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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8% 성장” vs “차이나 쇼크 임박”

중국 경제 연착륙·경착륙 논쟁 팽팽

  •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선임연구위원 cklee57@kiep.go.kr

“최소 8% 성장” vs “차이나 쇼크 임박”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신흥 경제 국가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중국 경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8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년 만에 최저치인 9.0%를 기록했으며, 2008년 4/4분기 성장률은 6.8%까지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국제통화기금(IMF) 등 여러 국제기관에서 2009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으며, 일부 투자은행은 5%대로 전망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 경제에서 실업률 방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8%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이 세계적인 경제침체 상황에서 하나의 희망이자,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엔진 노릇을 하리라는 이른바 역(逆)디커플링(reversed decoupling) 이론이 무색해졌다. 이처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최소한 성장률 8% 선은 유지하리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그에 따른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고공비행을 해온 중국 경제는 과연 연착륙할 것인가, 경착륙할 것인가.

‘사회주의 경제 파워’ 든든한 힘

(정부 주도 내수 진작 … 5000만 소비 세력 막강)



중국 경제의 향방은 불리한 대외 경제 여건에서도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달렸다. 중국은 지금까지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내 수요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졌고, 중산계층도 확대돼왔다. 게다가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만큼 대외 경제 여건의 변동에도 내수를 통해 중국의 경제성장을 밑받침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연착륙론’의 대체적인 견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국내 소비, 투자 및 순(純)수출을 차례로 살펴보자. 먼저 국내 소비 측면에서는 지난해 5000만명 정도의 인구, 약 1000만 가구가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소비 세력이 중국의 소비기반을 어느 정도 버텨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의 높은 저축 성향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대대적인 투자 지출 확대에 의한 내수 진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GDP의 2% 수준인 4조 위안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4조 위안 모두가 신규 투자는 아니고, 지방정부 수준에서 이미 계획했던 투자계획을 앞당겨 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 사업은 인프라 투자, 특히 충칭(重慶)과 청두(成都) 등 내륙지역의 인프라 투자가 중심이다. 전국 경제를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하는 고속철 건설, 원전 건설, 농촌지역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철도노선 확충은 지난해 말 거의 완료됐으며 고속화, 복선화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고속철은 시속 200~300km로 보는데, 시속 200km는 중국 내 자체 기술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300km 이상은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불거진 10년 전에도 중국은 도로 건설을 중심으로 인프라 지출을 확대했으며, 이와 함께 부동산 시장에도 힘을 실었다. 국가가 배분하던 주택공급 시스템에서 벗어나 주택을 거래하도록 한 것. 그러다 보니 부동산 시장이 형성되고 건설업 붐이 일어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철도 건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문제는 순수출, 즉 대외 부문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만들어낸 중국산 제품의 주요 시장이던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2009년 중국의 대외 수출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 중국 내부에서도 대외 수출 전망을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중국의 2007년 경제성장률은 11.9%로 최종 소비(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지출)가 4.7%포인트, 투자 부문이 4.6%포인트, 순수출이 2.6%포인트 기여했다. 백분율로 기여도를 나누면 최종 소비가 39.7%, 투자가 38.8%, 순수출이 21.5%에 해당한다.

수출 줄어도 투자 지출 확대로 경기부양 효과

만일 올해의 순수출 기여도를 비관적으로 추정해 거의 제로 수준이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라고 가정한다면 경제성장률은 3~4%포인트의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투자 지출 확대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고 소비 지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대체로 8% 경제성장률은 가능하다는 것이 연착륙론자들의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자금 조달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중국의 상황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중국의 국채 발행 잔액은 GDP 대비 20% 수준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30% 수준에 못 미치는 비교적 건전한 상태다.

또한 중국 인민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지급준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2007년 하반기부터 경기과열을 우려해 본격적으로 긴축정책을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16.5% 정도인데, 국제 기준인 8~10% 전후로 낮추면 추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그리고 성(省) 정부 단위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프라 건설 자금에 충당한다면 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평가가 많다. 사회주의 정부의 강력한 지도와 통제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내리막 성장률, 브레이크 파열

(산업구조 고도화 요원, 리더십 흔들 … 한국 경제에도 치명타)

중국 경제는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급속한 중공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2003~07년 두 자릿수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최근 경제성장률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2007년 11.7%→12.6%→11.5%→11.3%, 2008년 10.6%→10.1%→9.0%→6.8%를 기록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예상외로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세계 최대 수출국 중국이 겉으로 드러난 통계수치와 달리 각종 심각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수출, 투자 부문도 하나하나 분석해보자. 먼저 중국의 대외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2008년 11월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는데, 인민폐 기준으로 계산하면 9.6% 감소했으며 가격 요인을 제거한 실질 수출량은 11.4% 감소했다. 그 원인으로는 세계 경제침체로 인한 선진국의 수요 감소, 중국산 수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 고조,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추진에 따른 중국의 주요 수출기지인 광둥(廣東)성의 제조업 기반 와해 등이 꼽힌다.

실질 수출량 11.4% 감소 … 임금 인상, 실업률 등 악재 겹쳐

여기에 몇 가지 악재가 동시에 몰려왔다. 얼마 전까지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 광둥성 일대의 저효율, 환경오염형·노동집약형 가공무역업체를 퇴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즉 최저임금 수준 향상, 인민폐 환율의 평가절상 등에 의해 효율이 낮은 중소형 수출 기업을 퇴출시키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은 효율적인 대형 수출업체가 흡수하면 문제없다고 계산했지만, 이들 대기업의 수출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추진한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의한 세계 경제침체에 직면하면서 곤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광둥성 지역에서 수출 기업의 도산이 속출하면서 은행의 비협조로 무역금융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수출 주문을 받고도 제품을 선적하지 못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수입 역시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18%, 21%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에서 소비 의욕을 진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국 경제는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일부 투자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에서 부동산 투자가 약 1/3을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부동산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초부터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제조 부문 투자도 재고 과잉과 수익률 하락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인프라에 대한 정부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부동산 건설 붐은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를 견인한 성장 동력의 하나였지만, 최근 들어 공급 과잉으로 중국에서의 부동산 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인지 아닌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단, 명백한 사실은 부동산 경기는 유관 산업과의 연관성이 높아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급전’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 달러 규모지만 그중 60~70%가 유동성이 거의 없는 미국 국채와 미국의 모기지 에이전시들이 발행한 스트레이트 본드(SB·만기에 원금을 지급하고 이자는 고정금리로 지정 날짜에 지급하는 채권)로 추정된다. 현재의 경기 급락을 막아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 후에도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아시아 국가들이 채권을 사서 미국 경상적자를 메우는 상황)이라는 본질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중국 경제의 경착륙 혹은 위기 상황 여부를 분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의 리더십 문제다. 지금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최초로 당면한 금융과 실물의 복합 위기로 볼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동안 중국 인민 또는 기업들에게 ‘전지전능한 존재’이던 중국 지도부가 처음 맞는 이번 경제위기로 신뢰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말의 긴축정책 시행, 위안화 절상 허용 등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잘못된 정책 판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그간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정책적 리더십이 흔들리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간동아 2009.02.10 672호 (p28~30)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선임연구위원 cklee57@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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