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2

2009.02.10

신나는 음악, 즐거운 실버 인생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2-05 1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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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음악, 즐거운 실버 인생
    “우리는 이미 10년 전부터 ‘베토벤 바이러스’에 걸려 있었어.”

    70대가 주축인 강릉그린실버악단은 평균 연령만으로 따지면 전국 최고령 악단이다. 원계환(70) 단장은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음악과 호흡하며 젊은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70대 노인들이 무거운 악기를 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2004년에는 악기를 들고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연주를 했을 정도다.

    강원도 강릉에서 운수회사 전무로 재직하던 원 단장은 퇴직을 앞둔 1998년 어느 날, 악기 가게에서 우연히 트럼펫을 발견했다. 그는 40년 전 고등학교 밴드부 시절 트럼펫을 불었던 옛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한번 불어보겠다며 주인에게 부탁해 트럼펫을 꺼내다 그만 떨어뜨려 한쪽이 우그러지고 말았다.

    “별수 있나. 나 때문에 망가졌으니 내가 사야지.”

    40년 만에 트럼펫을 다시 만난 그길로 원 단장은 사춘기 소년처럼 들떠 모교 음악교사를 찾아갔다. 환갑 때 ‘홍도야 울지 마라’ 한 곡을 멋들어지게 부르고 싶다며 트럼펫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허락을 받아 손자만 한 녀석들과 함께 연습했지. 그런데 혼자 하면 심심하잖아?(웃음) 옛 밴드부 등 이리저리 친구들을 부르면서 어느덧 40명이 넘는 악단이 된 거야.”

    실버악단이라고 해서 취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음악교사, 군악대 출신들이 포진한 악단의 연주 솜씨는 수준급을 자랑한다. 원 단장은 나이 예순에 다시 음악을 만나 노년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하니 어디 가서도 대접받지.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술 담배를 안 하니 건강도 좋아졌고. 최고여.(웃음)”

    2009년에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음악회, 강릉 경포대 음악 퍼레이드 등 실버악단의 활동은 쉼 없이 계속된다. 원 단장은 전국의 실버들에게도 새롭게 도전하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예순 때 음악을 다시 시작했으니 나도 상당히 늦은 거지. 과연 될까 걱정했지만 하니깐 되더라고. 맘만 먹는다면 재미있는 여생을 보낼 수 있지 않겠어? 지금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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