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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비디오크라시(videocracy)’ 한국 뒤흔들다

“촛불 모여 들불 되듯 1인 미디어 모여 민심의 등불 되리”

비디오크라시 전문가 2인의 뉴미디어 新권력론

  • 정리=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촛불 모여 들불 되듯 1인 미디어 모여 민심의 등불 되리”

“촛불 모여 들불 되듯 1인 미디어 모여 민심의 등불 되리”
“블로거 기자들의 특종 기성 언론이 받아쓰는 시대”명승은 야후코리아 차장·‘미디어2.0’ 저자

‘링블로그’라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수년간 미디어 변화를 추적해온 야후코리아 명승은(35) 차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파워 블로거다. 그의 강점은 지난 10여 년간 출판, 신문, 인터넷 등 여러 미디어의 현장기자로 활약하며 터득한 다종다양한 미디어의 진화 그 자체다. 명 차장은 “미디어2.0 시대에도 1.0미디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견했지만 “공존의 조건으로는 무엇보다 소통을 전제로 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_1987년 6월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역시 미디어 영역인데….

“그렇다. 정보 출처가 다원화되다 보니 이젠 미디어를 ‘정보’보다 ‘확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누군가는 온라인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타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정치색이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생기고 자신감도 갖게 된다. 블로그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의 주역들 역시 자신의 주장을 끊임없이 검증하면서 실천의 명분을 찾아왔다고 본다.”

_1인 미디어란 결국 실천의 도구인 셈인가.



“그렇다. 어느새 10만개를 넘어선 블로그용 촛불 배너만 해도 그렇다. 짬을 내서 블로그에 배너 하나 다는 것인데, 작은 행동에 불과하지만 이를 결행하기까진 적지 않은 탐구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 다는 것은 외롭지만, 온라인에서는 뜻이 맞는 수많은 동지들을 확인하고 함께 할 수 있다. 누군가는 필터링이 안 된 미확인 정보라 하지만, 오히려 스스로 이를 필터링하며 미디어 소비자들의 주체성까지 강화시켰다. 이것이 폭발한 결과가 바로 촛불집회다.”

_동영상의 파괴력이 특히 강했다.

“몇 년 전부터 UCC라는 말이 나돌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적어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선 가차 없이 올려도 된다는 자각이 생겨났다. 마치 기자들처럼 사회적 의제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블로거 특종을 기존 미디어들이 받아쓰기 시작한 것도 블로거들을 고무시켰다.”

_블로그로 대표되는 미디어2.0과 1.0은 어떻게 다른가.

“미디어1.0은 레일 위를 달리는 대형 기차에 비유할 수 있다. 많은 승객을 한 방향으로 몰고 다닌다. 효과적이고 강력하지만 레일을 이탈하는 순간 정체성이 사라지므로 일탈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디어2.0은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받았다. 선택할 수 있으니 도로 위를 벗어나 비포장도로도 내지른다. 물론 여기에는 자기 책임이 필요하고 지리와 자동차 정비까지 알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개인컴퓨터(PC)와 인터넷 활용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_촛불집회는 작은 미디어가 결코 작지 않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그렇다. 이제까지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 심지어 의무까지 다 작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나라의 방향까지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권리의식이 생겨났기 때문에 민감한 사진을 올릴 때는 스스로 모자이크 처리할 정도로 성숙해가고 있다. 과거 스포츠 이벤트가 포털사이트와 무가지를 성장시켰다면 이번 촛불은 UCC와 블로그를 성장시켰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_기성 언론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작은 미디어들이 기성 언론을 비난하는 이유는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위력이 약해질수록 오히려 유연성이 늘어날 수 있다. 앞서 미디어1.0을 기차로 표현했는데, 앞으로 높은 품질과 서비스를 펼쳐야지, 작은 미디어들처럼 일부러 도로 위를 달릴 필요는 없다. 여전히 충성도 높은 고객은 존재한다. 내부의 다양성을 확보해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1인 미디어를 수용하는 포용력을 내보인다면 충분히 공존공영하리라고 본다.”

“촛불 모여 들불 되듯 1인 미디어 모여 민심의 등불 되리”
“인터넷에서 민주주의 가능하다”박현욱 유튜브코리아 마케팅 담당이사

‘인터넷에서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표현은 10년 전 구글이 창립하며 내세운 사시(社是)로 이미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인터넷의 대명사 구글의 동영상 브랜드 ‘유튜브’는 전 세계에 ‘비디오크라시(videocracy)’ 열풍을 물고 온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올라온 다양한 동영상들은 놀라울 정도의 정치적 파괴력을 지니며 민주주의 확산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튜브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 책임자 박현욱(35) 이사는 “유튜브는 앞으로도 가장 민주적인 인터넷 플랫폼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다.

_유튜브가 내세운 비디오크라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민주적이라 함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표현한 의견을 다른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으며, 공유한 의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다시 찬성 또는 반박할 수도 있는 등 소통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민주주의로 가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우리는 동영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이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 소통의 마당(플랫폼)을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비디오크라시라는 조어를 내세웠다고 할 수 있다.”

_지난해 CNN-유튜브 회견이 미국 민주당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 먼저 유튜브에서 버락 오바마의 인기가 힐러리 클린턴을 앞섰다. 힙합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오바마 동영상의 조회수가 1600만 건이 넘었다. 미국 유권자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나아가 이 동영상이 마이스페이스 같은 소셜 네트워크(SNS)로 확산되고 그걸 한두 번 본 사람들이 오바마는 정말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TV 뉴스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기성 언론에서는 기껏해야 30초에 불과할 뿐, 한 후보의 연설 내용을 다 보여주진 않는다. 그런데 유튜브에 오면 연설 내용을 다 볼 수 있고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토론하는 것도 볼 수 있다.”

_ 실제로 유튜브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알고 보면 누구나 정치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어른들은 나라에 대해 걱정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생활정치의 영역을 중요시한다. 온라인의 매력은 댓글을 통해 자기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검열되지 않은 동영상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최근 많은 동영상 사이트들이 있지만, 촛불집회 역시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전송됐다. 아마도 국내 누리꾼들이 유튜브에는 모든 것을 다 올릴 수 있고 세계로 확산된다는 걸 의식하는 것 같다.”

_소통과 참여가 세계화되고 있는 것인가.

“맞다. 온라인을 통해 민주주의는 진화하고 있다. 우리도 솔직히 놀랐는데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상황에 전 세계인이 답을 하고 한국 사람들도 계속 글을 올리고, 이런 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젠 인터넷과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돼가는 것을 실감한다.”

_전통적 언론도 동영상을 많이 활용한다.

“그렇다. 아직은 시스템 자체가 다르지만, 주류 언론도 곧 적응하리라 본다. 미디어의 본질 자체를 바꾸긴 쉽지 않겠지만, 곧 융합이 될 것이다. 단적인 예가 신문기자들이 직접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 아닌가.”

_현실정치의 영역에도 많이 활용되던데….

“지난해 영국의 고든 블레어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사르코지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정당들이 CNN에서 했던 것처럼 채널을 만들기도 하고, 호주 총리 선출 때 동영상을 올려주면 답을 하는 식으로 정치토론이 활발히 진행되는 경향도 보인다.”

_이명박 대통령을 유튜브에 초대하는 건 어떨까.

“정말 그러고 싶다.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지도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인과 소통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대통령을 유튜브의 참여광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주간동아 2008.06.24 641호 (p46~47)

정리=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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