 경험하지 못한 극치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자위를 통해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게 된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클리토리스 자극이 필수적이며, 체위의 경우 남성 상위보다 여성 상위가 좀더 효과적이다.

    성을 터부시하거나 혐오하는 성향, 혹은 어렸을 때 당한 성폭력의 기억 때문에 성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여성, 남편에 대한 적개심이나 원망과 무시 등의 감정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은 상담치료를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당뇨나 호르몬 저하, 골반근육 이완 등의 건강 문제로 극치감 장애가 올 경우 약물을 통해 치료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통증 장애

    “선생님, 우리 아기 좀 갖게 해주세요! 결혼 후 3년 동안 삽입 한번 못했어요.”

    몇 년 전 조 원장을 찾아온 부부는 내밀한 이불 속 고민을 털어놓았다. 문제는 아내의 통증 장애. 결혼 전 성경험이 없던 이 여성은 “처음엔 심리적 두려움 때문에 아픈 줄 알고 남편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남편의 접촉이 두렵기만 하고, 통증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조 원장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의 10~15%는 성관계 시 통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한다. 전희를 충분히 해도 삽입 시 통증을 견딜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은 대부분 심리적 원인 때문에 생기는데, 어린 시절 성에 대해 억압적인 교육을 받았거나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강동우성의학클리닉 강동우 원장은 “부모가 어린 시절 자녀에게 하는 성교육이 중요한데, 섹스는 아이를 낳기 위한 사랑의 행위라는 것, 너도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 사람과 사람 간의 감정이 중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리적 원인으로 통증 장애를 느낄 경우 성교육과 함께 질 삽입에 대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없애는 심리치료도 받는 것이 좋다. 질 확장기나 자신의 손가락을 이용한 질 삽입 훈련도 필요하다. 점점 굵은 확장기를 넣는 식으로 삽입에 익숙해지면 성감각도 점점 깨어난다. 통증 장애는 자궁내막증, 골반 내 염증, 자궁 및 질의 기형, 치질 등 건강상 문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의학적 치료만으로도 통증을 제거할 수 있다.

    ※ 이 기사의 취재에는 주간동아 대학생 인턴기자 최원주(연세대 의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도움말 : 강동우(강동우성의학클리닉 원장) 김경희(코넬여성비뇨기과 원장) 설현욱(서울성의학클리닉 원장) 이윤수(한국성과학연구소장) 조수현(서울벨라쥬여성의원 원장) 최형기(영동세브란스병원 남성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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