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3

2008.12.02

드라마에 푹 빠진 아이들

  • 김소희 nancysohee@hanmail.net

    입력2008-11-26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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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경찰’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초등학생들이 경찰보다 깡패를 더 멋지게 생각해 경찰인 아빠가 속상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정작 아이들이 민생치안에 힘쓰는 경찰보다 범죄자를 선호하게 된 배경은 TV 드라마와 영화 같은 대중매체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극적 효과를 위해 일상과는 다른 상황을 설정하거나 문제 있는 부분은 줄이고 미화하기도 한다. 어른들이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대로 믿는 아이들이 많다.

    TV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시청연령’을 제시해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청연령에 무관심하다면 어른이 알지 못하는 사이 아이들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불륜, 미혼모, 도박,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경우 아이들의 시청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고 없이 불쑥 그런 내용이 나오기도 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부모가 시청을 제한하더라도 DMB폰을 이용해 지상파나 위성방송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은 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DMB폰으로 성인용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부모들의 통제를 벗어난 상황이다. 이 밖에도 인기드라마나 영화는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의 시청연령 제한은 허울뿐인 것이다.

    최근 MBC TV에서 방영된 ‘베토벤 바이러스’나 SBS의 ‘바람의 화원’ 덕에 클래식 음악과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 드라마들이 방영된 다음 날에는 아이들끼리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보지 않은 아이들은 대화에 낄 수도 없다. 드라마에 나온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간송미술관’이 초만원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음악드라마에 삽입됐던 OST 음악이나 클래식, 작곡가 등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는 것을 꿈꾸기도 한다.

    드라마에 푹 빠진 아이들
    TV 드라마를 통해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정해질 수도 있다. 비록 다음 드라마가 시작되면 또 바뀌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필자의 학창시절, 퀴즈프로그램에 나온 학생이 한국의 대표시인 ‘소월 김정식’을 당시 인기 있던 개그맨 김정식 씨로 착각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퀴즈프로에 나올 만큼 박학다식한 아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나. 화가 신윤복의 성별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나오지 않을까. 아직 실제 현실과 드라마 속의 가상현실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드라마는 좀더 보편적인 가치관이 깔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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